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에 속지 말자 – 신종자본증권

2017-05-23 17:20
기업 이야기
written by 이창현




모두 아시겠지만

개인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연 소득 및 재산 상황, 대출 여부 등

재무 상태에 대한 심사를 거쳐

대출 승인 여부, 이자율 등이 결정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업도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신용도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개인이 원천징수영수증 및 급여대장,

급여계좌 등을 증빙으로 제출한다면

기업은 재무상태표 등 재무제표가

신용을 나타내는 기초자료가 됩니다.

 

부채를 자본(or 자산)으로 나누어 도출하는

부채비율은 기업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재무비율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통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기업은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 경우 은행으로부터 대출 승인이

허락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신용평가의 척도로 사용되는

부채비율에도 사실 큰 허점이 있습니다.

 

바로 사채를 발행하고도 부채로 계상되지

않는 경우인데요, 지금부터 이에 대해

상세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구채란 무엇인가

 

영구채(Perpetual bond)는 만기가 없이

일정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으로서

초대형 프로젝트 등 장기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할 때 발행하는 채권입니다.

 

보통 일반적인 사채는

발행자의 재무제표에 부채로 계상되나

영구채는 원금 상환 의무가 없다는 점,

일반 채권보다 후순위라는 점 등을 이유로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재무상태표에 신종자본증권으로 표기

 

따라서, 영구채를 발행하는 기업은

사채를 발행했음에도 오히려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부채가 40, 자본이 60원인

기업이 영구채를 40원 신규 발행하게 되면

부채비율(부채/자본) 67%에서 40%

낮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이 기업이 동일한 금액만큼

영구채가 아닌 일반 회사채를 발행했다면

부채비율은 133%로 급격히 상승합니다.

 

원금 상환 의무가 없다는 점과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독특한 매력덕분에

국내에서도 영구채를 발행하는 기업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자연스레 영구채 발행에 강한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구채는 부채로 계상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자본으로 보기도 힘든

애매한 성격 때문에 혼란을 주기도 합니다.

 

지금부터 영구채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구채, 왜 문제가 되는가

 

2012년 두산인프라코어는 국내 최초로

5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습니다.

 

다음은 영구채 발행 당시 국내 언론에

언급된 기사를 요약한 내역입니다.

 

기사 요약(1) 2012.10.08

신종자본증권은 30년 만기로 연장하므로

사실상 만기가 없는 영구채권이다.

 

따라서 원금 상환에 대한 압박이 적으며,

자본으로 인식됨에 따라 부채비율 감소 등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있다.

 

기사 발췌(2) 2012.10.07

기업은 장기 자금조달을 통해

재무적 안정을 꾀할 수 있으며,

 

기존의 회사채와는 성격이 완전히 달라

·수신 업무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영구채를 발행할 당시

일부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부채라는 점과

Step-up* 조항 때문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지만,


*Step-up: 일정 기간 내에 상환하지 않으면

금리가 오르는 조항으로 두산인프라코어는

5년 뒤 5% 상승, 7년 뒤 2% 추가 상승함.

 

대부분은 만기가 없으므로 원금 상환의

의무가 없다는 점과 발행 초기 금리가

높지 않다는 점, 회계상 자기자본으로

인정되는 등 여·수신업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자금조달이라는 점에

더욱 주목하였습니다.

 

이제 국내에 영구채 발행이 시작된 후

5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올해부터

두산인프라코어를 시작으로 국내 대기업의

영구채 조기상환 시기가 도래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구채를 조기 상환 하지 않으면

Step-up 조항으로 인해 금리가 상승하므로

영구채 발행기업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두산인프라코어의 현재 영구채 금리는

3%대이지만, 올해 9월까지 미상환하면

금리는 8%대로 껑충 뛰게 됩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는

매년 1,000억 원 이상을 이자비용으로

지출할 만큼 재무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지금보다 금리가 2배 이상 상승한다면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될 전망입니다.

 

 

영구채 발행 기업, 모두 안전한가

 

그렇다면 지금부터 영구채 발행 기업의

재무 상태를 파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됨에 따라

겉으로 보기에는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갖춘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를 줍니다.

 

영구채 발행 기업의 재무 구조는

단순히 부채비율을 검토하기보다는

영업이익과 이자비용을 확인함으로써

회사의 영구채 조기 상환 가능성 여부 및

금리 상승 후에도 늘어나는 이자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있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2017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상선,

2018년에는 SK텔레콤 및 포스코 등이

영구채 조기상환 시기를 맞이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 영구채 발행 기업의

재무 상황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므로

영구채의 이자는 배당으로 회계 처리됨

(자본변동표 내 신종자본증권의 배당 항목)

 

예시로 든 4개 회사의

영업이익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살펴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거의 유사하며,

현대상선, SK텔레콤, 포스코는

금액적 차이가 다소 있습니다.

 

그러나 영업이익 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더 크기 때문에

재무제표 신뢰성에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손익계산서는 현금주의가 아닌

발생주의로 작성되므로

현금의 유입이 없어도

매출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실기업이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허위의 매출을 인식할 경우,

 

손익계산서의 영업이익이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현금흐름보다

과도하게 커지게 됩니다.

(ex. 대우조선해양)

 

다시 돌아와서,

4개 회사의 재무 상황을 보면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상선은

영구채의 조기 상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SK텔레콤과 포스코는 큰 무리 없이

영구채를 조기 상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6년 두산인프라코어는

영업이익 460억 원을 달성했지만

과도한 부채로 영업이익보다 6배나 큰

2,300억 원의 금융비용이 발생하고 있어

영구채의 조기 상환이 힘들어 보입니다.

 

또한, 1조 원이 넘는 차입금 및 사채가

2017년에 만기가 도래하므로 5,000억 원의

영구채를 상환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비록 영구채를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이

Cash Cow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2016년 영업이익: 4,100억 원)

당분간은 늘어나는 영구채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의 영구채는

타 회사와 비교하였을 때

Step-up시 금리 인상폭이 매우 커서

 

장기적 관점에서는 신규 차입 등으로

영구채를 돌려 막기 형식으로 상환하거나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영구채를 상환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현대상선의 영구채 금액 자체는

200억 원으로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해운업 경기의 장기 불황으로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으며,

 

두산인프라코어보다도 더 큰

3,500억 원의 금융비용이 발생하고 있어

영구채의 원금 상환은 물론, 금리 인상 시

이자를 감당하는 것도 힘들어 보입니다.

 

SK텔레콤과 포스코는 1년 영업이익이

영구채 원금의 2~3배를 기록할 만큼

안정적인 재무 상황을 보여주고 있어서

영구채를 조기 상환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을 좀먹을 수 있는 영구채

 

분명 영구채는 만기가 없기 때문에

이자만 내면 원금의 상환 시기는

기업이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많은 기업이 현혹되어 영구채를 발행하지만

일정 기간 이후 금리가 인상되는 조항은

재무 상황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됩니다.

 

지금까지 국내 대기업은 사업의 확장 등

외형적 성장에 주로 치중해 왔습니다.

 

수익성이 검증된 확실한 투자 안에 대해

철저한 중장기 재무 계획을 수립하여

영구채를 발행하는 것은 괜찮으나,

 

외형적 성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무분별하게 영구채를 발행하다 보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비용 때문에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결과가 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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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이창현

회계로 보는 재미있는 세상

eyet0616@ciderm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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