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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계의 '레전드' OB맥주 매각 이야기

By 월스트릿트레이닝아시아 2017.09.06



OB맥주, 3조 5천억 원의  비밀

  2014년 1월 20일, 국산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기업 OB맥주가 세계 최대의 맥주회사 AB인베브(앤하이저-부시 인베브 Anheuser-Busch InBev, 이하 AB인베브)약 6조 2,000억 원에 매각습니다

  홈런과도 같은 딜(deal, 거래)로 불리는 이 매각의 주인공은 OB맥주나 인수자인 AB인베브가 아닌 3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매각차익을 누린 글로벌 사모펀드 KKR과 아시아 사모펀드 어피니티(Affinity)였습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사모펀드 업계에서도 전설적인 거래로 평가 받을 정도로 소위 말해 '대박'난 거래였죠. 그런데 여기서 도대체 '사모펀드는 무엇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기실 것입니다.



(유력 기업의 회장과 결혼해 차지한 회사 주식을 사모펀드에 넘긴 주인공 ⒸJTBC '품위있는 그녀')

  사모펀드는 국내 경제 뉴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체입니다. 홈플러스, 코웨이, OB맥주 등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 대표 기업들이 사모펀드와 투자은행 M&A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큰 금액에 활발히 거래되고 있죠.

  최근엔 드라마의 소재로도 등장해서 화제였는데요, 지금부터 이렇게 우리나라의 굵직한 기업들을 움직였던 사모펀드 투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란?

  사모펀드란 소수의 투자자들에게 비공개(Private)로 자금을 모집하는 사모 방식으로 꾸려지는 집합투자기구를 말합니다.

  시장(Public Market)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적으로 투자의 기회를 열어두는 공모펀드와는 반대로 시장 외에서 매수자와 매도자의 '사인(私人)간 계약'으로 체결된다는 특징이 있죠.

  또한 공모펀드와 달리 소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하므로 금융 당국의 개입이 적고 투자자 구성, 보상, 투자 등의 운영 방식을 공개할 의무가 없습니다. 법적으로는(투자신탁업법) 100인 이하의 투자자, 증권투자회사법(뮤추얼펀드)에서는 50인 이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모집하는 펀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모펀드는 회사의 경영 및 재무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며 다양한 금융 기법으로 비상장 지분과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높은 금융지식과 투자 능력을 요구합니다. 그런 여러 가지 노력을 통해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의 기업가치를 높인 다음 기업 주식을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exit)하는 식으로 수익을 거둡니다.




사모펀드 투자의 레전드, OB맥주 매각

  이제 다시 한번 OB맥주의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OB맥주에 대한 사모펀드의 투자는 수조 원 단위의 큰 투자 규모나 높은 수익률뿐만 아니라, 투자의 내용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케이스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 론스타(Lone Star) 사모펀드의 외환은행 투자 같은 경우 수익률은 높았지만 각종 세금, 합법성 관련 법정공방에 얽혔고, 투자 집행 이후 론스타 사모펀드가 진행한 구조조정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는 사모펀드가 '나쁘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기도 했죠.

  반면 OB맥주는 사모펀드 투자 이후, 비용을 절감하는 구조조정보다는 공격적인 투자 및 운영방법 개선으로 회사의 내재가치를 끌어올린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OB맥주를 싸게 사고 비싸게 판 주인공인 사모펀드 KKR과 어피니티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KKR(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

  제롬 콜버그(Jerome Kohlberg), 헨리 크래비스(Henry Kravis) 그리고 조지 로버츠(George R. Roberts)가 1976년에 설립한 사모펀드입니다. 설립 이후 30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수십조 원 규모의 사모펀드들을 운용하며 20%에 근접한 연평균 수익률을 냈습니다. 한국에서는 OB맥주, 티켓몬스터, 더케이트윈타워에 투자했고 서울 오피스를 운영할 정도로 한국 투자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피니티(Affinity Equity Partners)

  9조 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홍콩계 사모펀드로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입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대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홍콩, 싱가포르, 서울, 시드니, 베이징, 자카르타에 사무실을 두고 있죠.


  이 두 사모펀드가 참여한 OB맥주 매각은 수조 원에 달하는 이익 규모도 놀랍지만, LBO딜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연평균 40%에 달하는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렸기 때문에 비단 한국 내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2014년을 대표하는 사모펀드 딜'로 등극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이들이 사용한 LBO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LBO는 레버리지 바이아웃(Leveraged Buyouts)의 준말로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법 중 하나인데요, 레버지리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지렛대(lever)의 힘이란 뜻으로 쉽게 말해 '빚을 이용한 투자'를 의미합니다. 보다 정확히는 회사나 회사의 사업부, 자산 등을 인수할 때 인수 금액의 상당 부분을 빌린 자금으로 지불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부채를 지랫대로 삼아 기업을 인수하는 LBO딜의 수익 실현 방법은 다른 사모펀드와 유사합니다. 인수한 회사를 다른 곳에 매각하거나 IPO(기업공개)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죠. 




