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유라 2017.12.04
삼성·LG세탁기 수입 물량
120만 대 초과 시 50% 관세 부과
미국이 결국 2002년 이후
한 번도 발동한 적이 없는
세이프가드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세이프가드(Safeguard)
: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하여 자국 업체에
심각한 피해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수입국이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의
무역 장벽으로 수입량을 조절하는 보호 조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21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미국에 수입되는 세탁기 중에서,
120만 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같은 ITC 권고안이
이달 초 백악관에 보고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60일 이내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와 수위를
최종 확정할 예정인데요,
후보 시절부터 보호무역을 강조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고려했을 때
ITC의 권고안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이에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는(2017년 기준)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큰 유감을 표명했고,
정부에서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세이프가드 발동 시 대책은?
이번 권고안은 세이프가드를 요청한
미국 가전제품 기업 '월풀'의 주장처럼
모든 수입 세탁기에 대해
일률적으로 50% 관세를 부과하는 것보단
약한 수준이지만,
애초 삼성과 LG가 요구했던
'145만 대'보다는 더 좁은 기준입니다.
연간 300만 대 안팎으로 추정되는
삼성과 LG의 평균 수출량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이 관세 대상에 속하는 것이죠.
게다가 세이프가드는
원산지에 상관없이 기준을 넘은
해당 회사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기 때문에,
다른 무역 보호조치보다
훨씬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삼성과 LG가 수출하는 세탁기 중
한국에서 완성된 제품은 한미FTA에 따라
세이프가드 조치에서 제외되는데요,
그렇기에 삼성과 LG 두 기업은
세이프가드 발동 시
한국 공장 생산을 늘리고
미국 현지 공장을 조기 가동해
대응하는 전략을 논의 중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또한 중저가 세탁기보다 마진율이 좋은
프리미엄 세탁기 판매에 집중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세이프가드는 판매 금액이 아닌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적게 팔아도 이익이 많이 나는
고가 제품에 주력하자는 것이죠.
(삼성의 프리미엄 세탁기 '퀵드라이브' ©삼성전자)
(LG의 프리미엄 세탁기 '시그니처' ©LG전자)
세탁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사실 이번 세이프가드 권고안은
여러 피해를 고려해도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월풀의 세탁기가 미국 내에서도
"크기만 크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삼성과 LG의 우수한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죠.
(©월풀)
그러나 문제는 이런 보호무역 조치가
다른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탁기가 문제가 되기 전인 지난 10월 말엔
한국 브랜드의 태양광 모듈에 대해
최대 35%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권고안이 발표된 상태고,
현재 한국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서도
세탁기와 유사한 분쟁이 진행 중입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넷리스트가
SK하이닉스의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모듈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했고,
또 다른 미국 기업인 테세라 역시 지난 9월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 생산 과정에서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제소한 것이죠.
국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특허침해 판정을 받진 않을 거라 전망하지만
ITC의 조사만으로도
상당한 압박을 받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발동 중인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는
12개국에서 총24건에 이릅니다.
여기에 신규 세이프가드 검토 건수의 경우
미국에서 올해만 6개 품목에 달합니다.
점점 심해지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의 발빠른 대응이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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