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상혁 2017.06.15
'골프는 신사의 스포츠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알고 계실 텐데요,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PGA 피닉스 오픈'은 다릅니다.
*PGA
: 미국 프로골프협회
(Professional Golfers`
Association of America)
*PGA투어
: PGA에서 독립한 미국 프로골프 리그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 TPC 스코츠데일에서 열리는
웨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 대회는
다른 골프대회와 달리
갤러리(관람객)들의 응원이 허용됩니다.
사실 일반적인 PGA투어 대회는
고급 스포츠를 지향합니다.
선수들은 신사처럼 입고 행동하며,
갤러리들 역시
점잖은 관전 매너를 보여야 합니다.
선수가 공을 칠 때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기본 에티켓이고,
선수가 실수해도 야유를 해서는 안 되며
안타까운 탄식만 허용되죠.
차별화 마케팅을 하는 피닉스 오픈
(ⓒ피닉스오픈)
그러나 피닉스 오픈은 다릅니다.
피닉스 오픈을 찾은 갤러리들은
맥주를 마시고 고함을 지르며
선수가 실수를 하면
대놓고 야유를 던집니다.
특히 16번 홀(파3)는
피닉스 오픈만이 가진 매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곳입니다.
(피닉스오픈 16번 홀 ⓒGOLF.com)
16번 홀은
T샷을 하는 '티잉' 그라운드에서
퍼팅을 하는 그린까지
사방에 스탠드형
관중석이 들어차 있습니다.
수용 가능 인원은 2만 명으로,
잠실 체육관 수용인원인
1만 2천 명보다 약 2배 가까이 많죠.
그런 대규모 관중들이 지켜보는
그린 위에서 공을 치는 선수들은
만여 명 가까운 관중의 눈초리를
뒷덜미에 느끼면서 퍼팅을 하는데요,
이때 선수들은 마치 관중이 꽉 찬
콜로세움에서 싸우는 검투사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슈퍼볼에도 꿀리지 않는 피닉스 오픈
피닉스 오픈은
대개 슈퍼볼과 일정이 겹치는데요,
하지만 흥행 걱정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2015년에 슈퍼볼이
피닉스 오픈이 열리는 스코츠데일과
아주 가까운 '글렌데일'에서
열린 적이 있습니다.
피닉스가 서울에서 열렸다면
슈퍼볼이 열리는 글렌데일은
성남과 수원 정도라고 볼 수 있는데요,
두 경기의 최종 라운드가
같은 날 같은 지역에서 열렸음에도
8만 명이 넘는 갤러리가
피닉스 오픈에 몰렸습니다.
이렇듯 피닉스 오픈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중들이 몰리는
골프대회 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그 많은 관중들이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아서,
1997년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16번 홀에서 홀인원을 한 후
요란한 어퍼컷 세레모니를 펼치자
우즈를 향해 수없이 많은
맥주 깡통이 날아들었던 일이 있었고,
2001년에는 중요한 순간에
오렌지가 갑자기 굴러들어와서
경기를 방해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 일로 우즈는 무려 13년 동안이나
피닉스 오픈에 참가하지 않았죠.
미국에서 골프의 인기가
하락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골프의 인기가
많이 사그라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피닉스 오픈의 인기만큼은
더욱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차별화에 있습니다.
피닉스 오픈은 단순한 골프대회를 넘어서
지역 주민 전체가 참가해
즐기는 축제가 되었으며,
또 주최 측은 골프장 근처에
임시 무대를 세워 록 콘서트도 개최합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올해 2월에 펼쳐진 피닉스 오픈은
역대 최다 관중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요,
최종 집계된 관중 수는 6일 동안
총 65만5천434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한편, 이날 이뤄진 경기의 결과는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 선수가
4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으며,
한국의 안병훈 선수는
아쉽게도 6위를 기록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콧대 높은 PGA 대회에서
격식 없이 펼쳐지는 피닉스 오픈은
골프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골프 강국이라는 명성을 가진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피닉스 오픈처럼 차별화된 골프대회가
하나쯤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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