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민성식 2017.07.20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는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의 투자 관련 격언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이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위험을 분산하라는 뜻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투자환경 속에서
분산투자는 투자자의
원금 손실 가능성을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오피스 빌딩도 포트폴리오다
흔히 이런 격언은 주식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투자라는 관점에서 오피스 빌딩도
크게 보면 포트폴리오로 볼 수 있습니다.
*포트폴리오(portfolio)
: 원래는 서류가방 또는 자료 수집철이란
뜻이나 투자론에서는 하나의 자산에
투자하지 않고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둘 이상의 자산에 분산 투자할 경우
그 투자대상을 총칭하는 것
그런데
여러 개의 빌딩을 묶어서 투자할 때
이를 포트폴리오로 보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단 하나의 빌딩도 포트폴리오라고 말하면
언뜻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격언에 빗대자면
오피스 빌딩 자체는 큰 바구니이고
그 안에 입주해 있는 임차인들은
계란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부동산 자체를 포트폴리오로 보고
그 안에 입주한 임차인 하나하나를
위험 관리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차인이 내는 임대료가
주요 수익원인 빌딩에서
임차인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만큼
큰 위험 요소는 없습니다.
때문에 계란을 다루듯 임차인 모두를
소중히 살펴야 하는 것이죠.
'앵커 테넌트' 때론 독이 될 수 있다
오피스 빌딩의 임차인들 중에서
많은 면적을 사용하고
빌딩의 명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임차인을
앵커 테넌트 (anchor tenant) 또는
키 테넌트 (key tenant)라고 부릅니다.
이런 임차인들은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꼭 잡아야 하는
가장 크고 중요한 고객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앵커 테넌트 때문에
빌딩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사례들이
뉴스에 나오고 있습니다.
여의도 FKI 전경련 빌딩의
50층 중에서 13개 층을 사용하고 있는
LG CNS가 이전을 결정하였고,
29층 규모의 여의도 Two IFC에서
4개 층을 사용하고 있는 LG 전자도
계약 해지를 하기로 했습니다.
LG그룹은 여의도 트윈타워 주변으로
계열사들이 많이 입주하고 있었는데
LG 마곡지구의 개발이 완료되면서
그룹 관계사들이
대거 이동을 하게 된 것입니다.
임대인 입장에서
이런 앵커 테넌트가 이전하는 것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사례들은 임차인 구성에도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꿀처럼 달콤했던 우량 고객이
단숨에 독으로 변한 상황에서
임대인은 기존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대형 공실을 채울 다른 임차인을
서둘러 찾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임대라는 것은
시장 상황과 주변 부동산의 현황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생각처럼 쉽게 채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그 면적이 크다면
공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앵커 테넌트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하지만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임대인 입장에서는
대형 임차인이 입주하는 것을
반길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큰 규모의 공실을
한 번에 해소해주고
빌딩의 인지도나 평판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형 임차인이 입주를 하게 되면
그와 관련된 회사들이 그 기업을 따라서
임차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형 임차인은
재무 상태나 신용도도 좋기 때문에
임대료 연체 등으로 인해 빌딩 운영자가
재정 위험을 겪을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또한 대형 법인과 일을 하기 때문에
업무 절차나 협의 등이
순조롭게 잘 되는 것도
큰 장점 중에 하나입니다.
반면 단점으로는
앞서 언급한 대형 공실이 발생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심지어 대형 임차인들은
임대인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무상 임대(Rent Free)나
인테리어 공사 대금의 지원
(Fit-out Allowance) 등
다양한 혜택을 받으면서
입주를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또한, 빌딩 운영에 있어서
요구 사항도 더 많아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빌딩 명칭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회사 내부 규정에 맞게
빌딩 운영 방식을 바꿔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대형 임차인의 역설에 대비하는 법
그렇다면 이런 '대형 임차인의 역설'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임차인들의 면적 활용 비율이
적정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면적에 따라 대형, 중형, 소형 임차인들이
고루 배분되어 있는 게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임대차계약이 항상 임대인의
마음대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임차인 구성이 고루 배분될 수 있도록
빌딩의 임대 방안과
층별 임대 전략을 미리 세워놔야 합니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것은
임대차계약 기간입니다.
이 역시 통제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계약 종료 시기가 한 해에 몰리지 않도록
배분하면 위험을 분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3년짜리 계약과 5년짜리 계약,
그리고 그 이상 장기 계약 등으로
임대 계약 체결 기준을 정하고
이런 서로 다른 계약 기간이
고루 배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한 해에
종료되는 계약들이 많이 몰려 있다면
재계약 협의를 빨리 시작해서
임차인의 동향을 신속히 파악하는 등의
사전 대비를 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혹시라도
계약 연장을 하지 않으려는 임차인이 있다면
빨리 이를 알아채고 대체 임차인을
찾을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죠.
이외에도
대형 임차인들과의 계약에서는
중도 해지를 하게 될 경우 지켜야 하는
사전 통지 기간을 길게 잡아서,
해지 통지를 받은 이후에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둬야 합니다.
해지 통보를 적어도 6개월이나
1년 전에 해야만 해지가 될 수 있도록 해서
이전할 것을 알게 된 후에도 넉넉하게
다른 임차인을 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임대 시 제공했던
무상 임대 기간이나
공사 지원금 등의 혜택도,
계약을 끝까지 채우지 못했을 경우
반납을 하거나 패널티를 주는 조건도
계약서에 삽입하도록 합니다.
그래야 임차인이 그 비용이 아까워서라도
약속한 기간을 지킬 수 있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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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던 대다수와는 다름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걸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