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류광현 2019.04.01
시청률 50% 대박은 '문재앙' 탓?
KBS 2TV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 편'이
마지막 회 시청률 48.9%를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2011년 '제빵왕 김탁구'가 기록한
50.8%의 시청률을 넘길지
큰 관심을 끌었지만 이는 무산되고 말았죠.
그럼에도 시청률이
50% 가까이 도달한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지금이 어떤 세상입니까?
지상파 3사를 빼고도 tvN, JTBC, OCN 등
종합편성 및 케이블 채널에서
월화, 수목, 금토, 토일 등 비는 시간 없이
드라마로 가득합니다.
신작 드라마 소식을 따라가는 게
버거울 정도이죠.
(©KBS)
혹시 50대 이상만 많이 봐서
흥행에 성공한 것일까요?
온라인에 짧은 동영상을 공급하는
스마트미디어렙(SMR)의 통계에서는,
'하나뿐인 내 편'의 시청자 비율이
10~20대 25.1%,
30대 23.3%,
40대 31.8%,
50대 이상 19.8% 등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히려
50대 이하의 시청자가 더 많은 것이죠.
그런데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호됩니다.
막장 드라마의 종합 선물 세트,
불량 식품이라고 합니다.
출생의 비밀, 살인자라는 오해,
계모의 구박, 황당한 전개,
최루성 신파 등등
자극적 맛이 가득해서죠.
그러나 시청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출생의 비밀을 앞세운다고 해서
무조건 흥행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시청률 48.9%에는
그럴듯한 이유가 여럿 있을 텐데요,
지금부터는 경제적 관점에서
한번 바라볼까 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문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공교롭게도...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은 매달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을 조사합니다.
(한국갤럽GallupReport(20190326)_한국인이좋아하는TV프로그램. 조사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2명, 표본오차: ±3.1포인트(95% 신뢰수준) ©한국갤럽)
보다시피 '하나뿐인 내 편'이
폭발적 인기를 끈 시점은
2018년 12월입니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를 볼까요?
(GallupKoreaDailyOpinion_343, 조사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2명, 표본오차: ±3.1포인트(95% 신뢰수준) ©한국갤럽)
문 대통령의 직무 부정률이
11월부터 세를 불리더니
12월에 껑충 뛰어 그 추세가 쭉 이어집니다.
부정이 긍정만큼 나와
거의 반반이 됩니다.
응답자는 경제·민생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서(40%),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5%),
고용 부족 탓에(5%) 부정을 택했는데요,
문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의 감동이 가라앉은 데다가,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각종 경제 정책의 부정적 반응이
하나둘 떠올라서죠.
우연의 일치?
물론
''하나뿐인 내 편'의 시청률이 오를수록
대통령의 직무 부정률이 내려갔다'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정부 정책이 마음에 안 들어
드라마나 보자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근거가 없는 것만도 아닙니다.
'하나뿐인 내 편'의
경쟁자는 공교롭게도 뉴스였습니다.
(©JTBC 뉴스룸)
매주 주말 저녁 7시 55분부터
9시 15분까지는 다른 채널에서
드라마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지상파 외 나머지 채널,
JTBC, MBN에선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TV조선은 예능을,
채널A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고요.
아무리 뉴스를 온라인으로
소비하는 시대라고 해도,
동시간대 하는 뉴스가 아닌
'하나뿐인 내 편'에 시청자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몰릴 수 있을까요.
한 문화평론가는
화풀이 대상이 필요해서
막장 드라마를 본다고 정리하는데요,
사람들은
뭐가 그리 화가 났을까요?
현실이 어려웠다
최저임금이 올라가자 근로 시간이 단축되고
잔업이 줄어서 임금이 줄었다고 하소연합니다.
임금이 줄었으니
투잡, 쓰리잡이라도 뛰어보려 하지만
그마저도 일자리가 없고요.
요즘엔 '나 홀로 영업'이 늘어서
알바도 구하기가 어렵답니다.
여가 시간이 늘었지만
소득이 줄어 제대로 놀지도 못합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2019년 1월 해외여행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10.4% 감소했습니다.
지금 보통 사람의 경제가 진퇴양난입니다.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습니다.
정부에서 함께 잘 살자고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를 제시했지만
어째 다 같이 죽는 분위기입니다.
경제성장률이 2017년 3.1%에서
2018년 2.7%로 떨어졌고,
설비 투자가 2018년 2분기 5.9%,
같은 해 3분기 13.7%로 감소했습니다.
일자리도 줄었죠.
전체 실업률이 2018년 11월 3.2%에서
12월 3.4%, 2019년 1월 4.5%로 증가했습니다.
(©네이버 실업률 통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일부 정책은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시장의 반발만 샀습니다.
문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는
전문가들마저도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인정합니다.
결국 지난 12월 정부의 2기 경제팀은
소득주도 성장에서 한발 물러나
경제 활력을 강조하는데요,
'하나뿐인 내 편'이 그 후
줄곧 상승세를 탄 것과는 반대로,
경제 활력은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효자동사진관)
불황과 드라마의 흥행
뉴스를 보지 않고 드라마를 보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고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은
뉴스의 현실이 아파서이기도 하지만,
아픈 만큼 고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정부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이 어려운 탓에
비판이 앞서는 상황이 답답할 뿐이죠.
정부가 새해 들어
경제 정책의 방향을 틀었다고 하니까요,
올해가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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