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투자, 왜 70% 제한이 있을까요?


DC나 IRP와 같은 퇴직연금 계좌는 법적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70%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나머지 30%는 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형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하죠. 이는 노후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이지만, 한편으로는 내 자산의 30%가 처음부터 수익 경쟁에서 멀어진 채 시작한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한도를 합법적으로 우회하여 계좌를 100%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채권 혼합형 ETF, 연금 계좌의 잠자는 돈을 깨우는 비결


이 방법의 핵심은 바로 채권 혼합형 ETF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채권 혼합형 ETF는 하나의 상품 안에 주식과 국채를 각각 절반씩(50:50) 담아둔 ETF를 말합니다. 이처럼 절반이 채권으로 구성되면 규정상 상품 자체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퇴직연금 계좌의 70% 위험자산 한도에 걸리지 않고 계좌 전액을 이 상품 하나로 채울 수 있게 됩니다. 이는 2023년 11월 감독규정 개정으로 안전자산 인정기준이 주식 40%에서 50% 미만까지 상향 조정되면서 가능해졌습니다.

일반 주식형으로 70%를 채우면 30%는 사실상 잠자는 돈이지만, 채권 혼합형으로 100%를 채우면 주식 노출은 50%로 줄더라도 나머지 50%의 채권 부분도 금리 수준의 수익을 만들어냅니다. 또한, 계좌 전체가 상품 하나로 운용되므로 리밸런싱(비중 조절)을 상품이 알아서 해준다는 결정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바쁜 투자자들에게는 큰 이점이죠. 여기에 연금 계좌 특유의 세금 혜택까지 더해지면 더욱 유리합니다.

1. 세액공제: 연금저축이나 IRP에 납입한 금액은 연말정산 시 직접 세금에서 깎아줍니다.
2. 과세이연: 계좌 내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한 세금을 돈을 꺼내는 시점까지 미뤄줍니다. 세금으로 나갈 돈까지 재투자하여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3. 채권 혼합형 ETF와의 시너지: 일반 계좌에서 채권 혼합형 ETF의 매매차익에는 15.4%의 세금이 붙지만, 연금 계좌에서는 과세가 이연되어 세금 효율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노후준비용 '괴물 ETF'의 정체와 AI 투자 전략


최근 주목받는 노후준비용 ETF 중 하나는 VI자산운용이 8월 11일 코스피에 상장시킨 포커스 금융 반도체 지주 채권운합 50 액티브 ETF입니다. 이 상품의 주식 구성은 금융, 반도체, 지주회사를 1대3대1 비율로 담고 있으며, 특히 주식의 5분의 3이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종목은 AI 평가와 시가총액을 반영하여 약 30개로 꾸려집니다.

이 세 업종을 묶은 이유는 명확한 역할 분담 때문입니다. 반도체는 AI 인프라 투자와 함께 시장의 성장을 담당합니다. 반면 금융과 지주는 밸류업(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흐름의 중심에 있어 방어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실제로 7월 코스피가 19.5% 하락할 때 하나금융은 19.4%, KB금융은 13.9%, 신한지주는 12.6% 상승하며 반도체가 흔들릴 때 금융이 계좌를 받쳐주는 역할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ETF의 가장 독특한 점은 AI가 종목을 고른다는 것입니다. 기업들의 사업보고서를 LLM(대형 언어 모델)이 전부 읽고, AI 반도체, 밸류업, 주주환원과 같은 핵심 키워드와의 관련성을 점수화하여 높은 종목부터 담는 방식입니다. 이는 수백 개 기업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는 회사의 지향점을 문장에서 읽어내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정해진 지수를 따르지 않고 분석에 따라 종목과 비중을 조정하는 액티브 ETF의 특징을 가집니다.

나머지 절반을 구성하는 채권은 3년 만기 국채를 기준으로 운용됩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며, 만기가 길수록 변동성이 크지만 3년물은 그 중간 지점에 있어 변동성을 조절합니다. 중요한 것은 주식이 급락할 때 돈이 채권으로 몰리면서 한쪽의 손실을 다른 쪽이 메워주는 완충작용을 한다는 점입니다.


현명한 노후 투자를 위한 실전 활용 가이드 및 유의사항


이러한 채권 혼합형 ETF는 연금 계좌의 코어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기적인 매매보다는 계좌의 몸통으로 꾸준히 가져가는 상품이라는 뜻이죠. 매달 연금 납입금으로 꾸준히 매수하면 50:50의 주식-채권 비중이 자동으로 유지됩니다. 연금 투자의 가장 큰 적은 시장 변동성보다는 '방치'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상품을 활용하면 최소한 물가 상승에 자산이 잠식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다만, 몇 가지 유의사항을 반드시 알고 접근해야 합니다.
1. 상승장에서는 주식형보다 덜 벌 수 있습니다: 주식 비중이 50%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입니다. 안정성을 얻는 대신 수익의 일부를 내주는 등가교환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2. 액티브 상품의 운용력에 따라 성과가 갈립니다: AI 모델의 판단과 운용사의 역량이 중요하므로 초기 운용 성과를 확인하며 투자해야 합니다.
3. 소형 신상품의 괴리율을 확인하세요: 신탁원본 80억 원 규모의 소형 상품은 거래량이 적을 경우 시장가격과 실제 가치 간에 괴리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매수 전 호가와 거래량을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거 수익률은 미래를 보장하지 않으며, 결국 연금 투자는 수익률 경쟁이 아닌 완주하는 게임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꾸준함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긴 호흡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 콘텐츠는 사이다경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부티플' 채널의 김규동 이사 인터뷰 영상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