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류광현 2018.01.04
억울한 애플?
얼마 전 애플이
'아이폰 배터리 게이트'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애플의 위기관리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애플)
혁신적인 변명이었습니다.
애플은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에서,
배터리 사태를 소비자 오해로
성능 저하는
사용자 경험의 극대화로 포장했죠.
또 소비자가 얼마나 무지한지 지적한 후
선심 쓰듯 보상안을 내놓았습니다.
배터리 가격을 무려 6만6,000원 정도
인하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죠.
그러나 애플의 사과문 발표에도
소송 참여자가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전 세계 사용자들은 마음을 풀 의사가
전혀 없어보입니다.
사용자들은
왜 화가 풀리지 않는 걸까요?
이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애플의 사과문은 곱씹으면 곱씹어볼수록
사과 같지 않기 때문이죠.
(ⓒ애플)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구형 아이폰의 전원이
갑자기 꺼지지 않게 하느라
고생했는데도),
좀 억울하지만
(일부러 한 것도 아니지만),
소비자가 실망했다고 하니
(대다수 고객이 만족했는데),
사과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고객 우려를 해소하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려 노력하는,
좋은 기업이라고 주장했을 뿐입니다.
애플은 먹는 사과밖에 모르는 모양입니다.
애플의 실수 3가지
애플은 아이폰 게이트를 해결할 때
3가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1. 소비자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소비자는 선택권을 원합니다.
왜 성능 저하 방식의 업데이트가 필요한지
전원이 꺼지는 현상은 왜 발생하는지
미리 안내받고 이를 선택하기 원합니다.
하지만 애플은 그저
'필요한 조치'였다고 주장할 뿐이었죠.
(ⓒ팀쿡 트위터)
2. 소비자를 속였습니다.
애플은 성능 저하 논란이 일어나기 전까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사실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침묵이 방조가 됩니다.
3. 보상안을 안이하게 세웠습니다.
이미 신형 아이폰을 구매한 소비자는
보상안에서 제외됐고
구형 아이폰 소비자에게는 할인금을 제외한
배터리 교체 비용을 떠안겼습니다.
심지어 배터리 교체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나 물량 조달 계획을
철저히 세우지 않아서,
고객들이 A/S 센터를 방문했다가
허탕을 치는 일이 수두룩합니다.
잘못은 애플이 했는데 소비자들의
시간과 돈만 낭비되고 있는 것이죠.
(ⓒ팀 쿡 트위터)
애플 사과는 최악의 말실수
말실수는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무너뜨립니다.
2010년 미국 멕시코만에서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를 일으킨
영국 석유회사 BP는,
하루 기름 유출량을 축소 발표해
거센 비난에 부딪혔죠.
BP가 발표한 하루 기름 유출량은
1,000배럴 규모였지만,
전문가 조사 결과 하루에만
60,000 배럴 규모의 기름이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잘못된 발표에 이어
BP CEO 토니 헤이워드(Tony Hayward)의
말실수가 이어집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고 해결을
나보다 더 원하는 사람이 없다.
내 생활을 되찾고 싶다"고 말합니다.
토니 헤이워드는
석유 유출로 삶의 터전을 잃은
해안가 주민이나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된 주변 생태계보다
자기 삶을 더 중요하게 여긴 셈이죠.
토니 헤이워드의 말실수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고,
BP는 한때 회사의 존폐를 논하는
위기까지 내몰렸습니다.
애플은 사과를 다시 해야
(ⓒGeorge Hodan)
기업의 위기관리는
적절한 사과에서 시작합니다.
전문가들은 사과에 꼭 필요한 요소로
여섯 가지를 꼽습니다.
①잘못을 후회한다고 표현하라
②일이 틀어진 경위를 설명하라
③자기 책임을 인정하라
④뉘우침을 선언하라
⑤피해 복구 계획을 말하라
⑥용서해달라고 호소하라
특히 책임 인정과 피해 복구가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애플은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 복구에 소극적입니다.
오만한 애플의 마지막 영광?
일각에서는 애플의 사과 태도에서
오만을 엿봅니다.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 복구에 소극적이라도
살 사람은 산다는 거죠.
미국 현지 리서치 회사
GBH인사이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애플은 판매한
아이폰은 2억 3,300만 대에 달합니다.
덕분에 아이폰은
'2017 세계 최다 판매 IT 기기'로
기록되었죠.
(ⓒ애플)
그러나 이대로 가다간 2017년은
애플에게 마지막 영광의 해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기업의 위기관리는 소송에 이겨
영업 이익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마음속 브랜드 가치를
지켜내는 일입니다.
애플의 브랜드 가치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애플만 모르는 것 같은데요,
진정한 위기는
지금이 위기라는 것을 모를 때
발생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