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64년 겨울’ 그로부터 50여년. 외로움을 달래는데 얼마가 필요할까?

2017-01-09 18:10

written by 김이오


시리즈/근현대문학으로 경제읽기


1. 산업화의 인간성 상실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2. 산업화와 소외서울 1964년 겨울

3. 산업화와 도시화의 그늘도시빈민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서울 1964년 겨울’ 그로부터 50여년.

외로움을 달래는데 얼마가 필요할까


 

 

만약 우연히 만난 사람이

자살을 하려 한다면?

 

우연히 당신이 선술집에서 만난 남자가 말이죠.

당신은 어떻게 대처할까요?

 

오늘은 무진기행으로 유명한 김승옥 작가의 작품

서울 1964년 겨울 속 한 남자의 자살에 대처하는

젊은 두 남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고

어떻게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지

함께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름이 없는 사람들

 

여러분은 종종 친구를 만납니다.

그 친구의 이름은 남승민 별명은 남생이.

농담을 하고안부를 묻고공감을 하거나

위로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이게 보통의 관계일 텐데요.

 

서울 1964년 겨울

이 작품 속 세 사람은 다릅니다.

서로의 이름을 모르죠.

와 ’, 그리고 사내로 불립니다.


 

 

농어촌 중심의 경제공동체에서는

뉘집 아들딸인지,

흔히 서로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안다는

밀접한 관계였던 이들이

 

서울산업화된 도시로 몰려들어

일자리를 얻기 위해집을 구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사이가 되었기 때문이죠.

 

 

1964년에는 무슨 일들이 벌어졌을까?

 

제목은 소설의 얼굴이죠.

어떤 작품은 인물을또는 사건을 제목으로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배경을 제목으로 내세웠네요.

 

서울, 1964년 겨울이라는 배경은 어떤 의미일까요?

 

서울은 산업화로 공동체가 사라져

각자도생하는 서글픈 상황을

1964 419민주항쟁으로 이승만 독재를 이겨냈으나

군사쿠데타로 다시 주권을 잃은 민중의 분노와 절망

겨울은 춥고 시린 작가 혹은 주인공들의 내면 정서를  

각각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형은 파리를 사랑하십니까?”

 

와 의 대화는 겉돌고엉뚱하고종종 끊어집니다.

는 그런 어둡고 아픈 현실을 외면하는 젊은이군요.

 

서울은 모든 욕망의 집결지입니다.

어떤 꿈틀거림이 아닙니다그냥 꿈틀거리는 거죠.

그냥 말입니다예를 들면 데모도…….”

 

은 솔직한 젊은이네요현실을 말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는 모르겠습니다라고

깨끗한 음성을 지어서 답하기 때문입니다.

 


 

 

돈에 의해 유지되는 관계

 

사내는 아내의 시체를 팔았다고 고백합니다.

스치는 사이임에도 이런 고백을 하는 사내는

나 과 달리 30여서 공동체문화를 겪었기에

솔직한 대화에 익숙한 것이라 짐작됩니다.

 

시체를 판 돈 사천 원은 요즘 돈으로 24만원 정도.

그 돈을 오늘 다 쓰고 싶다는 사내에게

안은 종삼지금의 종로3가로 가자고 제안합니다.

당시 종삼은 유명한 홍등가였답니다.

 

이들 세 사람의 관계와

종삼 홍등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렇죠바로 돈에 의해 유지되는 관계,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이들은

돈으로 시간을 사고그 동안만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이 곳은 서울서울의 풍경은 더없이 삭막합니다.

 

그 원인이 되는 60년대 한국의 경제 상황은 어땠을까요?

작가는 아래와 같이 그려내고 있습니다.

 

예쁜 여자가 헐벗은 약 광고지명멸하는 네온사인

얼어붙은 길에 여기저기 엎드린 거지들

외면하며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

미희서비스 특별염가라고 쓰인 광고지가 날리는 거리.

  

 

자본주의의 풍경은 이렇게 모두 속물적일까?

