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영향을 줬던 '테킬라 위기'가 재현된다?

2018-06-18 23:38
경제 이야기
written by 박지은




신흥국이 위험하다?


최근 신흥국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서

글로벌 투자 자금이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인데요,


만약 미국 연준이 6월에

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신흥국에서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

신흥국 경제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위기감이 감도는 신흥국 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이후

미국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멕시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멕시코 국기 ⓒFlags of countries)


멕시코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멕·러·브'(멕시코, 러시아, 브라질) 국채로

인기를 끌던 투자처입니다.


하지만 연초부터 멕시코 국채 투자자들의

손실액이 커지기 시작했고

최근엔 멕시코 페소화의 가치가

-7.6% 하락하면서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테킬라 위기'가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테킬라 위기'란 과연 무엇일까요?


'테킬라 위기'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멕시코의 경제에 대해

간단히 짚어보겠습니다. 



경제 위기를 6차례나 겪은 멕시코


멕시코는 사실 경제 위기

상당히 여러번 겪은 국가입니다.


스페인의 지배에서 독립한

1800년대 이후부터

1994년의 테킬라 위기까지

6차례 이상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위기는

'모라토리엄' 선언, 'IMF의 지원 중단', 그리고

오늘 알아보려는 '테킬라 위기'까지

세 번의 시기를 꼽을 수 있습니다.



① 1982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다


멕시코의 경제 위기는

1980년대부터 시작합니다.


당시 멕시코 경제는 경상수지의 만성적 적자, 

외환준비고의 가소, 대외채무의 증가,

국내 물가의 폭등, GDP 규모의 감소 등이 겹쳐

만성병에 걸려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유가가 떨어지고

석유 수출 대금이 크게 줄면서

경상수지가 급격히 저하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되어,


멕시코는 1982년

모라토리엄(moratorium)을 선언하며

첫 번째 외환위기를 겪습니다.


*모라토리엄(지불유예, Moratorium)

: 라틴어로 `Morari'는 `지체하다'를 뜻하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외부에서 빌린 돈의

상환일(만기)에 일방적으로 상환을 미루는 

행위를 모라토리엄이라 통칭한다.


국가가 지불유예를 선언하면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실물경제와 국가 신인도에

심대한 타격을 미친다. 때문에 어떤 나라든

모라토리엄은 최후의 카드로 남겨둔다.


이에 IMF(국제통화기금)가 나서서

차관(국제 관계에서의 자금 대차)을 제공하고

단기채무 상환을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돌파구를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라토리엄 이후 추락한 멕시코 경제성장률 ⓒIMF)



② 1985년

2차 외환위기와 '브래디플랜'


그런데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85년 7월,

IMF는 멕시코 정부가 

긴축정책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합니다.


IMF의 지원 중단에 멕시코엔

2차 외환위기가 닥칩니다.



(IMF 지원 중단 이후 추락한 멕시코 경제성장률 ⓒIMF)


그러자 1986년 미국의 재무장관

니콜라스 브래디(Nicholas Brady)

멕시코를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채무불이행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는 것에 대해,


글로벌 경기를 회복하는 차원에서

이들 국가의 채무를 조정해줘야 한다며

채무구제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니콜라스 브래디 ⓒWikipedia)


브래디 재무장관은

이들 국가의 채무를 일부 탕감해주고

미국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만기 채권인 

'브래디본드(Brady Bond)'를 발행해

개발도상국들의 채무 상환을 도왔습니다.


이것이 후에 남미 경제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은

브래디플랜(Brady Plan)입니다.


이후 멕시코는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눈부신 경제 성장을 거듭했는데요,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처럼

5%에 가까운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며

확장하던 멕시코 경제는

1994년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맙니다.



③ 1994년

'테킬라 위기'가 터지다


1994년

멕시코가 OECD에 가입한 해였고

동시에 미국, 캐나다와 체결한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본격적으로 발효된 해입니다. 


또한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WTO(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하면서

멕시코가 글로벌 시장에 전면적으로

문을 연 해이기도 하죠.


그만큼 겉으로 보기에는

찬란한 성장을 거듭하던 멕시코였지만

내부 상황은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economipedia)


수입 자유화 이후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지면서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하고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냈는데,


*경상수지

: 자본거래를 제외한 일반

상품 및 서비스 무역에 대한 수입과 지출.


이를 해결한답시고 정부는

외국인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단기 외채 즉, 대외 채무를 늘립니다.


그렇게 멕시코 내 달러가 갑자기 늘자

상대적으로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급등하게 됩니다.


이런 가운데 당선된 

세디요(Zedillo1994~2000) 대통령은 

경상수지의 만성적 적자와 외화 감소,

환율 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4년 12월 멕시코 페소화 가치를

강제로 15% 평가절하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조치가 방아쇠가 되어

부실했던 멕시코 경제가 붕괴한 것입니다.



(테킬라 위기 이후 추락한 멕시코 경제성장률 ⓒIMF)


페소화 평가절하로 멕시코 통화의

대외가치가 하락하자

대규모 자금 환수가 발생했습니다. 


외국인 자본이 대거

멕시코 시장을 떠난 것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멕시코 주식과

국채를 투매하고 미국으로 자본을 돌리면서

주가는 끝없이 폭락했고

나중에는 멕시코 정부도 방어를 포기했습니다.


경제성장률은 -6%대로 떨어졌고

100만 명이 넘는 실업자가 발생했으며

이번에는 모라토리엄(지불연기)이 아닌

'디폴트' 선언(지불포기, 파산) 할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나왔습니다.


