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류광현 2018.11.20
비싸도 너무 비싼 아이폰
애플의 혁신은
스마트폰 가격마저 진화시켰는데요,
아이폰 신제품 3종의 가격이 대단합니다.
아이폰 XS 맥스 512GB 196만 9,000원,
아이폰 XS 256GB 156만 2,000원,
아이폰 XR 128GB 105만 6,000원입니다.
(ⓒ애플)
충격적인 신제품 가격 발표 후
인터넷에선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한쪽에선 아이폰의 사용자 경험이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고 주장하고,
반대쪽에선 성능에 비해
폭리가 심하다고 비판했죠.
'팀 쿡'도 비싼 건 안다
이렇게 고가의 제품을 누가 살까요?
과연 판매량이 예전만 할까요?
애플 내부에서도 같은 고민을 한 모양입니다.
애플은 올 4분기부터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주요 제품의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팀 쿡 애플 CEO 트위터)
전문가들은 줄어든 판매량을
감추려는 꼼수로 해석했고,
주식 시장은 곧장
주가 급락으로 반응했습니다.
이에 애플은 판매 대수보다
제품별 판매 가격이 중요하다고 반박했죠.
3위로 떨어진 판매량,
그래도 애플은 매출이 늘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애플은 올 3분기에 2위 자리를
중국 '화웨이'에 내줬습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시장점유율을 12%로 유지했지만,
10%에서 13%로 약진한
화웨이를 막지 못했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블로그)
그래도 애플은 남는 장사를 했는데요,
오히려 1년 동안
매출이 29% 상승했습니다.
이 수치는 아이폰 평균 판매 가격을
28% 올린 결과가 반영된 것입니다.
판매량이 정체되거나 줄어도
매출이 늘었으니,
더는 판매량이나 시장 점유율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죠.
1위 삼성, 빛 좋은 개살구?
세계 시장에서 화웨이와 애플이
2위 자리를 다투는 사이,
부동의 1위는
시장 점유율 19%를 기록한 삼성입니다.
물론 최근 인도와 같은
신흥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중국 업체에 밀리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폴더블(접는) 스마트폰과 5G 스마트폰을
출시해서 이를 만회할 계획입니다.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8에서 기조연설 중인 삼성전자 IM부문장 고동진 사장 ⓒ삼성전자)
이른바 초격차 경영 전략으로
중국 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것이죠.
초격차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뜻합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실적에는
초격차 경영 전략이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애플 아이폰의
평균 판매 가격을 보면,
애플 아이폰이 793달러,
삼성전자가 220달러 수준입니다.
애플이 삼성전자보다
3배 이상 남기는 셈이죠.
왜 초고가 아이폰이 잘 팔릴까,
삼성이 놓친 것
삼성전자는 폴더블 및 5G 통신 등
신기술을 적용한 프리미엄폰이
평균 판매 가격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1등 기술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회사의 운을 건 셈인데요,
정말 기술만 믿으면 끝일까요?
(CES 2019 최고혁신상 2개, CES 혁신상 30개를 수상한 삼성전자 ⓒ삼성전자)
과거에도, 지금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기술력에서 항상 다른 기업을
멀찌감치 따돌렸습니다.
아마 미래에도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부족하길래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영업이익이 8배나 적을까요?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차이를
브랜드 충성도나 고급화 이미지 등
모호한 수식어로 설명하곤 합니다.
(ⓒ팀 쿡 애플 CEO 트위터)
왜 충성도가 높은지,
왜 고급스럽게 느껴지는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데요,
심리학 전문 저널인 '심리과학' 7월호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한 편 실렸습니다.
"고소득자는 경험을 소비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경영학부
이채호 교수 연구팀은
지난 15년간의 소비심리 선행 연구 및
미국 성인 1,000명 이상의 설문 조사를
분석한 후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소비 활동의 만족도가
경제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교육 수준이 높은 고소득자는
자아를 발견하고 향상하는 데 관심이 커,
여행, 공연 관람 등 경험 소비를 통해
큰 행복을 느낍니다.
반대로 교육 수준이 낮은 저소득자는
부족한 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현명한 소비에 초점을 맞춘다고 합니다.
즉,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물건을 구매할 때
큰 행복을 느낀 셈이죠.
아이폰 vs 안드로이드,
라이프 스타일이 달랐다
한마디로
고소득자는 경험을 소비하고
저소득자는 합리적 소비에
중점을 둔다는 것인데요,
아이폰 사용자는 어느 쪽일까요?
미국 유명 가격비교 사이트
슬릭딜스(Slickdeals)는
아이폰 사용자 1,000명과
안드로이드 사용자 1,000명에게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아이폰 사용자의 연봉이
안드로이드 사용자보다
평균 30%가량 더 높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아이폰 사용자의 연봉 수준과
경제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행복 기준을 종합하면,
초고가 아이폰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행동 방식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가격 대 성능비'의 물건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동안에,
아이폰 사용자는 아이폰을 통해
'경험'을 소비한 것입니다.
(시각장애인 스콧 리슨은 호주 미션비치에서 서핑을 즐긴다. 이메일, 뉴스듣기, 날씨 등 모든 일정을 아이폰XR을 통해 소화한다. 애플은 스콧 리슨 사례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강조한다. ⓒ애플 뉴스룸)
이런 배경이 있기에
삼성전자가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 업체의 추격에 줄곧 힘겨워한 반면,
애플은 스마트폰 가격을
200만 원 가까이 올려도 안정적으로
구매자를 확보할 수 있던 것이죠.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앞으로 삼성전자는
가성비의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가성비는 언제든지 중국 업체가
삼성전자를 앞지를 수 있습니다.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8, 삼성전자 IM부문장 고동진 사장 ⓒ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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