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정 에스텔 2017.04.15
며칠 전, 직장인 고모 씨(30)는
개와 새를 합친 ‘개새’ 인형을 샀습니다.
그는 “평소 같으면 사지 않았을물건이지만,
회사일로 너무 화나고 열이 받아서
나도 모르게 위안을 삼으려고 샀다”라며
씁쓸하게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직장인 윤모 씨(29)는
며칠 전 택시를 타고 출근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하철을타고
출근했을 텐데, 아침에갑자기
상사의 육두문자가 생각나면서
갑자기 열이 확 받았다.
몸이라도 편하게 출근하고 싶어
택시를 불러 택시비 9,000원이 나갔다”
라고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이렇듯,
요즘 스트레스로 계획에 없던
돈을 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쓰지 않을 비용’을
‘시발비용’이라고부르는데요.
오늘은 ‘시발비용’과관련된
여러 가지 비용들,
그리고 ‘시발비용’이나타난 진짜 이유와
그 해결책에 대해 알아봅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뜻하는
시발비용은 SNS에서처음으로
등장하면서 젊은 층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가령,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날
대중교통 대신 택시 타기,
출근길에 고급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사 가기,
홧김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사기 등이 있습니다.
즉, 계획에 없던 충동 지출을함으로써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해소하려는 것이지요.
또한 시발비용과 연관된 비용으로는
멍청비용, 쓸쓸비용 등이 있습니다.
먼저 멍청비용이란,
‘멍청하지 않았다면 나가지
않았을 돈’을 뜻하는데요.
예를 들어,
영화를 보기 위해
토요일 6시로 예약했는데,
관람 날짜를 착각해서
다음 날인 일요일 6시에간 경우,
혹은 시험 당일 늦잠을 자
시험장에 가지 못한 경우 등
자신의 실수로 돈이 날아간
경우입니다.
다음으로 쓸쓸비용이란,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쓰는
비용‘입니다.
가령 혼자 있으면 너무 외로워
친구에게 밥을 사 주고 함께 있는 경우,
혹은 혼자 있는 것이 싫어
일부러 공연 등을 보러 가는 경우 등
안 써도 되는 비용이지만
혼자인 것이 싫어 쓰게 경우입니다.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
‘시발비용’으로 해소
한편, 지난 1월 24일~2월 1일까지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 910명을
조사한 결과,
80%가 스트레스 때문에홧김에
돈을 쓰고(시발비용),
81%가 부주의로 돈을 낭비 하며(멍청비용),
71%가 외로움에 돈을 지출했습니다
(쓸쓸비용).
이런 곳에 쓴 돈은
1인당 1년간 평균 60만2000원
수준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사람들의 소득 수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아주 적은 돈은 아닌 것이지요.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시발비용은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한 직장인들의 현명한 방법”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시발비용의 단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는데요.
“대부분 시발비용을 쓸때는
아주 큰돈이 들어가진 않지만,
자칫하면 엄청난 돈을 쓴 뒤
후회하게 되고,
거기에 대한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아 또 다른 시발비용을 쓰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시발비용 = 힐링비용?
한편, 이러한 시발비용에 대해
‘지친일상의 소소한 위로를 안겨주는’
일종의 ‘힐링비용’으로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장인 D 씨의 경우,
스트레스가 치밀어 오를 때면
점심시간에 미용실에 들릅니다.
펌이나 커트가 아닌, 단지
‘머리를 감기’ 위해서입니다.
D 씨는 “무슨만 원이나 주고
머리를 감느냐며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1만원짜리
한 장으로 이런 호사를 누릴
자격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갑과 을의 시대,
풀 곳이 없는 ‘을’은 서럽다
한 대학교수는 ‘시발비용’의 등장에 대해
“사회적 약자가 말로써
현실 지배적인 힘에 대한 불만과 저항을
표출하는 것”이라며,
“소수만성공하고 대다수는
낙오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 같은 소비행태를 만들어 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시발비용’과같은 신조어들을
젊은 층에서 많이 쓰게 된 것은
오늘날의 사회현실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는 비단 젊은 층의 문제만은
아닐 겁니다.
설령 취업이 된다 해도,
일부 기업들은 제외하고는
불안정한 취업구조,
하루 8시간 이상 근무,
야근 수당 미지급,
비현실적인 최저임금 등
최소한의 기본생활조차
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지요.
그렇기에 이들 중 상당수는
‘어차피큰돈 모으지도 못할 거
스트레스라도 풀며 살자’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찔끔찔끔’
시발비용을 쓰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치밀어 오르는 스트레스를
다른 이에게 털어놓자니
만났을 때 드는 비용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비용도 줄이고 스트레스도 풀자는
생각이 퍼지면서
소비 행태가 바뀌었다는 것이지요.
한편, 전문가들은 이러한
젊은 층의 작은 사치에 대해
‘을의서러움이 표출된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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