 

유럽의 자본주의가 기계공업을 중심으로

천천히 시민 윤리와 의식도 함께 발달한데 비해

미국의 자본주의는 상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규모만 발달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남한의 자본주의북한의 사회주의는

아래에서부터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라

역사를 거슬러 신탁통치 시기에

각각 미국과 소련이 옮겨 놓은 제도였지요.

 

그래서 한국은 미국식 자본주의의 풍경을 닮아

지금까지도 황금만능주의의 위험을

개선해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타인의 불행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사내는 그 돈을 다 써버리려고 합니다.

중국집에서 거한 요리를 시켜서 천 원,

아내가 사주는 선물이라며 넥타이 하나씩 육백 원,

당시엔 너무나 귀했던 귤을 삼백 원.

 

그 다음 그들은 불구경을 갑니다.

타인의 불행 앞에서

는 무심한 태도를 보이고

사내는 아내의 환영을 봅니다.

은 그런 사내를 비웃습니다.

 


 

(이미지대구 서문시장 화재대구시 제공)

 

우리도 잠시 이 구절에서

생각을 멈추어 서 봅니다.

 

얼마전 대구 서문 시장에 큰 불이 났죠.

함께 잘 이겨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작은 위로나마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누구의 책임일까?

 


 

(숙박계일제시대에

독립운동가 색출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

이후 군부정권에서도 민주화 투사들을 색출하는데

이용되다가 98년에 폐지.)

 

마지막으로 이들은 여인숙으로 갑니다.

숙박계엔 거짓으로 이름주소나이직업을 적었죠.

책임지고 싶지 않은 두 사람은

혼자 있고 싶지 않다는 사내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각각 방을 잡아 따로 잠을 청합니다.

 

 

외판원이었던 사내가 미리 할부대금을 받아낸 것이나,

 

시쳇값을 비롯한 수중의 돈을 모두 쓰려고 한 것

남은 돈을 불 속에 던져버린 것.

 

불 속에서 아내의 환영을 보고 환청을 듣기도 했고

혼자 있기 싫다고 한 것.

 

모두 그가 자살할 것을 암시한 상황인데

두 사람은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나는 급하게 옷을 주워 입었다개미 한 마리가 방바닥을 내 발이 있는 쪽으로 기어오고 있었다그 개미가 내 발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얼른 자리를 옮겨 디디었다.

 

김형우리는 분명히 스물다섯 살짜리죠?”

 

두려워집니다.”

우리가 너무 늙어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

 

 

사내의 죽음을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를 봅시다.

개미를 대하는 의 태도와

사내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묘하게 겹쳐집니다.

 

안은 두려움을 이야기합니다.

기성세대화 되어가는 그들이 두려웠던 걸까요?

 

정치적으로 좌절한 그들은

개인의 삶에서도 연대를 포기하고

각자의 삶을 꾸려 가기 급급해져

섬처럼 둥둥 떠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과연남겨진 두 사람에게는 죄가 없는 걸까요?

있다면 어떻게 값을 치러야 할까요?

 

 

또 타인의 불행을 외면하는 그들의 모습은

사회가 만든 것일까요아니면

그들 자신이 만든 것일까요?

 

 

서울 1인가구 98, 2030 1인가구 46

 

1인가구가 늘어나고공동체의 죽음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견해들이 많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따로또 같이

2030들은 대안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이미지네이버 블로그 앨리스의 하루여행’)

 

실력과 지식에 따라 안 보이는 서열이 정해지는

취미동호회보다 평등한 대화가 오가는

집밥 모임을 만들기도 하고

 

좁고 불편한 고시원을 벗어나

민달팽이 유니온이라는 공동 주거로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 나가기도 합니다

 


 

 

에디터의 시선

 

외로움을 달래는데 얼마가 필요할까요?

사내는 가진 돈을 모두 썼지만,

끝내 외로움 한 자락도 달래지 못한 듯 합니다.

 

그에게는 어떤 말이 필요했을까요?

 


 

2030 여러분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외로움을 달래는데,

사이다경제의 기사들이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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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김이오

육감적으로.

swingheart@cidermics.com

에디터 : 김이오

육감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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