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스타트업 #반도체
By 공성윤 2020.12.03
2019년 중순, 안 그래도 경색되었던
한일 관계가 악화된 일이 있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2019년 7월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의
한국 수출에 규제를 걸었기 때문이죠.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사회적으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펼쳐지는 등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았습니다.
당시 사태는 양쪽 모두에게
경제적 피해를 입혔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측면도 있습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와 부품에 대한
자립 의지를 키우게 된 것이죠.
일명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스타트업들이
하나둘씩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① 코팅 기술
2019년 6월 설립된
‘이노션테크’는 친환경 화학재료를 활용한
표면 처리 전문 스타트업입니다.
표면 처리 일명 코팅 기술과
전자부품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은데,
코팅 기술은
반도체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요소입니다.
반도체의 내구성을 높여
열, 외부 충격 등에 오래 견디게 하여
제품 수명을 대폭 늘려주기 때문입니다.
비단 반도체뿐만 아닙니다.
디스플레이, 전기차, 스마트 센서,
배터리 소재 등
적응 가능 제품군은 무궁무진합니다.
이 때문에 이노션테크의
사업 확대 방향도 다양할 전망입니다.
코팅 기술이 상용화되면
연간 800억 원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하죠.
최근 이노션테크는
국내 최대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화장품 용기 제조 과정에
기능성 나노 소재를 입히는
기술을 공급하기 위해서입니다.
용기의 내구성이 좋아지고
원가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코팅 기술은 화장품을 비롯한
바이오 분야에도 널리 쓰일 수 있습니다.
② 마스크
또 다른 스타트업 ‘이솔’은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2018년 1월 설립된 이 기업은
중고 신인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
24년 동안 몸담았던 김병국 대표가,
네덜란드 유명 반도체 장비 제조사
ASML 출신 인력 등
반도체 전문가 10여 명과 함께 창업했죠.
이솔은 반도체용
마스크 검사 장비를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마스크’란
얼굴에 쓰는 가면이 아닙니다.
이는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미세회로 모양을 새겨놓은
기판(포토마스크)을 생산하는 데 활용하는
‘블랭크 마스크’를 뜻합니다.
당연히 반도체 제작의
핵심 소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블랭크 마스크는 반응시키는
빛의 파장에 따라 품질이 나뉘며 이 중에서,
극자외선 반응 제품이
고급으로 분류됩니다.
이 극자외선 마스크 검사 장비가
이솔의 주력 제품인데요,
세계적으로
일본이 꽉 잡고 있던 분야입니다.
이 분야에서 국산화가 이뤄지면
연간 1,000억 원 규모의 수입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솔은 이미
지난해 세계적 연구기관과 협업해
마스크 검사 장비 개발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병국 이솔 대표는
작년 9월 언론 인터뷰에서,
“앞으로
반도체 테스트베드(제품 시험 시스템)에
마스크 검사 장비를 활용하면,
일본 회사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도체 기술 독립에
한 획을 그은 셈입니다.
③ 주파수 필터
한편, 2017년 2월 출범한 스타트업
‘이랑텍’은 5세대 이동통신(5G) 관련 부품을
전문적으로 개발∙생산하고 있습니다.
‘상호간섭제거 필터’가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말이 어렵습니다만
차근차근 풀어보면 간단합니다.
상호간섭제거 필터는
여러 통신사 주파수를 통합하거나
특정 주파수를 걸러서
통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부품입니다.
물에서 해로운 성분을 걸러내는
정수기 필터처럼 일종의
‘주파수 필터’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 상호간섭제거 필터는
그동안 한국이
수입에 의존해온 부품입니다.
하지만 이랑텍이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지난 7월에는
일본의 대표 이동통신사
KDDI와 70억 원 규모의
부품 공급 계약까지 맺었습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아예 역수입까지 성공시키는
쾌거를 이룬 것입니다.
정부도 소부장 분야에서
스타트업을 적극 밀어주기로 했습니다.
11월 26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소부장 강소기업 100곳의 대표와
유관기관이 모인 자리에서
‘강소기업 100 출범식’을 열었습니다.
이들 기업의 기술개발(R&D)을 위해
중기부는 125억 원 규모의
지원책을 발표했죠.
소부장 지원 관련 예산도
내년에 더 늘리기로 했습니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주권 독립을 이룬 지 75년 되는 해입니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완전한 독립을 이뤘다고 보긴 힘듭니다.
특히 소부장 분야만큼은
일본이 여전히 세계적인 강국입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에 포함돼
수차례 검색어 순위에 오른
불화수소는 일본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9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죠.
늦었지만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번에 스타트업과 관련 업계가 힘을 모아
진정한 경제 독립까지 이뤄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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