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유라 2018.01.15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이끄는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꼽은
2018년 가장 주목할 트렌드 키워드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입니다.
*워라밸
:"Work and Life Balance"의 약자로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을 중시하는 새로운 풍토를 말함.
실제로 LG계열 광고회사 HS애드가
120억 건의 SNS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워라밸이 SNS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이지만 2017년 하반기부터
폭증하는 추이를 보였다고 합니다.
'회사(직장) 생활'과 연관된 언어만 봐도
직장인 트렌드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는데요,
과거에는 '업무, 스트레스, 능력, 동료'가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소통, 퇴근, 주말, 휴가'처럼
직장 내 소통이나
퇴근 후 자신을 위한 삶을 소중히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일 많이 하는 국가
아마 예전보다 근무 환경이 나아져서
워라밸이 뜬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사실 한국은 여전히
워라밸을 실현하기 힘든 국가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3번째로
일을 많이 하는 국가입니다.
한국의 연간 노동 시간은(2016년 기준)
2,069시간으로 멕시코와 코스타리카에 이어
35개 회원국 중 3위를 차지했습니다.
참고로
미국의 연간 노동 시간은 1,783시간이고
독일은 1,353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노동 시간이 가장 적습니다.
(OECD 가입국 중 연간 2,000시간 넘게 일하는 국가는 한국과 그리스, 코스타리카, 멕시코 4곳뿐이다. ⓒOECD)
문제는 노동 시간이 지독히 길어도 한국의
노동생산성(시간당 창출하는 부가가치)은
OECD 국가 중 꼴찌에 가깝다는 것인데요,
같은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가 시간당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OECD평균(47.1달러)에 한참 못미치는
33.1달러에 그쳤습니다.
반면 미국 근로자는 2배인 63.3달러를,
OECD 국가 중 일을 가장 적게 하는
독일 근로자는 59.8달러를 생산합니다.
같은 1시간을 일해도
미국이나 독일 근로자가 한국 근로자보다
2배 더 많은 가치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OECD의 이런 사례에서 노동 시간이 낮을수록
생산성이 높아지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OECD 가입국 중 노동생산성은 하위권에 속하는 한국 ⓒOECD)
신세계 대기업 최초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이런 가운데 신세계그룹은 올해부터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임금삭감 없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작했습니다.
2018년을 주도할 워라밸 트렌드를
기업 문화로 정착시키고 노동 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입니다.
현행 법정근로 시간은
휴식 시간을 빼고 주당 40시간으로
하루 8시간 근무(9 to 6)가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요,
신세계그룹은 이를 주당 35시간
즉, 하루 7시간 근무(9 to 5)로
대폭 줄였습니다.
특히 근로 시간은 줄이면서
"임금 하락은 없다"고 밝혀
큰 주목을 받았죠.
(ⓒ신세계그룹)
흡연실 폐쇄, PC 셧다운제 실시
'집중 근로 유도'
새해 첫날부터 실시된
주 35시간 근무제로 인해
신세계그룹 내 업무 분위기는
극적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근로 시간 축소를 위해
2년 전부터 시뮬레이션을 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근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들을 마련했는데요,
대표적인 것으로 PC 셧다운제와
야근 잦은 부서의 임원·부서장 페널티 부과,
회의 체계 혁신 등이 있습니다.
오후 5시 정시 퇴근을 위해
정용진 부회장을 포함한 이마트 사무직
2천여 명의 PC가 5시 30분에 일괄적으로
종료되며 담당 임원의 결재 없이는
PC가 다시 켜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해외 출장 시 들고가는
노트북까지 한국 근무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꺼진다고 합니다.
또 야근이 자주 발생하는 부서의
임원·부서장은 평가 체계에서
감점이 되는 등의 페널티를 받게 되며,
업무 시간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회의도 간단한 내용은 보고서로 대체하고
'회의 1일 전 사전 공지, 1시간 내 종료,
1일 내 회의 결과 공유'하는 111제도를 통해
전격적으로 개편됐다고 합니다.
동시에 신세계그룹은
오전과 오후 하루 두 차례 2시간씩
'집중 근무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전에는 근무 중 언제든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러 나갈 수 있었지만
이제 집중 근무 시간에는 잡담을 금지하고
흡연실 문을 닫는 등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그런데 막상 퇴근 시간을 1시간 당겨보니
꼭 집중 근무 시간이 아니어도
다들 시간 내 업무를 마무리하기 위해
적당히 여유를 부리거나 친목도모하는 것을
자발적으로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 신세계그룹에 근무 중인 한 사원은
"오후 5시에 퇴근하려면 무조건
시간 안에 일을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일체 딴짓 안하고
업무에만 집중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회의도 타이트하게 바뀌어서
"할 말 있으면 한마디씩 해보라"던
과거의 느슨한 회의가 사라졌다고 하죠.
[출처: 중앙일보 "퇴근 빨라 좋겠다고? 좋은 시절 다 갔다"]
(ⓒ위키피디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업무 방식을 새롭게 혁신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 며,
"업무 시간 안에 주어진 일을 모두 마치고
퇴근 후 '휴식 있는 삶'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라고 밝혔는데요,
과연 그 의지가 엿보이는
강력한 근무 시간 조정 정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워라밸 근무'의 이면
①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한 꼼수?
그런데 이런 파격 정책이 사실은
회사의 비용을 줄이려는
'사측의 임금 깎기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는
"사측의 주당 근로 시간 단축은
2018 최저임금 상승 추세에 맞서
근로 시간을 줄임으로써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최저임금이 올라간 만큼
근로 시간을 단축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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