By 한대희 2019.01.30
해외에서 시작된
주주 행동주의란?
주주 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란
부실 징후, 구조조정의 필요성,
경영 투명성 제고가 필요한
기업의 지분을 매입한 이후,
기업의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주주 이익을 추구하는
적극적 투자 방법입니다.
배당과 시세차익을 노리는
기존의 수동적 주식 투자 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행동주의 헤지펀드
(hedge fund)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의 지배 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큰 주목을 모으기도 했죠.
*헤지펀드란?
: 소수의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집 받은 다음,
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방어는 물론
꾸준한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추는 펀드.
주식, 선물, 옵션, 원자재 등 다양한 금융자산을
바탕으로 한 투자 전략을 활용한다.
그런데 더 이상 주주 행동주의는
해외 유명 헤지펀드의
전유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른바 '한국형 주주 행동주의 펀드'가
서서히 태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Flickr 144555735@N06)
이미 한국에도
주주 행동주의 펀드가 있었다?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한 펀드는
이미 십여 년 전에 한국에도 존재했습니다.
바로 '라자드자산운용'이
2006~2012년까지 운용한
'라자드 한국기업 지배구조펀드'입니다.
이 펀드는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 고문을 맡으면서
일명 '장하성 펀드'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장하성 ⓒ정책브리핑)
투기 재료로 쓰이다
실패한 한국형 행동주의 펀드
장하성 펀드는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배당에 인색한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여
적극 개입하는 방식으로 투자했는데요,
해당 펀드가 특정 기업의
매입 사실을 공표하면,
개미투자자들이 추격 매수에 가담하면서
주가는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시 여의도 증권가는
해당 펀드가 매입할 만한 종목을
예측하는 분석자료를 쏟아내기도 했죠.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장하성 펀드가 투자한 기업을
새롭게 등장한 투기성 재료로
생각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또한, 장하성 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소액주주들은
당시 주주 행동주의에 대해,
경영권 간섭 혹은 과도한 개입이라고
오해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오해와 편견에 더해
장하성 펀드를 둘러싼 외부 환경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2008년에 발생한 전례 없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서
펀드의 장기 누적 수익률은 초라했습니다.
결국 2011년에만
-20%의 손실을 냈고,
이듬해인 2012년에
청산 절차를 밟게 됩니다.
그럼에도 주주 행동주의를 택한
자산 운용사
장하성 펀드는 엄청난 손실과
함께 끝을 맺었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꽤 많은 국내의 자산운용사가
장하성 펀드와 같은
주주 행동주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왜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주주 행동주의에 나선 걸까요?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한 자산운용사들의 주요 투자 활동 ⓒ에디터 작성)
주주 행동주의를 택한 이유
1)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최근 한국 주식시장의
PBR(Price Book Value Ratio)은
1배를 밑돌고 있습니다.
* PBR(주가순자산비율)이란?
: 기업이 지금까지 쌓아온 순자산을
발행주식수로 나눈 수치. 주당순자산(BPS) 대비
기업의 주가가 몇 배의 평가를 받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투자 지표.
PBR이 1보다 낮다는 것은
기업의 가치가 저평가되었다는 뜻인데요,
한국 상장기업의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결정적 이유는,
향후 성장이 둔화되고
지금보다 돈을 벌지 못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위축된 심리가
반영된 결과인 것이죠.
특정 기업으로부터 배당과
시세차익을 얻을 때까지
기다리고 인내하는
수동적 투자를 고수하다가는,
오히려 투자 손실의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도록
적극적인 개입과 행동이 필요한 것이죠.
주주 행동주의를 택한 이유
2) 높은 대리인 비용
한국 주식 시장은 특히
'대리인 비용'이 높습니다.
* 대리인 비용이란?
:주주의 믿음을 저버리는 경영진으로 인해서
주주가 지불해야 하는 각종 비용을 지칭함.
한국의 알만한 기업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오너(Owner) 위주로 운영됩니다.
기업의 경영진이
지분이 작은 소액 주주보다는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오너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다보니,
경영진과 주주 간의 이해관계가
불일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액 주주는 기업에 대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과 오너 집단의
판단과 행동에 따라 휘청이는 기업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죠.
주주 행동주의에 따라
기업의 운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면,
소수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던 기업을
좀 더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겠죠.
이는 한국 주식시장 전체의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산운용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주기도 하는 것입니다.
주주 행동주의의 큰손,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수많은 한국 상장기업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 주식 부문의 운용 성과는
매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인색한 배당 등으로
한국 상장 기업의 투자 가치가 떨어진다면,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수익률 관리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죠.
그렇기 때문에 향후 국민연금은
국내 자산운용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주주 행동주의가 필요한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일례로 국민연금은
사회적 공분을 산 대한항공 경영진에게
해결 방안을 질의하는 등
공개 서한을 보낸 바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보낸 공개서한 ⓒ국민연금)
주주 행동주의에 나선
KCGI에 주목하다!
한국 기업의 지배 구조 개선을 표방한
'KCGI(한국 기업지배구조 개선펀드)'는
한국 주식 시장이 저평가되는 요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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