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정근태 2017.06.21
(국회 시정연설중인 문재인 대통령 ©공감포토)
최근 우리 사회 각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및 공약과 관련하여
찬반 의견이 들끓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통신비 인하 정책입니다.
*통신비 인하 정책
: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한
공약 중 하나로 1만 1천 원의
통신비 기본료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핵심.
현재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기본료 폐지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히면서
통신료 인하는 사실상 무산된 상황인데요,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에 나선 대부분의 후보들을 비롯해
역대 정권에서도 항상 내세운
공약이었던 통신비 인하 정책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지금부터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
(이명박 전 대통령 ©공감포토)
2007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후 즉각 '통신비 20%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었고,
더불어 가계 통신비 부담을
30% 가량 낮추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었죠.
(박근혜 전 대통령 ©korea.net)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도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두 정권 모두 말로
약속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한 뒤 실제로
'이동통신 요금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기본료 1천 원을 인하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일명 단통법)을 내세워서
이동통신 가입비를 폐지했었죠.
이렇듯 매 정권마다 통신비 인하는
중요한 화두였는데요,
그 이유는 국내 가구 소비 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기 때문입니다.
국내 가구 통신비 평균 지출액은?
2014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 기준 국내 통신비 지출은
평균 15만 원 정도입니다.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 2016년 4분기 ©국가통계포털 KOSIS)
4인 가구로 치면
1인당 약 7만 5천 원을
통신비로 지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통신사 3사
(KT, SKT, LG)는
매년 조 단위의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렇기에 소비자들은
통신비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생각하며
정부가 추진하려고 했던
기본료 인하 정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1만 1천 원의 기본료가 절감되는 것이
소비자에게 정말 이익일까요?
1만 1천 원의 대가는?
만약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지금처럼 무산되지 않고
발효되었다면,
국민 1인당 1만 1천 원의
통신비 기본료가 절감되는 반면
이동통신사는 약 7조 2천억 원의
매출 손실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 손실을 받게 된 기업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가까운 곳에 이런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이스라엘인데요,
2010년대 초 이스라엘에는
우리나라처럼 통신 업체가
3곳이 있었습니다.
또한 당시 이스라엘에서도
통신비가 너무 비싸다는
국민들의 불만이 일고 있는 상황이었죠.
이에 정부는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통신 시장을 개혁하여
통신 업체를 3개에서 5개로 늘리고
알뜰폰 업체 4곳을 인위적으로
시장에 진입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구 850만 명의
작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통신사들은 가격 인하 경쟁을 벌였고,
소비자들은 통신비 절감 혜택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통신비 절감 혜택을 입은 반면
통신 장비 업체와 통신 기반의
스타트업 창업이 급격하게 위축되었고,
ICT(정보통신기술)투자 역시도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산업 전반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위 그림처럼 가계, 기업, 정부라는
3가지 경제주체는 하나로 묶여있습니다.
때문에 그중 한 경제주체가 변화를 겪으면
결국 3가지 주체 모두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 때문에)
이통사들이 기본료를 폐지하고
정액제 기반의 데이터 요금을
종량제로 바꾸는 등,
요금체계를 지금보다
불리한 방향으로 만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말을 했습니다.
또 "기본료 등 요금인하를 강요받은
통신사들이 5G나 loT에
투자할 이유가 있겠냐"고 반문합니다.
현재 이통사들은
2018년 평창올림픽에 맞춰
5G 시연서비스 같은
2019년 5G 상용화를 위한 설비 투자에
약 6조 원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공감포토)
경제주체 중 하나인 정부의 진정한 역할은?
정부가 국민의 소비 지출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사회적 후생의 극대화를 도모하는 측면에서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사회적 후생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국가 경제 순환 시스템을
비효율적으로 운영한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국가와 소비자들이 떠안게 됩니다.
정부는 미래를 위해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새로운 성장 동력 인프라를 구축해서
ICT경쟁력을 강화하자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ICT 경쟁력의 토대가 되는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는 이통사들에게는
자율규제가 아닌 행정지도를 통해
요금 인하를 강요하는 상황인데요,
당장 4인 가구가 얻는
월 4만 4천 원의 이익과
7조 2천억 원 정도로 예상되는 기업의 손실
어떤 것이 더 사회에 이득일까요?
통신비 기본료 폐지가 몰고 올 재앙은
부를 축적한 이통사들에게만 따를까요?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재추진된다면,
이 문제도 다시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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