마실 때는 좋지만 깨어나면 머리가 아픈

멕시코 전통주 '테킬라'처럼

단기적으로 외국 자본을 끌어올 때는 좋았으나

그로 인해 엄청난 후폭풍이 발생한 것입니다.


*테킬라 위기

: 1994년 발생한 멕시코의 경제 위기로

페소화의 15% 평가절하 이후 발생한

주식 폭락과 자본이탈을 말하며

멕시코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주변 남미 국가까지 위기에 빠트렸다.


중남미 경제를 무너트린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라는 의미에서 멕시코 전통 독주인

테킬라에 비유된다.



'테킬라 위기'의 원인 4가지


멕시코를 파산 위기까지 빠트린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의 원인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의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살리나스'의 자유주의 정책


살리나스 전 대통령은(Salinas 1988~1994)

테킬라 위기 직전까지 멕시코를 통치하면서

"살라나스트로이카"라고 불리는

자유주의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기업규제 완화, 공기업 민영화 같은

친시장 정책과 자유무역주의를 밀어붙이며

미국과 NAFTA를 추진합니다.


NAFTA를 통한 전면적인 시장 개방

수입이 늘어나게 만들었는데

그에 비해 수출 증가율이 낮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경상수지에

큰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죠.

준비 없는 개방이

참사의 시작이 된 것입니다.



(살리나스 대통령 ⓒ위키백과사전)


2) 지나친 단기성 해외 차입


NAFTA 이후 멕시코는 무역 적자가 증가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6%까지 높아졌지만

자본수지가 건실하여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본수지가 건실했던 이유는

멕시코의 외환보유고가 아닌 

외국인의 증권투자나 단기성 정부 채권 등

해외 차입으로 충당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멕시코 내에 달러가 많았지만

그 달러는 멕시코 것이 아니라

외국인들의 돈이 었다는 것이죠.


3) 정치적 혼란 증가


1994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불안도가 높았습니다.

 

멕시코 남동부의 치아파스주에서는

대규모 농민 반란이 일어나고 

제도혁명당(PRI) 대통령 후보가

암살당하는 일도 벌어진 데다가,


대통령 친인척의 추악한

부정부패가 드러나며

정세 불안이 극대화되었습니다.


4) 대외적 원인 


1994년 독일의 중앙은행 분데스방크가

금리를 4.5%로 인하한 반면

미국 연준은 4.25%로 인상했습니다.


미국과 독일의 금리가 서로 어긋나자

미국으로 자금이 쏠려가면서

그린스펀 쇼크가 발생했는데요,


*그린스펀 쇼크

: 1994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이후 채권시장을 비롯한

국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사태.

당시 연준 의장인 앨런 그리스펀의 성을 땄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미국은

1994년초부터 1995년 1월까지

7차례에 걸쳐 3%에서 6%로 금리를 인상했고,


미국의 고금리 정책은 국경을 접하고 있던

멕시코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습니다. 



테킬라의 위기 극복


테킬라 위기가 터지자 

멕시코 정부는 비상경제대책을 만들었습니다. 


미국에 맞춰 고정했던 환율을

변동환율제로 바꾸고 

정부 재정을 삭감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은행구조를 개선했습니다. 


금리를 연 80% 이상으로 인상하는 등

초고금리 정책을 통해 자본을 끌어들이고

동시에 평가절하된 페소화를 활용해

수출 관련 제조업을 서서히 살렸습니다.


결정적으로 멕시코는

1995년 1월 미국으로부터 20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지원받고 1995년 2월엔

 IMF로부터 178억 달러의

스탠드 바이 차관 지원받았습니다.


*스탠드 바이 차관

: 자금을 한번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금액을 일정 기간에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도록 약속하는 대기성 차관.


이런 노력 끝에 -6.2%로 급락했던

경제성장률은 1995년 말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InvestAdvocate)


미국의 적극적 지원으로

멕시고 역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는

비교적 단기간에 마무리 되었지만,


이 테킬라 위기는 곧 아시아로 전해져서

우리나라가 IMF 지원을 받게 했던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에까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독한 멕시코 테킬라에

이웃나라가 취한 것처럼 휘청거렸다"라며

'테킬라 효과'라는 단어도 생겨났죠.



테킬라 위기는 재현될 것인가?


그런데 문제는 멕시코는 물론이고

중남미, 아시아까지 위기에 빠트린

'테킬라 위기'가 다시 한번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중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

무역 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대통령

멕시코의 대미 수출에도 

35% 국경세 부과한다고 선언했고,


NAFTA에 대해서도

재협상 또는 폐기까지 논하면서

멕시코 경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참조-트럼프, 전 세계에 '무역전쟁' 선포하다)



(ⓒfarmfutures)


트럼프의 세제 개편으로 법인세를 내리면 

멕시코에 있던 달러가 미국으로 가는 

달러 리쇼어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달러 리쇼어링(reshoring)

: 해외에 나가있는 달러 자본이

본국(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


외국인 자본, 달러의 이탈

'테킬라 위기'를 일으킨 방아쇠였습니다.


트럼프의 압력으로 외국 자본이 이탈하고

페소화가 폭락하면 멕시코에는

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테킬라 위기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는 가운데

7월 1일 선거를 앞둔 멕시코 대통령 후보들의

반트럼프적인 정책

정치적 불안을 키우고 있는데요,


과연 멕시코가 자국은 물론

다른 나라 경제까지 무너뜨렸던

'테킬라'의 저주를 기억하고

이를 잘 막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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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박지은

국제경제에 관심많은 경제학도

박지은

에디터 :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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