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횡령 대통령?

2017-03-01 21:10

written by 안세하



꼭 한번 가고픈 나라 프랑스! 엄청난 유물들과 아름다운 경치, 독특한 문화는 빠듯한 일상을 사는 우리에겐 꿈만 같은 곳이죠. 괜히 바게트 빵을 우물거리며, 흐린 하늘 아래 센(Seine) 강변을 멋드러지게 걸으며 파리지앵의 분위기에 취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비록 여러 차례의 테러나 위협으로 대내외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현재 프랑스의 최대 화두는 바로 대선입니다. 오는 4 23일에 1차 대선이 예정되어 있죠.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 방식은 우리와 많이 다릅니다. 두 번에 걸쳐 투표를 실시하는데,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2차 투표를 치릅니다. 또한 프랑스는 프랑스 고유 영토 뿐만 아니라 프랑스령()에 속한 해외 영토들, 그밖에 해외 각지의 공동체(communauté)와 전 세계 재외국민도 투표에 참여하므로 규모가 상당합니다.

 

대선 판을 외로이 떠도는 망령

 

2016년 가을, 미국 대선이 진행되던 때부터 프랑스 안에선 선거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는데, 지난 2012년부터 지금까지 프랑스 선거판에서 마치 지박령(地縛靈)처럼 오랫동안 떠도는 이름이 있습니다. 그 이름은 바로

 


(2008 7 14일 혁명기념일 기념식에 참석한 사르코지. ©Marie-Lan Nguyen)

 

프랑스 23대 대통령인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입니다. 프랑스 대통령이라면 관습적으로 졸업해야 하는 최상위 교육기관인 그랑제콜(grandes écoles)을 역사상 최초로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된 것이나, 영부인이자 예술가인 카를라 부르니(Carla Bruni)의 독특한 이력으로 이름깨나 날린 인물입니다. 그러나, 학력이나 아내보다 그를 붙잡고 있는 것은 바로 횡령 혐의입니다.

 

2012년 재선 당시 선거 캠프 재정 담당이던 제롬 라브리외(Jérôme Lavrilleux)는 사르코지가 초과된 대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소속 당에서 계약한 홍보회사비그말리옹(Bygmalion)’의 회계 장부를 조작해 약 2250만 유로(한화 270억 상당)을 유용했다고 폭로합니다. 물론 어딜 가나 그렇듯 본인은 아니라며 딱 잡아 떼고 있습니다.

 

(1979 10 3일 한 연못에서 사체로 발견된 로베르 불랭(Robert Boulin). 당시 노동정책부 장관이던 불랭의 적대 세력에 의한 정치적 살인이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제롬은불랭처럼 20cm 깊이 물 속에서 수영하는 법을 알고 싶지 않다면서 자신에게 미칠 정치적 보복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gettyimages)

 

그렇게 추락하던 사르코지가 문득,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호텔 체인의 이사진에 선임됩니다.

 

빛나는 30년 우정

 

사르코지를 발탁한 곳은 호텔 체인 아코르호텔(Accorhotels)’. 호텔 브랜드 인터컨티넨탈(Intercontinental)’을 보유한 ‘IHG’, ‘힐튼(Hilton)’, ‘메리어트(Marriott)’, 호텔 브랜드 라마다(Ramada)’를 보유한 윈드햄(Wyndham)’과 함께 세계 5대 호텔 체인으로 그 명성이 자자한 곳입니다.

 

보유하고 있는 호텔 브랜드는 고급형 소피텔(Sofitel)’부터 풀만(Pullman)’, ‘노보텔(Novotel)’, ‘메르큐어(Mercure)’, ‘이비스(ibis)’ 등 다양한 브랜드로 분류되어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권에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아코르호텔 본사. ©Maibp85)

 

아코르호텔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2 21일 화요일, 성명을 통해 니콜라 사르코지를 만장일치로이사진에 임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결정으로 사르코지는 그룹 내 국제 사업 전략 담당을 책임하여 근무하게 됩니다.

