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IT업계 #인력난
By 공성윤 2021.04.13
지난 2월 IT업계를
들썩이게 한 소식이 있습니다.
넥슨이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신입사원 초임 연봉을
800만 원 올리기로 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개발 직군 연봉은 5,000만 원,
비개발 직군은 4,500만 원이 됐습니다.
이는 IT업계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을 통틀어 최고 수준입니다.
연봉 인상의 여파는 상당했습니다.
너도나도 인력 확보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였습니다.
넥슨의 결정 이후
넷마블, 컴투스, 게임빌 등도
개발직군 연봉을
잇따라 800만 원 올렸습니다.
엔씨소프트는 1,300만 원,
크래프톤은
무려 2,000만 원을 올렸습니다.
IT업계에서 시작된 연봉 인상 릴레이는
스타트업 업계 전체로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차세대 유니콘 자리를 넘보는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직방은,
3월 들어
개발자 연봉을 2,000만 원
일괄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경력직에게는
최고 1억 원의 보너스를 준다고 합니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파격적인 급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밖에 전자책 플랫폼 리디북스,
게임업체 베스파와 베이글코드 등도
연봉 인상 릴레이의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이러한 연봉 인상 열풍은
한편에선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심한
연봉 양극화가 더 가속화되고,
인력 채용을
더 힘들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실의 여건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에 초점을 둔
소규모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스타트업의 인력난은
과거부터 예견된 바 있습니다.
2019년 8월 아산나눔재단과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는 보고서를 통해,
“2022년 스타트업 업계의
개발자 미(未)충원율이
77%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죠.
이는 2018년 16%에 비해
5배 가까운 비율입니다.
이 같은 현상이 예고된 배경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꼽혔습니다.
'스타트업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사회 시선'
'공무원∙전문직 등
안정적 직업에 대한 높은 선호도'
이런 상황에서
소수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연봉 인상 움직임은
인력난에 기름은 부은 꼴이죠.
한편,
대학이 개발자 공급에 소극적인 점도
인력난을 키우는 데 한몫했습니다.
국내 수도권 대학은
총 입학 정원이 정해져 있습니다.
IT분야 학과 정원을 늘리려면
다른 학과 정원을
그만큼 줄여야 하는데요,
교수들의 반발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2020년 교육부가
학과 설립 문턱을 낮춰주면서
다소 여유가 생겼지만,
아직 드라마틱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십수 년째 50명이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지난 2020년
겨우 70명으로 늘었습니다.
실리콘밸리 인재의 산실인
미국 스탠포드대 컴공과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렇다고 인력난에
시름시름 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스타트업들은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 중입니다.
번개장터, 마켓컬리, 왓챠, 쏘카,
브랜디, 오늘의집 등 6개 스타트업은,
이달 초 공동으로
개발자를 뽑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개발자 부족에 시달리는 스타트업이
함께 공개 채용에 나선 것입니다.
이번 행사에선
각 스타트업들의 대표가 직접 나서
개발 문화를 알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브랜디 관계자는
“개발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연봉보다 성장에 도움될 만한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교육계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역 기업의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LINC+’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각 대학에
채용 연계가 쉬운
사회맞춤형 학과를 설립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 대학 내에 산업체와 유사한
실습장비 등을 구축하고,
산업체와 연계한
인턴십과 현장실습 등을 통해
실무 교육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해당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2020년 300억 원에 달합니다.
올해는 전국 20개 대학의
학생 3,500여 명이 참여할 계획입니다.
경제학에는
이런 말이 있죠.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There is no such a free lunch in economy)
*기회비용 원리를 설명하는 관용구로,
미국 서부 개척시대 술집에서
술을 일정량 이상 마시는 단골에게
점심을 공짜로 주던 데서 유래했다.
점심값은 공짜이지만 사실은
그만큼의 값이 술값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서비스나 재화를 받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개념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
일각에선 인력난에 불을 붙인
연봉 인상 릴레이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회사가
높은 연봉을 주는 만큼
높은 노동 강도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한글과컴퓨터는
17년 만에 다시
노동조합을 결성했습니다.
대가 없는 야간 근로와
잦은 인사이동, 권고사직 등이
그 배경으로 꼽힙니다.
국내 중견 게임사 웹젠도
4월 5일 노조를 설립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넥슨,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의
뒤를 이어 게임업계에서 출범한
네 번째 노조입니다.
IT업계 종사자들의
근로 가치를 인정해준다는 점은
몰아치는 연봉 인상 열풍의
긍정적인 측면입니다.
또 ‘억대 연봉’을 향한
샐러리맨의 기대감을 충족해주어
근로 의욕을 고취시키는 효과도 있죠.
그러나 사회 전체로 보면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과를 갖고 온 건
결코 아닙니다.
소수 회사가 연봉을 급격하게 올려도
사회의 기간이 흔들리지 않는
고용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by 공성윤 에디터
댓글 2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