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흙수저? 언제부터 숟가락은 계급이 되었을까

2016-12-26 14:42

written by

 


 

(이미지 : 썰전 캡처)

 

부모의 능력과 재력을 배경으로 어떤 고생도,

또는 노력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반대로, 드라마 주인공처럼

온갖 역경과 고난은 다 헤쳐나가야 하는데

집에서는 지원은커녕 물려줄 것은 빚뿐인 사람.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뭐라고 부를까요?

. '금수저', 그리고 '흙수저'라고 부르죠.

 

 

물론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위 단어들의 의미를 모르는 분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미지 : 국제신문)

 

그도 그럴 것이, '금수저'

작년(2015) '올해의 신조어'로 꼽혔고

2016년 올해는 그 입지가 넓어져

지상파 뉴스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할 만큼

대중적인 단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누가 언제부터 쓰던 단어일지

그 유래도 막연하지만, 단어의 의미만큼은

너무나도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기에

널리 쓰이며 익숙한 단어가 되었기 때문이겠죠.

 

 

누가 쓰기 시작한 걸까?

 

누구든 듣고 바로 이해할 만큼 직관적이면서도,

파급력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이 단어.

 

누가 처음 쓰기 시작한 걸까요?

 


 

(‘Silver spoon’ 항목, 위키피디아)

 

그 유래를 찾아보니,

오래된 영어권 관용구 중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

(born with a silver spoon in his mouth)라는

표현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 의미는 지금 '금수저'와 일맥상통하는

'부와 특권을 지니고 태어나다'라고 하는데요.

 


 

이는 중세 유럽에서부터 쓰인 말로,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당시의 '은수저' 그 자체가

현재로 치면 신분증이자 운전 면허증, 심지어

신용카드로써의 역할도 수행했다고 하네요!

 

바다를 건너온 이 전통적인 영문 관용구가

어떻게 ''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으로 탈바꿈했고, 문화권도 다른 사회에서

갑자기 이만큼 폭발력을 지니게 되었는지는

결국 알아내지 못했지만,

 

'금수저' '흙수저' 등의 단어가

이렇게 너른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데에는

우리나라를 스스로 '헬조선'이라고 칭하게 될 만큼

힘들어진 것과 무관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헬조선은 나라 탓을 한다는 느낌을 주고,

금수저는 부모 탓을 한다는 느낌을 주는군요.

 

 

'금수저'를 낳은 계급사회

 

2015, 미국의 매체 블룸버그는

세계 부호 상위 400명을 대상으로,

어떻게 부를 획득했는지 '부의 원천'에 따라

자수성가(Self-made), 상속(Inherited)

이렇게 두 그룹으로 분류했는데요.

 


 

세계 10대 부호는 모두 자수성가, 즉 창업가였고,

400위 안에 들었던 일본의 부호 5명 역시

모두 창업가였습니다.

 

400명 가운데 한국의 부호는

5명이었는데요. 결론은 예상가시죠?

모두 상속 그룹이었습니다.

 


 

저는 '자수성가 부호는 모두 정의롭다',

또는 '상속 부호는 무조건 나쁘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많이 받은 게 잘못한 건 아니니까요.

 

다만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 이후로는

신진 부호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할 만큼

창업 부호가 많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부호가 아닌 사람이 부호가 될 꿈을 꾸기는커녕,

근로자 3명 중 1명은 월소득 100만원을 조금 넘는

비정규직이라는 헤드라인이 뉴스를 수놓고,

 

취준생 10명 중 4명이 안정성을 찾아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고 있는 와중에

 

? 내집마련? 출산? 결혼? 연애? 인간관계?..

이제는 여기에 '취업'까지 포기해야 하는 현재,

 

'금수저' 열풍은 자연스레,

어쩌면 당연히 불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농담 속 숨은, 현실을 찌르는 비수

 


 

(토요웹툰 3위를 기록 중인 금수저’, 네이버 웹툰)

 

'금수저' 열풍은 그저 키워드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패러디와 유머 자료를 양산했으며,

더 나아가 웹툰의 소재가 되기도 했는데요.

 

물질적 풍요를 위해 가족을 바꾼다는 스토리는

많은 독자들의 관심과 공감대를 얻었고,

이 웹툰은 토요일 웹툰 3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이쯤에서 더 언급할 필요도 없겠지만,

어떤 사람이 금수저냐 흙수저냐는

그 인물의 경제적 형편에 따라 갈리죠.

 

이 비유는 단순히 금과 흙에서 끝나지 않고,

그 정도에 따라 좀 더 디테일하게

'쟤는 다이아몬드 수저, 나는 음.. 나무젓가락?'

등으로 변형된 표현을 낳기도 했죠.

 

'걔가 나무젓가락이면 나는 이쑤시개냐?'라며

웃기면서도 슬픈 농담을 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이미지 : 연합뉴스 캡처)

 

이렇게, 수저의 재질로 가정 형편을 나누며

스스로를 어떤 수저라고 칭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자조적인 의미를 띠게 되었고,

 

동시에 자조의 대상이

'나 자신'에 국한되지 않고, 정확히는 '부모님',

더 나아가 '우리 집'까지 해당되는 이 농담이

그저 웃고 말면 끝나는 게 아니라

 

당장 내 호주머니와 현실을 통렬히 찌르기 때문에

불편하게 들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므로 반박할 수 없기 때문에

분노보다는 좌절, 슬픔을 느끼는 분들도

굉장히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맺으며

 

얼마 전, 자신의 SNS에 부모님 사진과 함께

(부모님 덕에 잘 자랐으니) '나는 다이아몬드 수저'

라는 글을 올린 분을 봤습니다.

 

어쩌면 수저의 재질로, 색깔로 삶을 규정하는

물질주의적인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며

반기를 든다는 느낌도 들고, 훈훈하기도 합니다만

 

'나는 행복하다'라는 표현을, 주관적인 행복을

''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맞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확실히 드는 생각은,

지나가는 농담으로라도 자녀가 부모에게서

'우리 집이 금수저가 아니라 미안해'라는

슬픈 말을 듣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어느 날의 저처럼요.




 

스크랩

www.cidermics.com/contents/detail/700

 

에디터 :

열심히 살고, 돈 많이 벌어서 철저히 사리사욕을 채우는 게 제 꿈입니다.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입니다.

에디터 :

열심히 살고, 돈 많이 벌어서 철저히 사리사욕을 채우는 게 제 꿈입니다. 좌우명은 '진인사대천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