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는 죽음

2017-05-19 18:37

written by 정 에스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이 시를 기억하시나요?

학창시절 교과서에도 실린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입니다.

 

죽음을 아름답게 그려낸 시로 유명하지요.

오늘 콘텐츠는 바로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18년부터 국내에 도입될연명의료결정법’,

일명웰다잉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국, 2018년부터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최근 국내에서는 과도한 연명 치료를 지양하고

가족과 함께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 인식을 반영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줄여서 '연명의료결정법'의 시행은

내년인 2018년부터 시행됩니다.

 

이는웰다잉법으로도 불리는데요.

불치병 환자들이 산소호흡기를 떼는 등

치료를 중단할 권리만 인정되는 것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 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법입니다.

 

, 소극적 의미의 안락사 법안인 것이지요.

 

이에 반해, 적극적 안락사는 국내의 경우

아직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한국인들은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권리

인정해달라고 주장합니다.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며,

고통 없이 삶을 마무리하는 길을

찾기 시작한 것이죠.

 

이에 대해

법무법인 '해울'의 신현호 변호사는

삶의 정체성과 품위를 유지하면서

죽기를 바라는 새로운 가치가 생겼다.”

말했습니다.

 

, 인간의 마지막 권리인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는 시대가 온 겁니다.

 

영국의 과학자 스티븐 호킹은

자신의 의지에 반해

억지로 삶을 연장하는 것은

최대의 모욕이라고 말했습니다.

 

가령 한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달면

음식도 못 먹고 말도 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중환자실에서 가족과

인사도 못하고 이별하는 경우도 많지요.

 

연명 치료에 관한 한 사례를 들자면,

말기 췌장암으로 입원치료를 받던

A씨의 경우,

퇴원해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어

의료진은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어린 아들과 마지막 캠핑을 가고 싶다.”

라며 간청했습니다.

결국 장시간의 논의 후 A씨는

집 대신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고,

사흘 후 아이와 함께 

소풍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건강은 급격히 악화되었고,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A씨는

숨을 거두었습니다.

 

만약 병원의 주장대로

A씨가 연명 치료를 계속했다면,

아마 아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하고

이별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입니다.

 

이를 지켜본 한 종교단체 관계자는

연명 치료를 일찍 중단하고

호스피스에 왔다면,

아이와 캠핑도 다녀올 수 있지 않았을까요?”

라며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한 사람의 죽음은 주위 사람들을

변화시킵니다.

 

임종 직전 가족과 화해도 이룰 수 있죠.

하지만 반대로 연명 치료를 하다가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정신적·육체적·경제적으로

피폐해지는 일도 많습니다.”

라고 전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 도입,

장단점과 의료계의 시선

 


 

그렇다면,

연명의료결정법 도입에

따른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첫째,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이나

우울 등의 감정을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 환자 스스로 죽음을

준비할 시간을 가짐으로써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경감될 수 있습니다.

 

셋째,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 또한

임종 과정 동안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을 적용할 경우,

이에 해당하는 질환이 4개뿐인 데다,

호스피스 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국내 도입이 되면 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이죠.

 

또한 아직까지 호스피스 시설의

한국 이용률은 13.8%

아주 낮은 것은 아니지만,

영국 95%, 미국 43%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생명을 인위적으로

다룬다는 문제 때문에

종교계의 반발도 큽니다.

 

게다가 병원에서 정하는말기 상태

규정도 명확하지 않고,

사전의료의향서 접근도 문제,

임상진료지침 만들기,

인프라 구축 미흡,

국립연명의료기관 설치 등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의료계에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일부 의료인들은

연명의료결정법은 곧 사망할

임종기 환자에게 별 의미 없는

연명 의료 거부권을 주면서,

진짜 연명 의료 거부가 필요한

말기 환자에게는 연명 의료 거부권을

주지 않는다.”라고 주장합니다.

 

, 말기 환자들일수록

연명 의료 거부권 선택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또한 박형욱 단국대 의료윤리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허용되겠지만 정서상 

아직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이긴 어렵다.

