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재형 2018.01.26
경제 문제의 많은 부분은 국가 정책, 제도에서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런 국가 정책과 제도는 정치 활동의 결과물이기도 하죠. 때문에 현대 사회의 경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치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정치를 간단하고 쉽게 핵심만 집어서 설명하는 ['Professor Lee'의 정치 경제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규제,
대체할 것을 만들어야 없어진다
지난 [상편]에서는 정부가 규제를 하는 이유
3가지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규제는 항상 이유가 있고
대개 그 목적이 타당하기에
쉽게 없앨 수 없다고 설명했죠.
하지만 규제가 여러 사회적 비용을
만들어내는 것도 사실인데요,
이를 대체할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방법이 있다면 과연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바로 '시장'입니다.
시장, 즉 사람의 이기심을 이용해서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시장, 곧 이기심을 이용하라
시장 논리를 이용하는 것은 쉽게 말해
어떤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 대신,
그 행동을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비싼 비용을 치르게 만드는 것입니다.
즉 '가격'을 조정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대부분
그 행동을 하라고 해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때의 비용은
'벌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데요,
간단하게 차량 10부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차량 10부제
: 10일에 한 번 차량 운행을 쉬는 제도로
차량의 맨끝 번호와 1의 자리가 동일한
날짜에 자동차의 운행을 쉬는 것.
ex) 5555번이라면 5,15,25일에 쉰다.
어떤 번호를 가진 차를
타고 나오지 못하게 명령하고
이를 어기는 사람에게 벌금을 매기는 것은,
규제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입니다.
규제가 시행되면 시민들이
과도한 압박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
단속하고 벌금을 부과하고 징수하기 위해
수많은 인력들을 고용해야 하는데
여기에 상당한 예산이 들어가게 되죠.
하지만 이 문제를 가격을 통해서 접근하면
비용이 덜 들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같은 목적을 이룰 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시내의
주차비를 올리는 것입니다.
차를 못타게 하려고 돈을 쓰기 보다
차를 타면 발생하는 가격을 높이면,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고
또 사람들이 스스로 차를 덜 타게 만드는
효과도 더 뛰어날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의 이기심, 시장을 이용하면
규제를 통해 달성하려던 목적은 이루면서
동시에 불필요한 규제를 없앨 수 있습니다.
집단소송 역시 이런 가격 메커니즘을 이용해
규제를 줄이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위키피디아)
하천에 폐수를 불법적으로
방류하려는 기업이 있다고 합시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수많은 규제가 필요합니다.
시설 기준을 만들어야 하고
공무원들은 정기적인 검사를 해야 하고
보고서도 받아야 하죠.
이것들이 모두 규제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런 노력과 비용을 들여
규제를 한다고 해도 기업들이
폐수를 방류를 할 가능성은 여전합니다.
폐수 방류가 적발되면 물어야 할 벌금과
배상금, 변호사 비용 등은 대체로
완벽한 폐수 처리 시설을 하는 비용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기업은 법이 어떻든
일단 방류를 할 것입니다.
비용이 덜 들 뿐만 아니라
운이 좋으면 걸리지 않고 아예 벌금도
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분야에서의
집단소송을 허용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폐수 방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이
소송을 했을 때 물어야 할 배상금 등을
어마어마하게 지불할 가능성이 생기면
기업들은 비로소 고민을 시작할 것입니다.
규제 완화의 인프라
이렇게 가격을 통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소위 '규제 완화의 인프라'라고 합니다.
시장에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가격을 크게 매길 매길 수 있다면
정부가 어느 정도는 손을 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이런 기능을 맡으면
공무원들의 부패도 줄어들게 됩니다.
공무원들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드니까요.
그렇기에 정부가 만약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싶다면 ,
제일 먼저 집단소송제, 제조물 책임제,
배상 규모의 현실화 등
인프라 구축 작업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러한 인프라 하나 없이
무조건 규제를 풀라고 요청하는 것은
정부더러 직무를 유기하라는 것과 비슷합니다.
동시에 정부가 그토록 규제 완화를 외치면서
이런 인프라 구축 작업은
전혀 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가 있죠.
정부가 정말 규제 완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규제 완화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발상을 바꾸어야 합니다.
규제의 대안 즉, '시장'을 모색할 줄 아는
현명함이 없이 규제를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백년하청일 뿐입니다.
*백년하청(百年河淸)
: 백 년을 기다려도 황하(黃河)의 흐린 물은
맑아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오랫동안
기다려도 바라는 것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뜻.
참고 이재형(2002), [부패에 관한 규제 개혁의 효과와 구조적 변화의 추정], 규제연구, 제11권 제1호, 1~28.
전성철(1999), [안녕하십니까 전성철입니다], 중앙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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