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류광현 2017.11.08
아직 흐리지만 비는 그쳤다
비바람이 물러가듯
갑자기 중국의 사드 보복이 그쳤습니다.
10월 31일 한국과 중국 외교부에서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를 공식화했죠.
해당 협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중국에
'3노(No)원칙'을 약속합니다.
중국의 이런 우호적인 태도가
왜 지금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립니다.
북한의 연이은 핵 도발로
북과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어서라는 말부터
한국과의 교류 단절로 인한 이득보다
손실이 크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고,
아니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고려한 것이거나,
또는 평창 다음에 열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세계 무대에서 체면을 세우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참 많은 분석과 의견이 오가는데
듣고 보면 다들 그럴싸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금의 분위기가
'해빙'이 아니라 '봉합'이라고 걱정합니다.
해결된 것이 아니라
잠시 중단한 것뿐이라고요.
만약 이런 예상이 맞다면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일인데요,
이제 우리는 중국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하루아침에 태도 바꾼 중국
해빙 이후 중국의 움직임은 상당히 빠릅니다.
지난달 31일 중국 청두시는
롯데 청두 복합상업단지 건설 사업의
2단계 착공을 위한
건설 시공 허가증을 발부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현대차는 그동안 미루어 온
제네시스의 중국 진출을 가시화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반조립 제품 수출이나
중국 현지 생산 판매 방식을 고려하고 있죠.
심지어 중국 내에서도 그동안 중단된
한국 단체 관광 여행 상품이
7개월 만에 처음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잘해주면 신뢰는 쉽게 회복된다?
그러나 중국의 해빙 무드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는
국내 기업들도 있습니다.
불륜을 목격한 배우자는
상대방을 용서한 이후에도
꽤 오래 불안과 불신에 시달리는 것처럼,
부서진 신뢰가
그렇게 간단히 복구되지 않기 때문이죠.
얼마 전 '중국 사업 철수'를 결정한
롯데그룹은 사드 보복이 그친 후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지금 분위기로 봐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로 눈을 돌린 듯합니다.
이달 초 인도네시아 재계 2위인
살림그룹과 손잡고 '인도롯데'를 설립하고
10월 10일엔 온라인쇼핑몰
'아이롯데'를 연 것이죠.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롯데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세계일보 추영준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한
국내 한 아이돌 기획사 대표는
중국 측에서 먼저
미팅 날짜를 잡자는 요청이 왔지만
미덥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 핵 위협이 변화무쌍하므로
중국의 '사드 보복'이 언제 어떻게 또 시작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한 번은 당했지만
두 번 당하지는 않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K-팝계, "두번다시 안속아"…中 '사드 해빙' 관심없어)
협력과 신뢰는 힘에서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 출신의
김은환 작가는 자신의 저서
[기업 진화의 비밀]에서,
"인간은 대규모 협력을 통해
오늘날 기업의 성장을 이루었다"라고
밝히는데요,
이에 대한 근거로 '사슴 사냥 게임'이라는
재미있는 비유를 들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사슴몰이에 나섭니다.
몰이에 나선 모든 사람이
각자의 위치를 단단히 지켜야
사슴 사냥에 성공하는데요,
한 사람의 눈앞에 토끼가 보입니다.
토끼를 잡으면 당장 이익을 얻지만
사슴 사냥은 실패합니다.
게다가 협력해서 사슴을 잡는 편이
혼자 무리에서 이탈해 토끼를 잡는 것보다
더 큰 고기를 얻습니다.
그렇지만 사슴 사냥은 불확실하고
토끼는 확실합니다.
사슴 사냥에 나선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당장 토끼를 잡을까요,
협력 관계를 유지해 사슴을 잡을까요?
같은 책에 나온
미국 경제학자 맨커 올슨은 자신의 저서
[집단행동의 논리: 공공재, 집단의 이론]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이라도
적절한 명령과 통제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즉, 각자의 도덕과 양심에 맡겨서는
사슴 사냥에 실패하게 되며
지도자가 집단을 통제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죠.
중국을 통제해야 한다?!
이런 집단행동의 논리는
공공의 이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정부의 행동을 돌아볼까요?
정치적 견해가 일부 다르다는 이유로
지금껏 쌓은 경제적 신뢰 관계를 깨뜨렸습니다.
그것도 공식적으로는
'사드 보복'이 없다고 잡아떼면서
국내 기업들을 괴롭혔습니다.
이렇게 국제 관계에서는 옳고 그름보다
힘의 논리가 우세한 일들이 발생합니다.
약자의 약속은 약속이 아닌 것이죠.
이럴수록 우리는 중국을 통제해야 합니다.
통제할 때 신뢰가 지켜집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중국을 통제할 수 있을까요?
힘의 논리로는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중국에 명령할 수 없고
중국을 힘으로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관계를 통해서는
중국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롯데그룹이 중국 시장 철수를 번복하지 않고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도 같은 논리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우리 눈치를 보게끔
새로운 경제적 협력 관계를 쌓고
시장 장악력을 키워야 합니다.
아시아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해서 언급한
"호혜적인 무역협상"을 이끌어내
한미 통상을 강화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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