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재형 2017.12.24
경제 문제의 많은 부분은 국가 정책, 제도에서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런 국가 정책과 제도는 정치 활동의 결과물이기도 하죠. 때문에 현대 사회의 경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치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정치를 간단하고 쉽게 핵심만 집어서 설명하는 ['Professor Lee'의 정치 경제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지난 시간에는 미국 국회의원들과 달리
한국 국회의원들이 소신 없는
거수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잘못된 정치 제도에 있음을 알아봤습니다.
행정부는 대통령제로 운영하면서
국회는 내각제식으로 운영하기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불분명해진 것인데요,
오늘은 이런 제도의 문제점을
조금 더 깊이 다룬 후
도대체 우리나라는 왜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섞어놓은 것인지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당론 VS 여론,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국민 여론과 당론이 서로 다를 때
그중 어느 것을 따르는 것이 옳을까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정치 체제가
내각제냐 대통령제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내각제에서는 당론이
국민 여론보다 우선됩니다.
그렇게 해도 국민의 뜻이
무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각제하에서는 집권당이 정치를 잘못하면
언제든지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여
정부를 바꿀 수도 있고
집권당을 쫓아낼 수도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내각이 바뀌는
가까운 나라 일본의 사례가 대표적이죠.
(아베 신조 총리와 그 내각 ⓒ위키피디아)
그러나 대통령제하에서는
대통령의 임기 동안은
아무리 국민이 싫더라도
쉽게 대통령을 바꿀 수 없습니다.
때문에 국민은 자신들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통해 의사를 표현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제대로 된 나라치고
대통령제하에서 의원들을
당론이라는 것으로 묶어놓고,
국민 여론을 무시하도록
강요하는 곳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민이 당을 교체하거나
당에 쫓아낼 수 없음에도
당론이 여론에 우선되는 이상한 상황이고,
이런 상황 역시 1편에서 소개한 것처럼
행정부는 대통령제를 택하면서
국회는 내각제식으로 운영하는
모순된 선택을 했기에 벌어진 것입니다.
(미국 국회의사당)
반면 미국에서 아무리 여소야대가 형성되도
정치가 얼마든지 잘 풀려가는 이유는
의원들에게 당론이라는 족쇄가 없고,
대통령과 국회 국민을 향한
정치를 할 수 있는 배경이
형성돼있기 때문이죠.
대통령제와 내각제가 섞인 이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다 이렇게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섞게 된 것일까요?
우리 헌법의 기초를 만든 사람들이
대통령제와 내각제가
잘 섞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이원집정부제,
즉 혼합정부인가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헌법상으론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으면서
마치 내각제처럼 국무총리를 두고
총리 임명에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국무회의란 것을 두고
국정을 심의하게 했을 뿐 아니라
총리로 하여금 내각을 관장토록 했습니다.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그럴듯하게
섞어놓았을 뿐입니다.
(한국 국회의사당)
사실 행정부에서 내각제와 대통령제를
섞은 것까지는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국회 쪽, 즉 당을
내각제 형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대통령제와 맞지 않는 것입니다.
내각제하에서는 당이
선거 기능, 충원 기능, 정책 기능의
3가지 기능을 다 수행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제하에서의 당은
선거 기능과 충원 기능만 수행하고
정책 기능의 대부분은 의원들,
즉 국회에 주어야 합니다.
의원들을 당론이라는 족쇄로부터 풀어줘야
대통령제하에서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영원히 '거수기'내지 '빈둥빈둥'하는 존재로
국민들에게 비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국회의원들만 탓하지 말고
제도를 탓해볼 때입니다.
*34개 OECD 국가들의 정부 형태
일본을 포함한 영국, 스페인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은
미국, 한국, 멕시코, 칠레인데
이 중 미국과 멕시코는 연방제국가로서
사실상 대통령제는 한국과 칠레뿐입니다.
이원집정부제는 프랑스, 포르투갈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참고-전성철(1999) "안녕하십니까 전성철입니다." 중앙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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