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w 2017.10.21
30대 그룹, 20년 전과 비교해보니
1997년 11월21일,
외환위기에 빠진 한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조만간 20년을 맞습니다.
그 시절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연쇄 부도와 대량 실직, 가정 해체 등
사회적 혼란이 극심했던
참 가슴 아픈 시기였는데요,
외환위기는 한국 재계의 구도도
완전히 뒤바꿔놨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TV뉴스. ©MBC)
1997년 중반부터 이듬해까지
하루 평균 500여 곳의 기업이
자금난을 버티지 못하고 도산했는데,
누구도 망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던
30대 그룹조차 예외가 아니었죠.
3곳 중 2곳은 역사 속으로
현재 재계 순위는
20년 전과 비교해 어떻게 바뀌었는지
한번 알아볼까요?
공정위의 대기업 집단 분류에 따르면
1997년의 30대 그룹 중
2017년에도 명맥을 유지하는 곳은
삼성, 현대차, LG, SK 등
11곳에 불과합니다.
1990년대 중반에는 많은 대기업이
'사업 다각화'라 쓰고
'문어발식 확장'이라 읽는(……)
무리한 차입경영으로
부실 위험을 스스로 키워갔는데요,
*차입경영
: 회사 경영이 과도한 부채(차입)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것.
그렇게 덩치만 키우던 많은 그룹이
외환위기라는 외부 충격을 계기로
공중분해되는 운명을 맞게 됩니다.
(©KBS)
사라진 굴지의 그룹들
대표적인 사례로
1990년대 말 현대에 이어
재계 순위 2위까지 올랐던
대우그룹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당시 대우는 섬유, 무역, 건설, 조선,
중장비, 자동차, 전자, 통신, 관광, 금융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 진출했으며,
김우중 회장의 '세계경영' 전략에 따라
해체 직전 300여 개 해외 법인에서
연 60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MBC)
그러나 무리한 확장 경영에 따른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1999년 10월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주요 계열사가 모두 떨어져 나가며
그룹 해체 수순을 밟았습니다.
*워크아웃(Workout)
: 부도 위기 기업 중에서
회생시킬 가치가 있는 기업을 재무구조를
개선해 살려내는 작업.
(©MBC)
무역, 자동차, 금융, 건설 등을 아우르는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가
외환위기 후 주요 계열사가 모두 매각된
쌍용그룹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쌍용그룹의 위기는
1990년대 초반 자동차 사업 진출 때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은데요,
자동차 애호가인 김석원 회장의
개인적 취미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
쌍용의 자동차 사업 진출은
막대한 적자만 남긴 채
우량 계열사의 동반 부실로 이어졌습니다.
(©KBS)
진로그룹은 젊은 세대라면
참이슬 소주를 만드는 회사 정도로 알겠지만,
한때는 유통, 터미널, 금융, 건설, 제약 등
20개 넘는 계열사를 거느린
어엿한 재벌 그룹이었습니다.
하지만 확장 일변도 경영의 후유증으로
핵심 사업인 맥주는 OB에,
소주는 하이트에 매각했으며
다른 계열사도 모두 정리돼 사라졌습니다.
분식회계, 횡령 등으로 사법처리를 받은
장진호 전 진로 회장은
10년 넘게 해외 도피생활을 하다
2015년 중국에서 심장마비로 숨졌습니다.
(©기아자동차)
20년 전 재계 순위에서는
기아, 해태, 뉴코아 같은
이름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지금도 자동차, 제과, 아울렛 등으로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외환위기 이전에는 초대형 재벌로
더 잘나가던 곳들입니다.
또한
고합그룹, 거평그룹, 신호그룹 등과 같이
요즘 세대는 아예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을
낯선 기업들도 여럿 볼 수 있습니다.
(IMF 관리체제에서 졸업한 2001년의 TV뉴스. ©MBC)
한국은 당초 계획보다 3년 이른
2011년에 구제금융 상환을 마치고
IMF 관리체제를 완전히 졸업했습니다.
그렇지만 IMF 이후에도
새로 생겨나는 기업들,
승승장구하다 훅 사라지는 기업들은
꾸준히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코스피 상장기업의 평균 수명은
32.9세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경영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기에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 해도
순식간에 도태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재계 순위에서도 새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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