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소득의 급증, 사회의 변화를 이끌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소득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면서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노동소득 분배율 지표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57~58% 수준이던 월급쟁이 소득 비중이 현재는 68%에 달합니다. 이는 연간 약 250조 원에 이르는 금액이 더 많은 월급으로 지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자금은 개인의 대출 여력을 크게 확대하는 기반이 됩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국내 매출 상위 100대 대기업 중 절반이 넘는 55곳의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초과합니다. 이는 20년 이상 근무한 부장급 이상의 직원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세전 기준으로 1억 후반대에 달하는 소득을 얻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023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연봉 1억 원 이상인 사람은 무려 139만 명에 달하며, 이는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 수를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이 숫자는 2025년에는 최소 1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구 단위로 보더라도 전국적으로 연소득 1억 원 이상인 가구는 2023년 22.6%에서 2024년 23.9%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1년 새 약 30만 가구가 새로 고소득 가구에 편입된 것으로, 소득 수준이 매우 빠르게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소득 증가는 금융 시장과 자산 시장, 특히 부동산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대기업 고액 연봉, 그 숨겨진 배경은?
대기업 직장인들의 급여가 이웃 나라 일본보다 41%나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급증한 데에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기술 기반 대기업들의 실적 호조입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2010년대 이후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었고, 특히 한미 FTA 등을 활용한 북미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수출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둘째, 전문 경영인 체제의 확산입니다. 오너 경영이 줄어들고 전문 경영인이 CEO를 맡는 경우가 늘면서, 단기 실적을 중시하고 핵심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고액 급여를 지급하는 경향이 강화되었습니다.
셋째, 인재 유치 및 유지 경쟁입니다. 취업난 속에서도 유능한 인재의 수는 한정되어 있어, 기업들은 이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 경쟁적으로 높은 급여를 제시합니다.
넷째, 주 52시간 근무제의 영향입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압축적으로 일해야 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인력을 많이 채용하기보다는 기존 숙련된 직원들의 활용도를 높이면서 급여 수준을 상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높은 상속세율의 간접적인 영향입니다. 국내 높은 상속세로 인해 기업 오너들이 상속세 마련을 위해 배당을 늘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노조들이 이를 레버리지 삼아 임금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어 대기업 임금 인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근속연수 증가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대기업 직장인들의 근속연수 증가는 부동산 시장에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과거 외환위기 이후에는 2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드물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04년 평균 근속연수가 6.8년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13년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는 스스로 버티겠다고 마음먹으면 25년 이상 근무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장기 근속은 직장인들의 대출 여력을 어마어마하게 증대시킵니다. 40대 중후반 대기업 부장이 과거에는 임원 승진 실패 시 퇴사를 걱정하며 고액 대출을 망설였지만, 이제는 50대 중후반까지도 근무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적극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0대의 주택담보대출 액수는 2021년 전체 평균 대비 159%에서 2023년에는 165%로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2019년 시행)의 영향도 큽니다. 과거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업무를 주지 않거나 지방 전보를 보내는 등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자발적 퇴사를 유도했던 관행이 사라지면서, 대기업 정규직의 고용 안정성이 대폭 강화된 것입니다.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한 지금, 이 추세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60대 초반까지 근무가 가능해진다면 40대 후반 직장인들은 더욱 과감하게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매입할 것이고, 이는 젊은 세대의 내 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소비 주체, 50대 여성 대기업 정규직의 등장
우리 사회에서 주목할 만한 새로운 계층의 등장은 바로 50대 여성 대기업 정규직입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극히 드물었던 이 계층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습니다.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에서 여성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56년 늘어난 반면, 남성 직원은 0.12년 증가에 그쳐 여성 직원의 근속연수 증가폭이 10배 이상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여성들이 과거 육아 등을 이유로 퇴사하던 경향이 줄어들고, 본인들의 주거 안정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퇴사하지 않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50대 여성 대기업 정규직은 차장, 부장, 매니저 등으로 근무하며 1억 원대의 연봉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배우자 또한 비슷한 사회적 위치에 있다면 가구 연소득이 2억~3억 원에 달할 수 있으며, 이는 대출 규제 이전에는 8억~10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받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강력한 대출 여력을 가진 새로운 고소득 계층의 등장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됩니다. 이들은 단순히 기존의 고소득층이 아닌,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강력한 구매력과 장기적인 경제 활동을 기반으로 자산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금융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때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점을 넘어설 필요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부동산 전문가들이 건설업계의 시각에서 공급 물량, 규제, 토지거래 허가 구역 등만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지만, 집은 개인이 평생 구매하는 재화 중 가장 비싼 것입니다. 따라서 금융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소득 증가와 근속연수 확대, 그리고 이에 따른 대출 여력의 폭발적인 증가는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을 넘치게 하고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핵심 요인이었습니다. 주택 시장을 바라볼 때는 건설업계의 관점보다는 금융의 관점을 더 비중 있게 고려해야만 현재의 복잡한 부동산 시장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공급과 수요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거시 경제와 금융 시스템 전반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본 콘텐츠는 사이다경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부티플' 채널의 손진석 기자 인터뷰 영상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