 

이에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는 이러한 결정을 보고 대박(joli coup)!”이라면서 비꼬았는데요. 사르코지의 업무 능력이나 경력을 떠나서 프랑스 사회에서 이 같은 인식이 심어진 것은, 사르코지와 그룹 회장과의 은밀한 관계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남이가?

 

(세바스티앙 바쟁. ©Alchetron)

 

현 아코르호텔그룹 회장인 세바스티앙 바쟁(Sébastien Bazin)은 사르코지와 30년 가까이 되는 우정을 이어왔습니다. 결정적 계기는 사르코지가 뇌이쉬르센(Neuilly-sur-Seine)의 시장으로 재임하던 1993년에 있었죠.

 

1993 5 13, 파리 북서부에 인접한 뇌이쉬르센의 한 유치원에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납니다.수업을 받던 21명의 아이들이 괴한에게 납치되어 인질극이 벌어졌는데, 이 인질 중에는 바쟁 회장의 둘째 딸도 있었죠.

 

(1993 5 13일 유치원 인질극 사건 종료 직후 현장에 모인 학부모. ©gettyimages)

 

이에 사르코지는 시장으로서 사건 해결을 위해 직접 진두지휘하며 개입했고, 다행히 한 명의 부상자도 없이 전원 무사 구출 되었습니다. 바쟁은 자신의 금쪽같은 딸을 살려준 사르코지를 전적으로 신뢰하게 되며 깊은 감사를 표했습니다.

 

친구 좋다는 게 뭐겠나

 

이후 둘의 관계는 급속도로 좋아집니다. 지난 2006, 바쟁은 미국 사모펀드 콜로니캐피탈(Colony Capital)과 프랑스 제일의 축구 클럽 파리생제르망(Paris Saint-Germain, PSG)에 대한 지분 확보로 투자를 진행하게 되지만, 그다지 좋은 성과를 내진 못했습니다. 바쟁은 힘 있는 친구에게 손을 내밀게 됩니다.

 

(PSG의 구장인 파르크 데 프랭스(Parc des Princes). 1972년 신축 개장한 이곳은 최대 약 48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프랑스 최대의 구장이다. ©gettyimages)

 

PSG의 열렬한 응원자이자 프랑스의 대통령이었던 사르코지는 집권 말기에 석유 부국(富國) 카타르의 투자 기관 카타르스포츠인베스트먼트(QSI)’를 상대로 PSG에 대한 투자를 독려했고, QSI는 콜로니캐피탈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PSG를 인수하게 됩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PSG 지분을 짊어지고 있던 바쟁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준 것이죠.

  

신의 한 수인가 희대의 패착인가

 

둘의 상부상조 정신은 올해 절정에 이릅니다. 아코르호텔의 기존 이사였던 나드라 무살렘(Nadra Moussalem)을 경질시키고 그 자리에 사르코지를 앉힌 것이죠. 이에 그룹은 « 세계 시장의 진출 확대를 위한 필요의 결정 »이라면서, 사르코지를 관련 분야에 해박한 전문가로 봤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횡령 의혹으로 국민의 신임을 잃고 곧 재판까지 앞둔 사르코지의 영입을 놓고 과연 옳은 결정인지, 아니면 사적인 특혜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진의 질문에 응하는 사르코지. ©gettyimages )

 

비록 무죄 추정의 원칙으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논란의 중심에 우뚝 선 인물을 중직으로 영입하는 것은, 기업에도 큰 부담으로 다가오겠죠. 아무튼 횡령은 그렇다 쳐도, 둘의 내밀한 관계를 생각해 볼 때 이 인사가 과연 순수하게 경영상 방침이라고 볼 수 있을는지요? 제 답은 이렇습니다. <글쎄요!>



 

스크랩

www.cidermics.com/contents/detail/837

 

에디터 : 안세하

돈은 주머니에 휴지는 휴지통에

rn58731@naver.com

에디터 : 안세하

돈은 주머니에 휴지는 휴지통에

rn5873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