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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낮다는데 왜 식료품은 이렇게 비쌀까?
열심히 살았는데 왜 작은 아파트 한 채 사기도 어려울까?
경기가 좋아졌다는데 왜 비정규직 일자리만 있는 걸까?
경제학에서 말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맞는 것 같지 않다. 물가지수와 체감온도가 맞지 않는다. 뭐가 문제인걸까?
오랜만에 책 내용을 필기하면서 읽게 된 책이다. '돈의 감각'에서 저자는 현재의 화폐 시스템이 개발 된 과정부터 시작하여 경제 사이클, 부동산 사이클, 환율과 금리, 글로벌 경제까지 이야기 한다. 그 중에서도 2장 경제 사이클 부분에서 신용화폐 시스템 하의 경제 사이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통화량을 기준으로 경제 현상을 해석하는 저자만의 독특한 관점을 볼 수 있었다.
경영,경제 공부를 하면서, 내가 실제로 보고 있는 현상들과 잘 일치 하지 않는 부분들도 많아 잘 이해되지 않고 와닿지 않는 개념들이 많았다. 그런데 통화량을 통해서 신용팽창과 축소를 가늠하고 그 움직임으로 거시경제를 분석하는 저자의 관점과 해석은 '왜 안맞지?' 하게 되는 현상들을 쉽고 명료하게 설명해 주었다. 기존의 '수요와 공급'을 중심으로 이론을 펴나가는 경제학과는 다른 접근이지만 이 부분에서 저자가 경제현상을 통찰력 있게 꿰뚫어 보고 있다고 생각했고 많이 공감 하게 되었다.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저자의 핵심 주장은 이렇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아니라 시중에 풀려있는 통화량으로 인해 결정되고 있다.
통화량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도 늘어나지만 누군가 빚을 져서 늘어 난다. 보통 점심 한끼를 사먹기 위해 대출을 받지는 않기 때문에, 이렇게 누군가 빚져서 늘어난 돈은 큰 돈이 들어가는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의 가격이 먼저 올라가게 하고 이와 관련 기업 등을 거쳐 얼마 간의 시간동안 돌고 돌아 노동자에게까지 도달하여 생필품 가격도 오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시중에 돈의 양이 늘었으므로 물가는 올라가지만 돈의 가치는 하락하기 때문에 내가 버는 월급의 가치는 낮아진다. 기술이 발전하고 생산량이 늘어나도,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하면 물건의 가격이 낮아져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물건의 가격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다.
물건이 귀해서 가격이 올라가는 일은 있지만 내 월급상승은 미미하고 심지어 더욱 낮아지기도 한다. 일을 똑같이 하지만 돈이 더욱 적어졌기 때문에 소비를 더욱 줄이거나 다른 일을 하던지 하여 돈을 더욱 많이 벌어야만 기존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분명 물건을 몇 개 사지도 않았는데 돈이 벌써 없다!
신용화폐 시스템에서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끊임 없이 성장 해야만 하고, 돈을 풀고 풀어 돈의 양이 계속 늘어나게 될 수 밖에 없다. 늘어난 돈(인플레이션)이 부동산을 시작으로 한바퀴 돌면서 노동자에게 분배 된다(대체로 불합리한 방향으로)는 설명으로 내가 생활하며 느꼈던 불합리함이 이해가 되었다.
가령 현재 정부에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청년계층을 위해 청년전세대출을 최대 1억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 낮은 금리로 1억을 쉽게 빌릴 수 있게 되니 당장 집주인들이 전세가부터 3천씩 올렸다. 이 제도가 등장하기 전에는 서울에서 전세가가 7천~8천 하는 것들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그런 가격은 거의 찾아볼 수도 없고 1억짜리 전세집이 해도 반지하이거나 아주 낡고 후진 집들이 대다수다. 그나마도 이미 다른 사람들이 모두 계약하여 그 가격으로 가능한 매물이 없기 때문에 1억으로 집을 구하려면 아주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만 한다.
물론 빌릴 수 있다면 쉽게 돈을 빌려 레버리지를 일으켜 좋은 주거환경으로 갈 수 있는다는 것은 그것이 가능한 개인의 입장에서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전체 시세를 올려 놓았기에 해당 제도의 수혜를 받을 수 없거나 그만한 자산이 없는 사람에겐 오히려 격차가 된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만큼 돈의 가치가 낮아졌기 때문에 반지하가 아닌, 더 나은 컨디션의 전세집에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해졌다. 은행은 임대인의 빚을 대신 져줄 뿐이다. 돈을 버는 건 자본을 가진 쪽이다.
경제주체에는 정부, 기업, 개인이 있다.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 셋이 모두 조화를 이루며 잘 지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은 '소비'가 없으면 무리하게 투자하여 생산활동을 하려고 하지 않으며, 개인은 열심이 일은 하지만 소비여력이 점점 작아지기 때문에 마음껏 소비할 수 없다.
결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가장 근본적인 경제주체인 개인의 소득을 부양해야 한다. '개인이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진짜 부양책이지, 빚을 쉽게 내는 정책이나 그 빚을 정부가 대신해서 뿌려주는 정책은 정답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부분에서 저자에게 200% 공감 하였다.
우리가 코로나 19 사태로 이미 경험하여 알 수 있었듯이 '기본소득' 이라는 정책은 이제 필수적으로 논해져야 하는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이 직접 소비할 여력이 생겨났을 때, 경기가 살아나는 것을 우리는 확인 하였다. 신용화폐 시스템이 당분간은 지속 될 것이지만 한계가 있기에 우리는 그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기에 신용화폐 시스템에서는 돈을 쉽게 빌려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킬 수 있는 주체가 돈을 더 쉽게, 빨리, 많이 벌 수 있게 된다. 또한 어느 부분에서 수요가 일어나게 될지 미리 알고 사둔 사람이 돈을 벌게 된다. 그래서 큰 레버리지가 가능한 대기업 위주로 부가 분배되며 격차는 자꾸만 벌어지게 된다.
어렵지만 이 부분이 현재 신용화폐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며 개인이 반드시 투자를 해야만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주식시장을 예로 들면 수십년간 주식은 크고 작은 낙폭이 있었음에도 꾸준히 우상향 해왔다. 매년 7% 정도 상승한다고 하는데 미국은 기축통화 국가이고 돈이 부족하다면 돈을 찍어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에 시중에 돈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경제구조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는 둘째치고, 자꾸만 손에 쥔 돈이 줄어드는 개인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이 구조 안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저자는 그런 개인들을 위해서 어려운 용어는 싹 빼고 쉽고 간단한 설명으로 경제 사이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외환, 글로벌 경제까지 거시경제를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책을 한번 읽었다고 단번에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독서를 통해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제태크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을 만큼 간만에 아주 좋은 책을 만난 것 같다.
*해당 리뷰글은 저의 개인 블로그에도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