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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테라'를 만든 이유는..." 공동창업자 신현성 의장 취재




지인 통해 들어본

'테라 공동창업자' 신현성 의장 심경


루나, 테라 폭락 사태가 여전히 뜨겁습니다. 한때 고점 기준 50조 원(공급량 기준, 시가총액 7위)까지 올랐다고 추정되는 코인이 단기간에 - 99%이상 폭락하면서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했죠.



*테라(UST)

: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가치 안정화 코인). 1달러 = 1테라와 가치가 연동된다. 


*루나(LUNA)

: 테라(UST)의 가치 안정화를 담보로 발행된 자매 코인. 테라 가격이 하락할 경우 투자자는 테라를 예치하는 대신 1달러 가치에 상응하는 루나를 리워드로 받는 일종의 차익 거래로 연 기준 17~20% 상당의 이자 수익(APY)을 얻고, 테라 유통량을 줄여서 가치를 보존하도록 설계되었다. (출처: 전자신문, 이원부 동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인터뷰)



테라와 루나 폭락으로 증발한 돈은 약 58조 원에 이르고(블룸버그통신, 5월 15일), 루나-테라 연쇄 폭락한 12일 전 세계 코인 시장에서 총 260조 원에 달하는 가치가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자산 운용사가 불과 3일 만에 붕괴된 것은 글로벌 금융역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데요, 


한국의 일론 머스크라 불렸던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는 현재 투자자들의 줄소송에 이어 살해 위협까지 받고 있습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수사를 맡는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사이다경제는 권도형 대표와 테라폼랩스를 공동창업한 신현성 티켓몬스터 의사회 의장과 매우 가까운 지인을 통해 초기 창업자의 시각은 어떤지에 대해 취재해보았습니다.





"내가 테라 만든 이유는..."



Q. '테라'를 공동창업한 초기 목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테라의 초기 목표는 결제 시장을 혁신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커머스(티켓몬스터) 경력이 있었기에 결제 밸류체인(value chain)의 여러 단계에서 과도한 수수료가 붙는 구조를 개선하고 싶었습니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보다 효율적인 지급 결제 수단을 만들기 위해 힘을 합친 것이었죠.



Q. 테라-루나 사태 이후 한국판 일론 머스크로 불리는 권도형 대표에 대한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대표님이 겪은 권도형 대표는 어떤 인물인지 궁금합니다. 


권 대표는 소개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매우 스마트하지만 다소 독단적인 면이 있었습니다.



Q. 2020년에 이미 테라를 떠나셨습니다. 권도형 대표와 갈라서서 테라를 떠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처음부터 '결제' 시장을 혁신하고 싶어서 테라를 공동창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암호화폐를 결제 시스템에 접목시킬 수 없다는 가이드라인 등이 금감원에서 발표되면서 블록체인을 활용해 결제를 혁신하는게 그 당시 규제 태두리 내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크립토가 결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법의 규제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결국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테라를 퇴사했습니다.  (현실적인 문제와 목표에서 벌어진)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핀테크 (결제) 회사로 키워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반면) 테라는 DeFi 방향으로 회사 방향을 새롭게 새워가기 시작했습니다. 



*디파이(DeFi, Decentralized finance)

: 탈중앙화된 금융. 블록체인 네트워크 안에서 암호화폐를 담보로 이뤄지는 예금, 대출 등의 금융 서비스.




창업자가 본 테라 붕괴 이유



Q. 기관의 공매도 공격, 무너질 수밖에 없는 설계 구조 등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요, 대표님은 이번 사태가 촉발된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현재 테라 내부에 있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이유는 복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가격 안정성이 높은 준비금이 부족했던 점 을 꼽을 수 있습니다. 테라(UST)와 루나는 1달러에 해당하는 가치를 유지하도록 알고리즘으로 연결되어 있는데요, 이 1달러의 가치가 깨지지 않도록 재단에서 준비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를 페깅(pegging)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 준비금 대부분이 비트코인(BTC)이다 보니 코인 가치가 하락하면 준비금도 부족해지는 구조였습니다.


그리고 또 준비금에 비해 예치금(deposit)을 너무 빠르게 키운 부분과, 준비금의 규모가 외부에 노출되면서 공격에 취약해진 점 도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급락 당시 2개 주요 기관에서 페깅이 깨지도록 테라(UST)에 대한 공매도를 진행했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불과 24시간 만에 4억 달러의 매도를 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죠


이런 공격에 대응하려고 준비금을 확보해두었지만, 이미 준비금에 대한 규모나 정보가 많이 노출되어 있었고 준비금의 규모보다 더 많은 자금으로 공격을 받으니 가격 방어에 실패했다는 추측도 있습니다.


  • 가격 안정성이 높은 준비금이 부족했던 점 (대부분의 자산이 BTC)
  • 준비금 대비 예치금(deposit)을 너무 빠르게 확장
  • 준비금 규모 노출로 인한 외부 공격 취약성 (기관의 공매도 공격)




제2의 테라-루나 막으려면



Q. 이번 테라 사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이 있을까요? 


테라(UST) 발행량은 2021년 11월 $2.88bn에서 무너지기 전 2022년 5월에는 $18.73bn으로 6개월 동안 무려 $16bn이 늘어났습니다.


많은 테크 회사들이 성장기에는 성장에만 초점을 두고 경영이 되지만, 너무 큰 규모의 성장이 이뤄지기 전 최악의 상황을 위한 프로토콜이 완벽하게 준비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Q. 앞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방향과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암호화폐 시장은 과거에도 겨울이 지나간 다음에 다시 성장했던 것처럼 지속적 발전은 있을 것으로 봅니다.  


특히 P2E 게임, 메타버스, NFT 쪽으로 새롭게 진출 한 업체들이 많아 다음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암호화폐 규제는 가속화되면서 동시에 법적 가이드라인이 명확해 질거라 예상합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지속 성장할 것 같으나, 스테이블 코인의 준비금 기준과 준비금 유형에 대해 보다 집중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암호 화폐. 미국 달러나 유로화 등 법정 화폐와 1대 1로 가치가 고정되어 있는데, 보통 1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된다.  


"잔고 1억 원이 100원이 되었다" "노숙자가 되게 생겼다"...수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한 이번 사태 규모가 크다 보니 많은 추측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까지 나서서 스테이블 코인의 규제를 직접 강조하는 정도인데요, 중요한 것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겠죠. 


한국 그리고 세계 블록체인, 암호화폐 시장을 뒤흔든 이번 사태 이후 정부의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세워져서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