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스트

이제 '키가 크면' 농구선수를 할 수 없다?

By 이상혁 2018.04.21




세계 농구 흐름에서

역행하는 한국 프로농구 


키가 크면 뛸 수 없는 농구 리그가 있습니다.

어느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한국 프로농구 이야기입니다.  


KBL(한국프로농구 연맹)

오는 10월 개막하는 2018-2019 시즌부터

장신 외국인 선수의 신장을 200cm 이하로,

단신 외국인 선수의 신장을 186cm 이하로 

제한했습니다.  


선수들은 신발을 벗은 채 

신장을 측정해야 하고  

위의 신장 기준을 통과해야만

2018-2019시즌 선수 등록이 가능합니다.



(ⓒKBL)



왜 농구선수의 '키'에 제한을 둘까?


KBL은 이런 키 제한 규정에 대해

나름의 근거를 밝혔습니다.


"분석 결과 역대 외국인 선수의 신장이

200cm 이하였을 때 (전체 선수들이)

기량과 스피드를 고루 갖출 수 있었고

또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이 폐지됐을 때  

득점이 감소했다"라며,


전체 프로농구의 득점력 강화를 목적으로  

키 제한 규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번 외국인 선수 키 제한은

"국내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며,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이 득점 향상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유도해

프로농구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신장 규제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기대감까지 드러냈습니다. 


그렇다면 KBL의 말처럼 이번 규제는 정말

'국내 선수 보호''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걸까요?





한국 프로농구를 떠나는  

장수 외국인 선수들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이 제도 때문에 한국 프로농구는,

흥행은 커녕 전 세계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먼저 이번 시즌 안양KGC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팀을 4강으로 이끈

데이비드 사이먼 선수는,


신장 재측정 결과가 202cm로 나와  

다음 시즌부터 한국 프로농구에서

뛰지 못하게 됐습니다.

고작 2cm 때문에 말이죠.



((우) 200cm이상인 로드 벤슨 선수도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좌)데이비드 사이먼 선수 ⓒKBL)

 

이에 미국 스포츠 채널 ESPN은  

'아웃사이드 더 라인즈'라는 프로그램에서  

데이비드 사이먼 선수를 초대하여  

KBL의 제도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요,


해당 방송에서 사이먼 선수는

한국에서 농구선수로 뛰기 위해 

키가 작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며  

다소 격양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BBC가디언 등 영국 매체도 나서서

"KBL에서 가장 신장이 큰 한국 선수는

220cm가 넘는다"라고 지적하며,


한국 선수에게는 신장을 제한을 두지 않고

외국인 용병의 신장만 규제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사이먼 선수의 의견을 전했습니다.


(미국 ESPN에 출연한 데이비드 사이먼 선수 영상 ⓒESPN)


심지어 워싱턴포스트

"KBL은 코미디 리그"라고 꼬집으며

세계 농구와 역행하고 있는

한국 농구를 노골적으로 조롱했습니다.


해외 최고 스포츠 방송

신문사들이 한국 프로농구 리그를 

이렇게 집중 조명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이쯤되면

KBL의 '키 제한'이 한국 프로농구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니

이를 재평가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또 다른 장수 용병인  

전주KCC의 찰스 로드 선수는 

재측정을 통해 극적으로 생존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200.2cm로 등록되어 잇던

로드 선수는 프로필 상으로는

차기 시즌에 한국에서 뛸 수 없었습니다. 


이에 찰스 로드는

신장 재측정 의사를 KBL에 밝히고

키가 크게 나오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신장을 재기 전 무거운 것을 드는 등의

갖은 방법을 동원한 로드 선수는 결국

199.2.cm가 나와 다음 시즌에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시 로드 선수는

신장이 200cm 이하로 나오자  

마치 우승한 것처럼 세레머니를 펼쳤는데요,


농구선수가 키가 작게 나오길 바라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상황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기가 싸늘하게 식고 있는

한국 프로농구


올 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의 

평균 관중은 2,796명입니다. 


프로농구 출범 두 번째 시즌이던 

1997-98시즌 이래

평균 관중이 2,000명 대인 것은

20년 만입니다.


지난 시즌의 총 관중 수도

75만4,981명을 기록해 3시즌 연속

100만 관중 돌파에 실패했습니다.  


이는 프로야구 KBO의 1개 구단 관중 수

KBL 농구 리그 총 관중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배구에도 밀린 농구,

다시 흥행할 수 있을가?


한국 농구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겨울 스포츠의 주인 자리도

프로배구에 양보하였고

국제 경쟁력은 하락하여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물론 KBL은 외국인 선수 제도를 거듭 바꾸며

흥행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2m 이상은 참가하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단편적인 부분만 바꾸는 것이 문제입니다.


키 제한 규정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NBA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KBL의 뛰고 싶어도

키 때문에 뛸 수 없습니다.


국제 경쟁력을 갉아먹는

잘못된 방향 설정에 

농구인들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90년대 농구대잔치의

향수에 젖어 있는 한국 프로농구연맹이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내실을 다지며

현대 소비자에게 적합한 마케팅을 통해  

부흥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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