  앞서 말한 것처럼 KKR과 어피니티는 OB맥주를 2009년 중반에 2조3,000억 원에 인수해 2014년 초 6조2,000억 원가량에 매각했고 이를 통해 3조5,000억 원이라는 실로 엄청난 규모의 차익을 냈습니다. 이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인수매각 방식인 LBO의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엄청난 것인데요,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KKR과 어피니티가 OB맥주를 싸게 인수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당시 매각 회사가 처한 특수한 상황이 전제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특수한 상황에 처했다는 OB맥주 매각 회사의 주인공은 AB인베브입니다. 사실 KKR과 어피니티에게 2009년 OB맥주를 2조3,000억 원에 판 것도, 그리고 2014년 6조 원이 넘는 돈을 주고 다시 사들인 것도 모두 AB인베브였습니다. 

  OB맥주는 이미 2001년 두산그룹에서 AB인베브(당시 사명은 '인터브루 Interbrew')에 넘어간 상황이었습니다. 1998년 OB맥주의 모기업이었던 두산그룹이 AB인베브와 합작했고, 2001년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에 따라 AB인베브는 정식으로 OB맥주의 대주주가 되었던 것이죠.

  그때까지만 해도 벨기에 맥주회사 인터브루와 브라질 맥주회사 암베브(Ambev)의 합작 형태였던 '인베브'는 2008년 금융위기 중에 많은 차입금을 사용해 미국 맥주회사(앤하이저 부쉬, Anheuser-Busch)를 인수하면서 현재의 AB인베브(Anheuser-Busch InBev, 앤하이저 부쉬 인베브)로 재탄생했습니다.

  그렇게 세계 최대의 맥주회사가 된 AB인베브는 많은 부채를 지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빨리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차입금 부담을 줄여야 했습니다. 이런 급박한 시기에 KKR과 어피니티라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사모펀드들이 OB맥주를 인수한다면 빠르게 현금을 회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죠. 결국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던 당시의 신용시장을 고려해서 AB인베브는 낮은 가격이라도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매각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KKR과 어피니티는 협상력을 발휘해 OB맥주의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했죠.




  KKR과 어피니티가 투자에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두 번째 비결은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한 번에 진행하는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항상 강조하는 회수전략(Exit Strategy)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라는 민감한 시기에 미국회사와 합작을 진행할 만큼 몸집 키우기를 좋아했던 AB 인베브는 추후에 OB맥주를 되사는 것을 고려해 콜옵션을 가져갔습니다. 




  물론 이런 콜옵션을 매각자가 가져가더라도 5년이 지난 후에 다시 값비싸게 회사를 되사갈 거란 보장이나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회수 전략없이 투자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전략적 투자자가 다시 매수해갈 것이라는 옵션을 남겨놓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죠. 




  마지막으로 KKR과 어피니티가 2009년 OB맥주를 인수한 이후부터 다시 AB인베브에 매각할 때까지 한국 맥주 시장이 탄탄하게 성장한 것이 이 사모펀드가 큰 이익을 낼 수 있던 비결입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 맥주 소비량은 연평균 2.2% 정도 성장했지만, KKR과 어피니티가 OB맥주에 투자한 4년 동안에는 연평균 4.1%로 과거보다 2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2014년에는 다시 이러한 성장이 -0.3%로 둔화된 것을 보면 KKR과 어피니티의 투자와 매각 타이밍이 절묘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맥주 시장의 성장을 KKR과 어피니티가 미리 예측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우연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두 사모펀드가 인수한 이후 OB맥주는 맥주 시장 전체의 규모적 성장만 누린 것이 아니라 국내 경쟁사인 진로하이트와 경쟁해 4:6정도로 불리하던 시장 점유율을 6:4로 역전하는 성과를 이루어내기도 했죠.


  결국 대규모 LBO 투자를 집행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위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너무 비싸게 사지 않으면서 적절한 가격에 팔 수 있는 회수전략을 마련할 것

-최대한 안정적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할 것

-적절한 운영방법과 투자전략으로 내재가치를 끌어 올릴 것




  이렇게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사모펀드의 투자방식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요, 사실 이런 각 사모펀드의 투자 방식은 실제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실무자도 어깨너머로만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앞으로 금융권에서 기업 인수나 투자에 관한 일을 하고 싶다면 거래의 이면에 이런 다양한 분석 모델과 투자 방식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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