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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국가부도'가 발생한 결정적 이유

By 한대희 2019.01.11




영화 [국가부도의 날]
: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전염된 한국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피할 수 없었던 
한국 사회의 트라우마를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21세기 한국인의 삶을 뒤바꾼
1997년 12월의 아픔이 
21년이 지난 현시점에도
공감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997년 당시 한국은 
외환 위기라는 대형 산불에 대응할 만한 
화재 보험 혹은 소방차는 고사하고,

위기의 불씨를 끌 수 있는 소화기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습니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 재난 사태가 재발할 경우를 대비해서 
국가는 어떠한 대책을 세울 수 있을까요? 


(영화 '국가부도의 날' 프로모션 ⓒ네이버 영화)


1997년의 악몽 
: 왜 일어났을까?

영화 [국가부도의 날]의 한 장면에서
'OECD 29번째 가입'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등장합니다.

IMF 경제 위기가 닥치기 직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이 이룩한 엄청난 경제 성장
자축하는 분위기였죠.

하지만 이런 급격한 성장을 이루게 된
바탕을 살펴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영화 속 윤정학(유아인 분)
은행이 마구잡이로 단기 외채를 끌어들여
기업에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주는 
한국 경제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제조업체, 중소기업, 대기업, 은행까지 
'여신(與信)'으로 묶여있는 상황에서
누구 하나라도 빚을 갚지 못하면
도미노처럼 무너지게 되는 것이죠.

*여신이란?
: 금융기관에서 신용을 바탕으로
돈을 빌려주는 일.




국가부도 위기의 시작

이런 상황에서 1997년 초부터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로 
아시아 국가의 화폐 가치가 하락했고,

한국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동원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막으려 했습니다. 

환율 상승을 그대로 방치했다간
국민 소득 1만 달러의 타이틀과 
OECD 가입국으로서의 위상이 
무너지는 건 뻔한 결과였으니까요.

환율 방어를 위해 많은 달러를 투입하면서
보유 외환은 점차 줄어들었고,

경제 위기를 대비할 수 있는 기반은
그렇게 모래알처럼 빠져나갔습니다.

해외 투자자들은 이미 아시아 국가에 
퍼지고 있는 경제 위기를 감지하고 
투자했던 자본을 회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경상수지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등 국내외적으로 위기를 
알리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울렸습니다. 




국가부도의 결정적 이유

여기서 결정적으로 대한민국이 
외환 위기를 감당하지 못한 이유는,

기축통화인 달러가 유출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면서 불거진
'유동성 리스크(Liquidity Risk)'에 있었습니다. 

*유동성 리스크란?
: 자금 부족으로 결제 의무를 지키지 못하는 것.

외환보유액이 바닥난 상태에서
원화 가치는 시시각각 급락했고,

한국 경제가 불어난 외채를 
갚을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해졌습니다.

끝까지 부정하려 했던
국가부도의 현실이 닥친 것입니다.  

결국 한국 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
포함한 여러 국제기구로부터 
총 350억 달러를 지원받기에 이릅니다.


(IMF 구제 금융 신청을 발표한 날 당시 경향신문 기사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국가부도를 막기 위한 예방 대책
: ‘외환보유액’과 ‘통화 스와프’ 

이런 국가부도를 막기 위한 두 가지 카드로
'외환보유액'과 '통화 스와프'가 있습니다.

자칫하면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유동성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 
각국의 정부는 안정적인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확보합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18년 6월 부로 
4천억 달러를 돌파하였습니다. 

1997년 당시 외환보유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유동성을 갖게 된 것입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또한, 한국은 통화 스와프 체결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통화 스와프(Currency Swap)
국가 간에 서로 다른 통화를 교환하고 
일정 기간 후 원금을 재교환할 것을 
약정하는 거래입니다. 

양국은 계약 기간 동안에 
이자를 서로 교환하며, 

만기 시점에는 원금을 교환했을 당시의 
환율로 다시 원금을 교환하게 됩니다. 

통화 스와프의 유형을 살펴보면
국가 간 체결되는 양자 간 통화 스와프와 
특정 지역의 다양한 국가끼리 서로 맺는 
다자간 통화 스와프 등으로 나뉘게 됩니다. 

아래 표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한국, 중국, 일본, ASEAN 등이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금융위기 조기 경보 및 대응을 위해 시작한,
 
CMIM(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 Chiang Mai
Initiative Multilateralisation)
다자간 통화 스와프의 사례입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의 달러 유동성이 
축소되고 있었던
2017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한국은 또 같은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캐나다 및 스위스와 같은 
금융시장 내 입지가 단단한 국가와의 
통화 스와프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김동연 부총리, 한-캐나다 통화스왑 브리핑 ⓒ기획재정부)


‘조기 경보’를 울리고
대처할 수 있는 ‘현명함’이 중요! 

1997년의 IMF 위기
국제사회의 구제 금융과
국민들의 '금 모으기 운동'으로 
극복할 수 있었지만,

국가부도의 위기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유동성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는
안정적인 규모의 외화보유고를 확충하고 
다양한 나라와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는 등,
 
위기에 대응하는 물적 토대를 
중층으로 갖추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대외 경제 충격에 대한 
조기 경보를 울리고
국가 혹은 지역 간 공동 협력을 촉구하는 
경제 외교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과 더불어 
경제 위기에 경각심을 갖는 
현명함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경제 위기가 다시 찾아와도 
어리석고 무능한 선택을 반복할 것입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네이버 영화)

앞으로 다가올 2019년을 두고
일각에서는 10년 주기로 경제 위기가
닥친다는 위기설을 주장합니다.  

이렇게 비관론이 엄습한 시점일수록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에게 던진 
세 가지 주문을 명심해 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사고할 것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 것 

항상 깨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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