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스트

일관성 없는 금융상품 과세기준

By 이창현 2017.07.17



골드뱅킹이란

일반 시중은행에서 금과 관련된

금융상품을 사고 팔 수 있는 제도로,


예전에는 보석상이나 금은방에서만

금을 사고 팔 수 있었지만

골드뱅킹이 도입된 2003년부터

은행에서도 금을 매매하게 되었습니다.




골드뱅킹은

고객이 은행 계좌에 돈(원화)을 입금하면 

은행은 이를 현재의 금값으로 환산해

금의 양(그램)으로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금값이 오르면 수익이 발생합니다.


고객은 출금일의 금값에 해당하는

원화를 받거나 환산된 금

실물을 인도받을 수 있습니다. 


처음 출시된 2003년에는

비과세로 운영되었던 골드뱅킹은, 


지난 2010년 국내 과세당국이 

금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에 대해 

배당소득세를 부과하면서 

과세 상품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배당소득세

: 주식 및 출자금에 대한 이익의 분배로

배당소득이 발생한 경우에 부과되는 세금 


그러자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배당소득세 부과에 반발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말 대법원이

배당소득세 부과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다시 비과세 상품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비과세 근거는 열거주의 


이 문제의 중심은

'배당소득'이었습니다. 


현행 소득세법은

주식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뿐만 아니라 

펀드에 투자하여 받는 이익도 

배당소득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과세당국은 골드뱅킹의 수익구조가 

통상적인 펀드와 유사하다고 판단하여

골드뱅킹으로 얻은 수익이 

배당소득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골드뱅킹에서 발생하는 이익(시세차익)은 

펀드와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죠. 


펀드 투자 이익은 

은행이 다수의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그렇게 모은 대형 자본을 투자해서

얻은 수익을 분배하는 것이지만, 


골드뱅킹 상품은 

다수의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모으지 않고 

은행과 고객의 1:1 계약으로 진행되며

특별한 투자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단순히 금 가격의 변동에 따라 

수익이 발생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또한, 

골드뱅킹에 대해서는 

각종 펀드에 적용되는 여러 법적 규제도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골드뱅킹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펀드 투자 이익과 유사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죠.




한편, 골드뱅킹의 과세 여부는

소득세가 따르고 있는

법률 원칙이 무엇인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법인세법은

법인에게 발생하는 소득은 

세법의 열거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과세하는 

포괄주의(순자산증가설) 방식을 적용하지만,


*순자산증가설

: 원칙적으로 모든 순자산증가액을

그 원인과 행태를 불문하고

과세 소득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


소득세법은 

개인에게 발생하는 소득 중에서 

세법에 열거된 것만 과세하는 

열거주의(소득원천설) 방식을 적용합니다. 


*소득원천설

: 일정한 수입원천으로부터 계속적으로

생기는 수입을 소득으로 보고

일시적인 소득은 원천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과세소득에서 제외하자는 주장


그런데 골드뱅킹 사례처럼 

열거된 소득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 

소득세를 부과하기 시작한다면,


소득세법의 대원칙인 열거주의를 

위반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포괄주의와 열거주의

: 세법에서 포괄주의(negative system)는

법에서 열거되지 않았어도 실제로

유사하고 동일한 이익을 받을 경우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방침이고,

열거주의(positive system)는 열거된 사항만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을 만한다. 


오랜 기간 논란이 되어 온

골드뱅킹 과세 여부에 대해 

대법원이 비과세로 판단함에 따라,


앞으로 골드뱅킹과 유사한 형태의

새로운 금융상품이

많이 신설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득세법의 체계적 정비 필요


과거에는 예금 및 적금 등 

단순한 형태의 금융상품이 대부분이었으나

현재는 앞서 언급한 골드뱅킹과 같은 

신종 금융상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골드뱅킹의 과세 여부 논란 이전에는 

엔화스와프예금의 과세 논란이 있었습니다.


*엔화스와프(swap)예금

: 고객이 은행에 맡긴 원화를 

엔화로 환전해 예금한 후 만기에 도달하면

엔화 예금 이자와 환차익(각국 화폐의

시세 불균형 때문에 발생하는 차익)

지급하는 상품



(엔화 ⓒWikimedia Commons)


엔화스와프예금은 

예금 자체의 이율은 높지 않지만 

환차익을 선물환 계약으로 보장하면서 

2000년대 초반에 큰 인기를 끈 상품입니다. 


*선물환 계약

: 미래의 환율을 미리 현재 시점에서

확정지어놓는 계약

 

그러나 과세당국이 또

선물환 계약을 통한 발생한 환차익에

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자

시중은행은 소송을 제기했고,


당시에도 대법원은

은행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선물환 거래에 따른 외환 매매차익은 

예금 이자가 아니므로 

이자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고,


채권이나 증권이 아닌 

외국 통화 매도 차익에 대해 

이자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열거주의에

어긋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죠.


그러자 기획재정부는

아예 소득세법을 개정해서

엔화스와프예금 등 신종 금융상품에 대한 

과세 근거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정부가 골드뱅킹 과세를 추진하기 위해

이때처럼 소득세법 개정을

단행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두면 

외환의 시세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고, 

 

금의 시세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될 것입니다.




이처럼 금융권의 파생상품이 진화하면서 

소득세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당장 눈앞에 닥친 새로운 금융상품의 

과세 여부에만 급급해하지 말고,


금융상품 수익구조를 면밀히 분석하여

이를 통한 체계적인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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