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류광현 2019.05.11
고가의 악순환
미술작품은 비쌉니다.
무명의 작품도 몇십만 원 정도로
일반인들이 쉽게 구매하기 어렵습니다.
높은 가격 탓에
대리 만족을 해주는 상품이 널리 팔리지만,
인테리어 소품 형태로 제작한
프린트에서는 원본의 질감을 느낄 수 없죠.
이렇게 비싼 가격 탓에 구매자는
미술품을 선뜻 구매하지 않고
신인 예술가는 생계가 막막합니다.
구매자는 큰돈이 들어가기에
미술 시장을 외면하거나
자기 취향과 무관한 유명 작품만 찾고
신인 예술가는 '알바'로 내몰립니다.
이런 악순환은 미술품
유통 구조에 문제가 있기에 발생하는데요,
만약 할부 서비스로
구매자의 부담을 줄인다면
얘기가 달라질까요?
무이자 10개월 할부로도 부족하다
이미 일부 판매처에서는
신용카드 할부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사회적 기업 에이컴퍼니는
카페 '그림가게, 미나리하우스'에서
자사 멤버십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공개하고,
신용카드 무이자 10개월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죠.
하지만 10개월 할부로는
고가의 작품을 감당하기가 버겁습니다.
예를 들어,
작품 감정가가 1,000만 원이라면
10개월 할부 서비스를 받아도
매달 100만 원을 내야 합니다.
그렇다면 혹시 60개월 할부
즉, 5년 동안 나눠서 지불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림가게, 미나리하우스 전경 ©에이컴퍼니)
60개월 할부라면?
고가의 명품을 취급하는 쇼핑몰
나눔몰에서는 할부 기한을
60개월까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자는 일정 기간까지는 무이자,
그 이후부터 내는 방식입니다.
나눔몰에서는 할부 개월 수가 커서
오디오, 카메라, 생활가전 등
일반 상품 이외에 미술작품도
꽤 비중 있게 다루는데요,
미술작품의 경우 국·내외 작가의
80여 작품을 망라하여 취급하고 있으며,
가격도 적게는 23만 원부터
1,437만 5,000원까지 다양합니다.
(미술작품 카테고리를 꽤 비중 있게 다룬다 © 나눔몰)
대출인가, 할부인가?
그런데 이런
나눔몰의 할부 서비스는
일반적인 신용카드 할부 서비스와
성격이 좀 다릅니다.
(나눔페이 이용 가능 금액을 먼저 조회한 후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안내문에는 이용금액 조회로 신용 등급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나온다. © 나눔몰 이용방법)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간단히 말해 나눔몰은
소비자와 할부 금융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소비자는
할부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아
상품을 구매한 후
매달 대출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방식인 셈이죠.
여기서 할부 금융사가
왜 등장하는지 의아할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다름 아닌
60개월 할부 서비스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나눔몰에서 가장 비싼 미술작품인
웨인 찰스 로스(Wayne Charles Roth) 작가의
'프렌치 키스(French Kiss)'는 일시불 구매 금액이
약 1,437만 원이지만,
60개월 할부로는
매달 약 32만 원만 내면 됩니다.
자동차와 비슷하죠.
단, 60개월 할부로 구매하면
일시불 구매금액보다 약 485만 원,
단순 계산해도 약 33%를 더 내야 합니다.
(홈페이지에서 가장 비싼 작품이다 ©나눔몰)
저축은행의 속사정
나눔몰의
할부 금융사는 저축은행입니다.
저축은행은 왜 이렇게 복잡한
사업 방식에 참여했을까요?
저축은행으로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사업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종합 검사 대상 금융회사를 선정할 때,
저축은행에 한해서만
'광고비 비중'을
금융소비자 보호 지표로 확인합니다.
광고비 비중이 높을수록
평가가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정부에서는 저축은행의 광고비 때문에
대출 원가 비용이 상승해
고금리를 유발하는 데다가,
대출 광고로 인해
소비자가 고금리 대출에 너무 쉽게
노출된다고 보는 것이죠.
(©OK저축은행)
저축은행은 지점이 많지 않아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금융감독원의 기준 때문에
광고비 비중을 낮추면서도
대출 상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상황이죠.
그런데 이런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나눔몰입니다.
나눔몰을 통해 광고비 비중을 낮추면서도
대출 고객을 모을 수 있으니까요.
프레임에 따라 달라지는 시선
나눔몰에서는 일련의 할부 과정을
나눔페이라는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대출 심사라는 용어 대신에
나눔페이 이용한도 금액 조회로
프레임을 새롭게 설정하죠.
바라보는 틀이 바뀌면
대상에 관한 평가도 달라집니다.
대출을 받는 것과
할부 서비스를 받는 것은
느낌이 꽤 다르죠.
프레임을 새로 짜는 일이
마냥 나쁜 건 아닙니다.
형식이 어떻든 간에
고객은 물건값을 60개월로 나누어,
원하는 상품을 원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으니까요.
단, 생각보다 내야 할 돈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은 명심해야 합니다.
꼼꼼한 소비자가
현명한 소비 생활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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