연명 의료 중단도 보수적으로

아주 제한된 입법적 시도를 했다.”

라고 말했습니다.

 

 

네덜란드, 미국, 캐나다 등

안락사 합법화 국가의 증가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요?

2016 6, 캐나다는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여기서 안락사란 독물 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생명을 끊는 것입니다.

단순히 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의미의

안락사가 아닙니다.

 

네덜란드는 그보다 앞선 2002년에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했고,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스위스,

콜롬비아가 뒤를 이었습니다.

 

미국은 1994년 오리건 주를 시작으로

워싱턴, 몬태나, 버몬트에 이어

캘리포니아까지 총 5개 주에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와 주에선 불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자발적 의지를 갖고

안락사를 원할 경우,

독물 주사 등 의사의 조력을 거쳐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합니다.

 

스위스의 경우,

다른 나라 사람들의 안락사도

자국 내에서 허용합니다.

 

프랑스는 2016년 불필요한 치료 중단에 더해

진정제를 투여하는 다소 어정쩡한 형태의

안락사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는 독물은 아니지만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

약물로 마음의 안정을 얻도록

도와주자는 취지입니다.

 

 

우리는품위 있는 죽음

맞이할 권리가 있다

 

사실 안락사는

매우 간단한 과정을 거칩니다.

마치 수면 내시경을 받는 것처럼

대개 정맥주사를 통해 '티오펜탈' 등의

수면제를 투여합니다.

 

의식을 잃게 되면 이후

심장을 멈추게 하는 약물인

염화칼륨을 투여하는 것이 끝입니다.

가격 또한 1,000원 미만으로 저렴합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소중한 생명을 싸구려 약물로

죽게 만든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를 두고 종교적, 윤리적 이유로

반대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게다가 가난한 사람 등 약자들이

안락사를 빙자해 사회적으로 강요된 죽음을

선택할 수도 있고,

안락사로 둔갑한 자살이 늘 수도 있습니다.

 

가령, 벨기에에선 전체 사망자의 2%

안락사란 통계도 나와 있습니다.

 

혼자 남는 게 두려워 동반 안락사를

선택하는 부부도 있고,

단지 사는 게 싫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질병이 없는 20대 여성이

안락사를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사리판단이 어려운

어린이 불치병 환자에게도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해,

부모의 동의를 거쳐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안락사는 본인과 가족 등

지인들의 자발적 동의를 거친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도 분명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불행해지는 사람 없이 오히려 축복 속에

사랑하는 사람을 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병을 앓고 있지만

치료 약이 없는 환자들의 경우,

그들에게는 안락사가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품위 있는 죽음

맞이할 권리는 정말 중요하며,

반대하는 분들의 견해 또한

존중해야 합니다.

 

게다가 윤리적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안락사 도입,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기회

 

한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가족들이 임종 환자에게

다음 말들을 한다고 합니다.

 

"나는 당신을 용서합니다.

나를 용서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임종 환자들은 마지막 가는 길에

환자가 아니라, ‘소중한 인간으로서

떠나는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좋은 죽음이란,

환자의 가족이나 보호자가 피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고,

소망을 존중 받으며, 임상적, 문화적,

윤리적 기준에 부합하는 죽음

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호스피스 완화의료학회

김시영 회장은

“'품위 있는 죽음'이란 더 이상 치료가

무의미한 시점에서 치료에 매달리며

고통 받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자기 시간을 가지며 주변을 정리하고,

가족, 친구와 못 다한 이야기를 끝낸 후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안락사의 도입은 신중해야 하지만,

환자가 삶을 정리하고 돌아볼 시간,

마지막까지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소중한 일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인간은 언제, 어떻게 죽을지

결정할 권리가 있는가.

권리가 있다면

남에게 도움받을 수 있는가."


-영국 시사경제지이코노미스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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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정 에스텔

엄마가 차려준 밥상처럼 따뜻한 글을 쓰고 싶지만, 아직까지 수없이 흔들리고 방황하며 살고 있는 사람.

tinycastle16@ciderm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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