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동맹 그리고 '땅'위의 약속

2018-05-05 18:54
경제 이야기
written by 박동수




바다 위에도 동맹이 있다 


지난 시간에 하늘 위의 동맹, 

항공동맹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참조-하늘에서 만들어진 영토, 항공동맹)


이런 동맹은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 역시 해운동맹으로 

끈끈히 이어져 있습니다.




해운사는 대형 컨테이너선에 

수출품을 싣고 먼 바다를 항해하여

목적지까지 짐을 옮겨주고

그에 대한 사용료를 받는 회사를 말합니다. 


해운사도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해운에 관한 국제적 기업 연합이 있으며

이들은 운송에 관한 여러 가지 협정을 맺어

해운사 간의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협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운임과 항로에 대한 협정이므로,

 

해운동맹은 운임동맹(freight conference)

또는 항로동맹(navigation conference)으로도

부르고 있습니다. 



해운동맹의 단계 


해운동맹은 서로 협력하는 정도에 따라 

선복매입, 선복교환, 선복공유라는  

3가지 협약을 맺게 됩니다. 


가장 낮은 수준의 협약인 선복매입은 

동맹사 간 배에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돈을 주고 거래하는 것입니다. 


선복교환은 선복매입과 비슷하지만

선복매입이 돈을 주고 사고파는 것이라면

선복교환은 서로의 배에 있는 빈 공간을

맞교환하는 형태입니다. 


즉, A 해운사 화물선의 빈 공간을  

B 해운사가 돈을 주고 받으면 선복매입이고


대가로 다른 항로를 운항하는

B 해운사 화물선의 빈 공간을 넘겨준다면  

선복교환인 것입니다.




교환의 수준을 넘어 

다른 해운사 배의 짐칸을

내 배처럼 쓰는 것이

가장 높은 수준의 협약인

선복공유라고 합니다. 


이런 협약을 통해

다른 회사의 배를 이용하면 

추가 운항이 필요할 때마다

새 배를 사지 않아도 되고,


보유하고 있는 배의 규모보다

더 많은 물량을 적재할 수 있어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해운업계의 위기와 해운동맹


그렇다면 이런 해운동맹에

들어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선박 운영비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무리한 선박 확보에 따른

금융 비용이 증가하고, 


세계 경제가 불황에 접어든다면 

과다하게 확보한 선박이 발목을 잡아

회사가 유동성의 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유동성 위기 

: 유동성이란 기업 등이 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뜻하며,


유동성 위기란 기업의 수익성이나 영업 성과 

또는 시가총액이나 보유 자산 등에 관계없이 

단기적으로 운용자금, 즉 현금의 부족으로 

지급 능력이 떨어진 상황을 말한다.


아무리 영업이익이나 자산이 많더라도 

일시적이라도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면  

회사가 부도(흑자도산)날 수 있다. 


또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

비용 문제를 떠나서

운항 횟수가 급격히 감소하게 되어

북미 또는 유럽에서의 영업이

거의 불가능하게 될 수도 있죠.


사실 우리에게는 이와 관련된 

아픈 기억이 있는데요, 

바로 한진해운의 파산입니다. 


(참조-한진해운...어쩌다 이 지경까지?)

 

한진해운은 2000년대 초반, 

세계 경제 호황기에 공격적인 투자로

선박을 많이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운송 물량은 급감했고 해운사 간의 경쟁으로

운임료까지 낮아지면서

법정관리를 받을 정도로 위기에 빠지는데요,


결국 2017년 2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국내 1위, 세계 7위였던 명성을 뒤로하고

창립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현재는 파산상태인 한진해운 ⓒ한진해운)


한진해운의 파산은 국제

해운동맹에도 영향을 미쳐서,


한진해운 파산 이후

2M, CKYHE,O3,G6 등의

4대 세계 해운동맹이 합종연횡하여 

2M, 오션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라는 

3대 해운동맹으로 재편되었습니다. 


*합종연횡

: 중국 전국시대의 외교술에서 나온 말로

약자끼리 세로로 연합하여 강자에게

대항하거나 약자들끼리 가로로 나란히

서서 강자와 화해한다는 뜻. 




국내 2위 해운사인 현대상선은 

현재 1위 동맹인 2M에 속하긴 하지만, 


선박공유까지 하는 완벽한 동맹이 아니라 

선복매입과 선복교환만 하는

중간 단계의 협약만 맺은 상태입니다. 


이렇게 해운업계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것은

대형 선박을 중심으로 비용을 줄여

이미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파산하고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미주노선을 인수한 

SM상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지금,


갈수록 격화되는 해운업계의 경쟁 속에 

우리나라 해운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땅에도 있다! 철도동맹 


한편 하늘의 동맹 항공동맹과

바다 위의 동맹 해운동맹처럼

땅에서의 동맹도 있을까요?


국가 간 여객의 운송은 주로 비행기가 하고

물류의 운송은 배가 하기 때문에

육상 운송은 대개 국가 안에서만 이뤄진다

지역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땅 위에는 

항공동맹이나 해운동맹 같은 

범지구적인 대규모 동맹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2007년 철도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8개 고속철도 사업자들이 모여

유럽대륙를 묶는 세계 최초의 철도동맹,  

레일팀을 창설하였습니다.



(레일팀 회원사 ⓒ위키피디아)


철도동맹에 따라 각 회원사들이 만나는

일종의 환승역 개념의 허브역에는

동맹 회원국들의 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스태프가 상주하며 여행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며,


동맹을 맺은 철도사의 각 창구에서는

공동발매도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비행기나 배와 달리 

정해진 철로 위만 달리는 기차의 특성상

동맹에 따른 물리적인 통합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레일팀 운행 지도. 릴, 프랑크푸르트 등 하이라이트 된 곳이 허브역. ⓒ레일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철도의 꿈 


철도동맹과는 약간 다른 개념이긴 하지만 

유럽아시아를 이으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시아 횡단철도( Trans-Asian Railway)라고

불리는 유라시아 철도가 그것입니다. 



(우리나라까지 포함된 유라시아 철도 노선 ⓒGoogle Sites) 


유라시아 철도는 1950년대에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

터키의 이스탄불을 잇는

철도를 만들자고 구상한 것이 시초였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항공운항이

현재처럼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철도를 장기적으로는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연결하려고 했으나, 


냉전과 같은 정치적인 이유와

항공 운항의 발전 등으로

실제로 이루어지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유라시아 대륙에 있는

내륙 국가들의 경제 발전으로

육상 물류에 대한 필요성

지속적으로 대두되면서,


유럽과 태평양을 잇는 북부 횡단 구간, 

유럽과 동남아를 잇는 남부 횡단 구간 등 

4개 구간이 현재 연구 중에 있습니다. 


만약 유라시아 철도가 개통된다면 

유럽으로의 기차 여행도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KTX 광명역에 가면 

이를 기원하는 가상의 파리행 기차표를 

구할 수 있다고 하네요.



(ⓒ광명시 민원콜센터 트위터) 


현재의 남북 화해 무드가 계속되어

남한과 북한 그리고 유럽 대륙을 잇는

철도가 실현되면 그야 말로 전 세계를

기차만 타고 여행하는 것이 가능할 텐데요,


언젠가는 정말 기차를 타고

중국, 러시아를 지나 

유럽까지 갈 수 있기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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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박동수

어려운 경제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드립니다~

pdongs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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