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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갖고 싶다"
집과 멀리 떨어져 있는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매학기마다 이곳저곳 떠돌며 10번도 넘게 이사 했던 나는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큰 편이다. 그동안 온갖 주거 환경을 다 경험해 보았던 나는 어릴 때 마냥 좁게 생각했던 아파트가 굉장히 좋은 것이였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정도 수준의 주거공간을 서울에 갖는 일도 하늘에 별 따는 것마냥 어렵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똘똘한 아파트 한 채가 답이다' 라는 책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할 지 궁금했다. 한 달 월급의 거의 4분의 1을 주거비로 소진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 싶었다.
저자가 말하는 집값 상승의 핵심은 이것이다.
"국토 면적의 16.7%에 불과한 도시에 나라 인구의 92%가 거주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 모두 서울에서 살고 싶어한다."
구체적인 통계자료까지 확인 해볼 생각은 못했는데 과연 맞는 말이다. 서울 중심은 거의 개발이 완료 되어 신규 주택을 새로 공급하기도 어렵다. 이미 지어진 주택도 제한적인데 누구나 그 안에서 살고 싶어한다. 정부에서는 신규 주택을 공급하여 이러한 수요를 분산하고자 하지만 그들이 짓는 주택은 서울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직장도 대부분 서울 중심에 몰려 있고, 편의시설이나 문화시설도 서울에 다 있다. 나는 결혼도 모르겠고 아이 생각도 없어서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지만 좋은 학군도 서울 안에 있다. 누구나 원하는 서울 중심의 주택은 한정적인데 원하는 사람은 많으니 가격이 올라가는 속도 자체가 다르다.
솔직히 서울이 아닌 곳에서 집을 마련하는 일은 지금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경기도로 조금만 나가면 2~3억대 하는 아파트를 찾을 수 있고, 대부분의 지방에서도 그정도 된다. 이 정도라면 평범한 월급쟁이도 대출을 조금만 보태면 집을 구하는 것이 영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에 집을 산 사람과, 경기도에 집을 산 사람은 나중에 자산가치가 아주 달라진다. 저자는 상담했던 사람들의 사례를 들며 이를 설명한다. 위치가치가 이렇게 큰 것이다.
나 역시도 지금 당장 집을 살 수 있다면 경기도에 집을 살 생각은 전혀 없다. 사실 '서울에 산다' 라는 말은 단순히 서울에 사는 것 그 이상이다. 그 자체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도농격차는 실제한다. 기본적인 인프라며 교육 수준 자체가 다르다. 그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기회의 차이가 다르다. 지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는 그 차이를 너무도 실감한다. 그리고 모든 분야에서 격차가 점점 더 빠르게 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을 살면서 체감한다. 그래서 기를 쓰고 서울로 올라와 자리잡고자 했고 앞으로는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것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부는 반시장적인 정책까지 내놓으면서 집값을 누르려고 했지만 그런 정책을 내놓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는 '가격 상승'의 신호로 받아들여져 반대로 행동하게 한다. 그런 행위 자체가 이 곳이 참 좋은 부동산이다라고 공인해주는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이 출판된 날짜가 올해 2월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대책이 또 다시 발표 되어 책의 내용이 다소 outdated 되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똘똘한 아파트 한 채'는 여전히 유효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는 이번에는 아예 고위 공직자들 중 다주택인 자들을 대상으로 집을 빨리 팔으라고 압박까지 하고 있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공직자이기는 하나 그들 개인의 자유는 어디에 있는가? 하지만 정책을 내놓는 그들조차도 강남의 똘똘한 아파트 한 채는 포기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이로써 사람들은 더욱 정부의 정책을 불신하게 되었고 '강남불패'를 확신하게 되었다.
또한 아직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도입으로 인하여 1주택 비과세가 더욱 부각 되었다. 한국에서는 1주택으로 소득이 생긴 것에 대해서는 9억 원까지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되면 정말 부동산을 이길 자산이 없다. '파이낸셜 프리덤' 이라는 책의 저자이고 경제적 자유를 이루어 유명해진 그랜트 사바티어도 자신의 책에서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다면 가능한 빨리 구매하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집을 사면 좋은 것은 우선 고정적으로 매달 월세를 내며 집주인의 돈을 대신 벌어다 줄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담보가치가 있기 때문에 레버리지를 끌어오기가 좋아진다. 그래서 그것을 통해 다른 자산을 만들고 늘리기에도 좋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부채도 자산이다. 먼저 많이 땡기는 사람이 이긴다. 그는 미국에 살아서 한국과 사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자산을 지키고 늘리는 수단으로서 좋은 부동산 하나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투자를 떠나 내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집이 생긴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큰 안정감을 줄 것이다. 이왕 사는 집이면 앞으로도 가치가 상승할 여력이 있는 물건을 고르면 좋지 않겠는가?
저자는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는 전통적인 가족상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면이 없잖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금을 마련하려면 어떻게 할지, 좋은 물건을 보는데 어떤 점을 중점으로 봐야할지 좋은 가이드를 제시해 주었다. 결혼을 하여 배우자와 함께 돈을 모아간다면 집을 마련하는 날이 더욱 앞당겨지기는 할 것이다. 이제 어떤 물건의 가치가 좋은지 보는 방법을 배웠으니 결혼할지는 모르겠지만 하루 빨리 돈을 모아서 자금 조달할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