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박동수 2017.12.18
최근 TV는 물론이고
영화관과 온라인 동영상 페이지를 통틀어
눈에 많이 띄는 광고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동부화재에서 이름을 바꾼
DB손해보험의 사명 변경 광고인데요,
도대체 왜 동부화재는 갑자기
DB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바꿨을까요?
(©DB손해보험)
동부그룹의 새 이름, DB의 의미
사실 이름이 바뀐 것은
동부화재뿐만이 아닙니다.
동부그룹은 2017년 11월 1일자로
전체 그룹명을 DB로 변경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계열사인 동부화재도
DB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 것이죠.
(©DB)
새로운 사명 DB는 표면적으론
Dream Big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지만
DB라는 이름이 동부의 약자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듯 새롭지 않은
이름으로 사명을 고른 것은,
DB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DB손해보험이 이름을 바꾸는 것으로 인한
손실을 보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보험사 특성상 고객 신뢰가 매우 중요한데
사명 변경은 자칫하면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DB손해보험은
짧은 기간 많은 물량을 동원해
동부와의 연결성을 강조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믿음을 심어주려고 하는 것이죠.
(©DB)
그런데 신뢰가 중요하다면
애초에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될텐데
왜 동부그룹은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면서
DB그룹으로 이름을 바꾼 것일까요?
DB로 이름을 바꾼 이유
동부그룹은 지난 2013년 10월부터
실적 악화 및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전자와 금융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그룹의 모태가 되었던
동부건설도 매각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2005년 재계 13위였던
동부그룹의 규모는
2016년 35위까지 밀렸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여
내실을 다져가고 있습니다.
(매각된 동부건설은 기존 이름과 CI를 사용하고 있다. ©동부건설)
문제는 동부건설이 매각되는 과정에서
'동부'라는 상표권까지
같이 팔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부그룹이 동부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려면 동부건설에
매년 수백억 원의 사용료를 지급해야 되기에
부득이하게 그룹명을 변경한 것이죠.
이름을 바꾼 다른 그룹들
회사 대내외적인 이유로
회사명 또는 그룹명을 바꾸는 경우는
동부 외에도 꽤 많이 있습니다.
이제는 매우 오래되고 익숙해져서
인지를 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지만
LG그룹이나 SK그룹 역시,
과거에 금성, 선경이라는 이름에서
사명을 바꾼 사례입니다.
('선경'에서 'SK'로 사명을 바꾼 SK그룹 ©SK)
한편 사명을 변경할 때는
DB, SK, LG 등의 사례처럼
주로 기존 회사 영문 이름의 약자를
활용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러한 사례는 공공기관 또는 공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도 많이 나타납니다.
한국통신이 KT(Korea Telecom)가 되고,
한국담배인사공사가 KT&G로 바뀐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KT&G의 전신, 한국담배인삼공사 ©KT&G)
KT&G의 전신은 한국전매공사로
1987년 4월 정부 방침에 따라
민영화를 준비하면서
한국담배인삼공사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이때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영문명이
Korea Tobacco & Ginseng Corporation였습니다.
그리고 1999년 인삼 부분이
KT&G의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KGC)로
따로 출범되었는데요,
KGC는 역시 짐작하셨겠지만
Korea Ginseng corporation의 약자입니다.
(KGC 인삼공사 ©KGC)
KGC 출범 이후인 2002년
한국담배인삼공사는 사명을
주식회사 케이티엔지(KT&G)로
정식으로 바꾸면서
민영화 작업을 완료하게 됩니다.
이때 KT&G는 예전처럼
Korea Tobacco & Ginseng Corporation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Korea Tomorrow & Global이라고
주로 해석합니다.
이런 방식은
다른 그룹에서도 많이 사용하는데요,
앞서 소개한 것처럼 Dream Big이란
슬로건을 내세운 DB 외에도
LG는 Life is Good
GS는 Good service 등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죠.
(©LG)
사명 변경의 다양한 이유들
사람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 것처럼
회사의 이름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회사 이름과 함께 달라지는
브랜드와 심볼을 바꾸는 데만
엄청난 금액이 들며
이러한 내용이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회사들이 사명을 바꾸는 것에는
앞서 소개한 사례 외에
또 다른 이유들이 있습니다.
(최근 지주회사 출범과 함께 심볼마크를 바꾼 롯데그룹 ©롯데그룹)
삼성테크윈이 한화에 매각되어
한화테크윈이 되거나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에 매각되어
포스코대우가 된 것처럼
모기업이 변경되는 경우가 있고,
또 아이스크림 전문 기업이었던 롯데삼강이
파스퇴르유업, 롯데햄 등을 합병하며
종합식품회사가 되는 과정에서
롯데푸드로 변경되는 사례가 있죠.
이런 이유들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사유라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한화그룹이 된 한화테크윈 ©한화테크원)
하지만 코스닥에 상장된 회사들 가운데는
핵심 사업의 변경이 없는 상태에서,
주가 상승을 노리거나
회사 사정이 안 좋은 것을 감추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사명을 바꾸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누구도 처음부터 회사 이름을
아무렇게나 짓진 않을 것입니다.
사명은 그 회사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이름이자
고객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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