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를 무릅쓰고

지켜낸 밥맛의 신화


사람들은 즉석밥을 햇반이라고 부릅니다. 국내 최초의 즉석밥인 데다 시장점유율도 부동의 1위이다 보니 특정 브랜드가 일반명사처럼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1990년대 CJ제일제당 내부에서는 즉석밥 출시를 놓고 반대가 많았습니다. 이 회사는 1980년대 말부터 ‘밥의 상품화’를 추진했습니다. 


당시 쌀을 급속 탈수로 건조하거나 꽁꽁 얼린 뒤 수분을 제거하는 방식이 개발됐지만 맛이 없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 대안으로 찾은 것이 반도체 공정 수준의 무균 포장을 거치는 현재 햇반의 제조 방식입니다. 


햇반 ⓒCJ제일제당


밥을 지은 뒤 미생물이 전혀 침투하지 않기 때문에 보존료 없이 상온 보관이 가능하고 집에서 지은 밥맛과 흡사한 게 장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초기 투자비만 당시 돈으로 100억이었습니다. 게다가 밥을 사서 먹는다는 개념 자체가 희미하던 때였기에 반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갓 지은 밥맛'이라는 제품의 핵심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투자라는 판단에서 경영진은 투자를 결정합니다. 이름도 ‘방금 만든 맛있는 밥’이라는 뜻을 담아 햇반으로 지었습니다.


이름도 ‘방금 만든 맛있는 밥’이라는 뜻을 담아 햇반으로 지었습니다.



네모난 비상식량이

원조입니다


초창기의 햇반은 디자인도, 공략 고객도 지금과는 좀 달랐습니다. 당시 햇반은 네모 모양이었고, CJ의 마케팅 포인트는 편의성이었습니다. 


집에 갑자기 손님이 오는 등의 이유로 밥이 필요할 때 이를 해결하는 비상식(非常食)으로 장점을 강조했습니다.


햇반 용기 디자인 변천사. 왼쪽부터 1996년 출시 당시→2000년대 초반

→현재→수출용 햇반 모습 ⓒCJ제일제당

2000년대 들어 시장이 안정되면서 일상식(日常食)으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이는 점점 두드러지는 핵가족화 현상, 70%에 이르는 전자레인지 보급률 등이 함께 고려된 것이었습니다.


집에서 지은 것처럼 맛있는 밥이라는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부각했고, 용기 모양도 이때 동그랗게 바뀌었습니다. 이후 햇반의 성장에 탄력이 붙기 시작합니다. 


햇반 매출은 1997년 40억 원에 그쳤지만 2016년에는 1,600억 원으로 늘어 40배의 폭풍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햇반의 역사 ⓒCJ제일제당

 


쌀 18만 톤을

사용하였습니다


즉석밥 시장 점유율은 70% 선으로 20년째 부동의 1위를 수성하고 있습니다. 20년 동안 햇반에 쓰인 쌀은 18만 톤으로 쌀 한 가마니가 80kg니까 225만 가마니를 사용한 셈입니다.


햇반은 기본 메뉴인 흰쌀밥으로 가장 친숙하지만 다양한 후속 상품을 선보이며 브랜드 확장도 꾸준히 시도했습니다.


20년 동안 햇반에 쓰인 쌀은 18만 톤이다. ⓒCJ제일제당

 

우선 1997년 오곡밥을 시작으로 발아현미 밥, 흑미밥 등 8종의 잡곡밥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기존 컵밥 대비 밥맛을 대폭 개선한 ‘햇반 컵반’도 출시해 1년 남짓한 기간에 판매량 3,000만 개를 넘어섰고요.


식후 혈당조절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 즉석밥을 최초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맛있는 밥’을 연관 고리 삼아 햇반 패밀리의 면면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햇반이 있다. ⓒCJ제일제당

 

회사 측이 이처럼 공격적인 확장을 계속하는 것은 즉석밥 시장의 향후 성장 가능성이 더욱 밝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즉석밥에 익숙한 젊은 층이 주 소비층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 시대 '수혜주'인 셈입니다. 앞으로 햇반의 발전이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