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유라 2019.02.14
초특가 할인의 유혹
쇼핑을 하기 전 우리는
한 가지 결심을 합니다.
'필요한 것만 사자'라고요.
하지만 '반짝 할인', '초특가'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그 결심은 물거품이 되어버리죠.
원래 가격과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할인된 가격이면
지금 필요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일단 사고 보자"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할인 행사의 전략에는
흥미로운 이론이 숨어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입니다.
'앵커링 효과'란?
'앵커(anchor)'는 배의 닻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입니다.
배가 한번 닻을 내리면
아무리 멀리 나가려 해도
닻에 묶인 밧줄 범위 밖으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걸 다른 말로
'정박 효과', '닻 내림 효과'라고 하는데요,
잘 모르는 정보에 대해 이야기할 때
누군가 먼저 기준점을 제시하면,
무의식적으로 기준 안에 갇혀
본인만의 생각을 말하기 어려워지는 것도
앵커링 효과에 해당합니다.
"아프리카의 UN 회원국 수는?"
앵커링 효과와 관련된
유명한 실험이 한 가지 있습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교수의 친구이자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꼽히는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교수의 실험으로,
카너먼은 실험 참여자들에게
1부터 100까지의 숫자가 적힌
숫자판을 돌리게 한 뒤 이렇게 질문합니다.
"UN에 가입한 국가 중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은 얼마나 되나요?"
그러자 사람들은 본인이 돌린 숫자판에서
무작위로 얻은 숫자를 바탕으로
질문에 대답했다고 합니다.
20이라는 숫자가 나온 사람에게
아프리카 나라 중 UN 회원국이
얼마나 되느냐고 되물었더니
40%보다 낮은 수치로 대답했고,
마찬가지로 숫자 70이 나온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니
'80%'정도라고 답했다는 것입니다.
행운의 바퀴에서 나온 숫자는
아프리카에 있는 UN 회원국 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사람들의 대답을 보면
꽤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연한 결과로 제시된 숫자가
전혀 관련이 없는 생각에 대한
하나의 기준점이 되어버린 것이죠.
정말 싼 걸까?
할인가격의 비밀
앵커링 효과를 이용한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할인행사입니다.
보통 할인행사를 진행하면
할인가를 크게 강조하고 그 옆에
할인하기 전의 가격을 표시합니다.
원래의 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할인 가격만 표시할 수도 있는데
굳이 두 번 표시하는 것이죠.
이는 할인 전의
높은 가격을 본 소비자가
무의식적으로 상품 가치의 기준을
기존 가격에 두고,
할인된 상품을 사면 그만큼
이득을 본다는 생각을 하게 유도한 것입니다.
그래서 같은 물건이라도
5,000원이라는 할인가를 표시하기보다,
10,000원이라는
할인 전 가격에 선을 긋고
옆에 5,000원의 할인가를 강조하면
마케팅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죠.
종종 이를 악용하기 위해
원가를 일부러 높게 매겨
많이 할인한 것처럼
속임수를 쓰는 곳도 더러 있습니다.
이제는 속지 말자
텅 빈 통장 잔고를 보며 생각합니다.
"누가 내 월급 훔쳐 갔지?"
사라진 월급은
할인가로 우릴 속인 판매자와
할인가에 속아버린 우리가 훔쳐 갔습니다.
그러니까 물건을 구매할 때는
사전에 뭘 살지 메모를 하면
통장을 보며 우는 일을 줄일 수 있겠죠?
앞으로는 길을 가다가
할인 행사를 마주해도,
'앵커링 효과'를 이용한 판매자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음을
꼭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출처: [상식으로 보는 세상의 법칙 : 심리편], 이동귀, 21세기북스. YTN 사이언스 [앵커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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