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더 이상 '사자' 직업의 안정이 아니다
과거에는 안정적인 삶을 보장한다고 여겨졌던 변호사, 의사, 세무사와 같은 전문직들도 이제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저연차 전문직의 시장 진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기존의 시장을 뚫고 들어가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5년 전부터 경기도 지역에서는 병원을 개원할 '핀 꽂을 자리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병원 수가 환공포증이 올 만큼 많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임대료는 치솟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실력은 기본 전제가 되었으며, 이제는 마케팅이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광고나 마케팅이 없던 시절과 달리, 현재는 마케팅 유무에 따라 같은 건물 내에서도 극명한 양극화(K-자 양극화)가 나타납니다. 한 변호사는 월 1억 원의 광고비를 지출해 1억 5천만 원을 벌지만, 유지비용을 제외하면 실제 수입은 2~3천만 원에 불과한 경우도 있습니다. 소득 대비 막대한 마케팅 비용은 전문직의 수익 구조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실제 폐업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10년 차 세무사가 1년 내내 주 7일 근무하며 세금 제하고 연 5천~6천만 원을 버는 것에 현타를 느끼고, 주 5일 근무에 연봉 8천만 원을 주는 공기업 별정직으로 이직을 선택하는 사례는 현재 전문직이 겪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성장 없이 '좀비처럼' 유지되는 상황은 차라리 망하는 것보다 더 큰 절망감을 줄 수 있습니다. 성형외과 역시 K-뷰티 열풍으로 외국인 환자가 많지만, 이 역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며, 중국의 성형 기술 발달로 인해 한국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수술보다 보톡스나 주사 등 단가가 낮은 시술만 받고 돌아가는 경우가 늘고 있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AI 시대, 일자리의 지형이 급변한다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은 일자리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AI는 '갑자기 계단처럼' 성능이 향상되면서, 특히 일반적인 사무직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AI 유료 결제 비중이 세계 2위로 압도적으로 높을 만큼 AI 활용이 활발하지만, 동시에 AI에 대한 불안감도 높은 편입니다.
전문직 분야에서도 AI의 영향은 뚜렷합니다. 과거에는 수습 변호사나 회계사가 선배들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일간 법률 문서나 감사 보고서를 작성하며 도제식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LLM(대규모 언어 모델)이나 ChatGPT와 같은 AI가 인적 사항 정보만으로도 화장실 다녀오는 동안 초안을 완성할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이는 변호사들이 주니어 변호사를 고용할 필요성을 줄이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회계법인에서도 AI나 엑셀 활용 능력이 뛰어난 인력으로 대체가 가능해지면서, 최근 1천 명의 회계사 중 400명만이 수습처를 구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감사 시장 축소, AI 활용 증대, 그리고 수습 인력이 결국 미래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물론 AI가 모든 것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한국의 복잡하고 '누더기' 같은 부동산 세법처럼 개인의 복합적인 사정까지 믹스하여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영역은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단순 반복 업무나 정보 검색, 문서 작성 등은 이미 AI의 영역이 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일자리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요구합니다.
미래 교육 고민: 불확실성 속 자녀 세대 준비
AI 시대로의 전환은 우리 자녀 세대의 미래 교육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초, 중, 고등학생 자녀들에게 '국영수를 계속 시키는 것이 맞을까?', '영어가 미래에도 필요할까?'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정규 교육에 대한 회의감과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보의 습득 속도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빨라지면서, 어떤 지식과 능력이 미래에 필수적일지에 대한 확신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의대 선호 현상은 여전히 강력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단순히 의사가 되어 병원을 개업하는 것을 넘어, '의사'라는 타이틀이 주는 안정성과 폭넓은 선택의 기회 때문입니다. 생명 공학이나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잠재력과 함께, 의사 타이틀을 기반으로 다른 사업을 시작할 때 얻게 되는 '스타트 지점의 우위'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또한, 의사 정원(TO) 자체가 쉽게 줄어들 수 없는 구조적인 특성도 이러한 선호 현상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현재 IMF 시기보다 더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대기업 해고와 전문직의 위기는 표면적인 현상이며, 그 밑에는 AI가 주도하는 근본적인 산업 및 직업 구조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가 어떻게든 살아남을지라도, 자녀 세대에게는 전혀 다른 생존 전략과 교육 방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사이다경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부티플' 채널의 이장원 세무사 인터뷰 영상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