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박동수 2018.06.04
우리나라 최대 수입 품목은?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출하는 품목은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 등 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수입하는 품목은 무엇일까요?
바로 원유(석유)입니다.
(우리나라 10대 수입 품목 ⓒ통계청)
우리나라는 원유를 수입하여 정제한 뒤
이를 휘발유, 경유, 등유 아스팔트 등으로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으며,
정제한 유종을 다시
외국으로 수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름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 10대 수출 제품에
석유 제품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죠.
(최근 우리나라 10대 수출 품목 ⓒ통계청)
*'석유'와 '원유'
: 석유는 깊은 땅 속 등 자연에서
액체 상태로 산출되는 탄화수소의 혼합물이며
원유는 정제하지 않은 석유를 말한다.
휘발유, 경유, 등유, 증유 등은
원유를 정제하여 만들어낸다.
이렇듯 수입·수출 10대 항목 모두에
원유 혹은 석유 화학 제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국제 유가가 우리나라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지만,
운전을 자주 하는 사람이 아니면
생활 속에서 기름값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심상치 않은 국제 유가의 흐름
주유소에 자주 들르는 운전자 분들은
유가가 조금씩 오르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계실 겁니다.
실제로 수년간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던
국제 유가의 흐름이
2016년 26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산유국들이
적정 수준의 유가를 유지하기 위해
감산 정책을 펼치기 때문입니다.
중동의 석유 수출국 기구 OPEC과
러시아 등의 주요 산유국들은 협약을 체결해
본격적으로 감산에 들어가고 있는 데다가,
지난 5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이 맺었던 핵 협정을 파기한 것도
국제 유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란 핵 협정
: 2015년 7월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시절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등과 이란이
체결한 협정으로 이란이 그동안 추진해온
핵 개발을 포기하고 사찰을 수용하면
국제사회는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
(OPEC 가입국 ⓒ위키피디아)
그러나 이미 말씀드린 대로 일반 국민이
국제 유가의 변동을 느끼기란 쉽지 않습니다.
최근 70달러에 다다른 국제 유가는
2년 전에 비해 무려 2~3배가 올랐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최근 5년간 유가 추이 ⓒ네이버 금융)
기름값은 낮은 게 좋다?
그렇다면 이렇게 유가가 오르는 현상은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일반적으로 원유 가격은
낮은 게 더 좋다고 생각됩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유가가 높게 형성되면
국민들이 자동차와 난방 등
에너지에 소비하는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죠.
국민 개개인의 지출 항목 중
에너지에 쓰는 비중이 커지면
그만큼 외식이나 문화 생활처럼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비 영역은 축소될 수 있습니다.
기업의 관점에서도 유가가 높으면
비단 석유 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들만
손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자동차 수출 기업들의
공장 유지비도 오르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어 버릴 수 있습니다.
이렇듯 고유가는 전반적인 경제의 흐름,
즉, 경기가 나빠지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SK Energy Company blog)
반대로 기름값이 낮아진다면
일반 가계는 에너지 소비에 드는 비용이 줄어
실질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기업 역시 전기료 및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연료비를 아낄 수 있어 제품의
원가를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가계의 소비는 증대되고
기업의 생산 및 투자가 확대되어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이 높죠.
지나친 유가 하락은
경제 침체를 의미
하지만 유가가 낮다고
무조건 좋아만 할 일은 아닙니다.
저유가는 석유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산유국 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그 영향이 전 세계로 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원유 매장량이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국가인 베네수엘라도
석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저유가가 지속되자 정치까지 불안해지며
심각한 경제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는데요,
이렇게 산유국들의 경제가 안 좋아지면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나라 건설사가 만든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호텔)
주요 산유국들이 몰려있는
중동 지역의 건설 프로젝트나
유조선 발주량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중동 건설 경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석유 생산량이 많은 국가들은
석유를 수출해 번 돈으로
사회 간접 자본, 인프라 투자를 많이 하는데요,
저유가가 계속 된다면 이런
중동 건설 경기를 끌어갈
추진력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가가 낮다는 것은
공급이 많다는 얘기도 되지만 반대로
원유에 대한 수요가 적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수요가 적다는 건 공장을 돌리거나
자동차를 타기가 어렵다는 뜻으로
이는 곧 세계 경제가 이미
좋지 않은 상황임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적정 유가는 얼마일까?
따라서 극단적인 저유가나 고유가 상황보다는
예측 가능한 수준의
적정 유가로 유지되는 것이
안정적인 경제 발전에 좋습니다.
그렇다면 '적정 유가'란
구체적으로 얼마일까요?
지난 18일 신한금융투자에서는 보고서를 통해
"70달러 근처의 유가는 경제 성장에
긍정적 환경을 조성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유가가 이 정도 보장될 때
적정한 이윤이 보장되어
산유국 인프라 투자가 이어질 수 있고,
이런 중동의 활발한 투자 경기가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
활력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적정 유가가 유지되어
우리나라와 전 세계 경기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우려할 만큼
과열되지도 않고
경기 침체가 걱정될 만큼 냉각되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태를 뜻하는
'골디락스 경제'를 기대할 수도 있죠.
앞으로는 주유를 할 때,
혹은 주유소를 지나칠 때
기름값을 유심히 살펴보며
우리 경제의 미래를 예측해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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