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날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

2017-09-18 14:41
주식 이야기
written by 오혜미



  1968년 2월 뉴욕 힐튼 호텔에서는 대규모 기관투자자 국제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수백 명의 참석자를 대상으로 그해에 탁월한 수익을 보일 주식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참석자들이 가장 선호한 주식은 유니버시티 컴퓨팅으로 당일 오름폭이 가장 큰 종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종목은 12개월이 못 되어 주가가 443달러에서 88%까지 폭락했습니다. 


  1972년 겨울에 이 기관투자자 회의는 또 열렸습니다. 이번엔 항공주가 그해 최고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예측되었죠. 그런데 시장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당시 고점에서 1%도 조정받지 못하고 있던 항공주의 주가는 50% 추락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열린 총회에서 항공주는 피해야 할 종목으로 선정되었죠. 


*조정: 일반적으로 점점 오르던 주가가 소폭 하락하여 일시적으로 마지노선이 유지되는 것을 가리킨다. 다만, 하락 후 다시 상승한다는 가정 하에만 쓰이는 표현이다.


  1999년, 또다시 열린 총회에서 투표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향후 12개월간 탁월한 실적으로 보일 종목으로 엔론을 꼽았습니다. 이 잘나가는 주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다 알 것입니다. 




*엔론(Enron Corporation) 2001년 파산한 미국 에너지회사. 엔론은 텍사스 주 휴스턴에 본사를 둔 에너지회사로 전기, 천연가스, 펄프, 제지, 통신사업 부문에서 앞서나가는 세계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엔론은 미국의 7대 대기업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었고, <포춘>지에 의해 1996년부터 2001년까지 6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선정되으며, 2001년 후반 파산하기 전 종업원 수가 약 2만 2000명이었다. 

  하지만 2001년 말, 엔론의 부실한 재정상태가 일상적이며 체계적이고도 치밀하게 계획된 방식의 회계부정으로 은폐되어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전 세계에 '엔론 사태'의 충격이 퍼졌고 이 때부터 엔론은 계획적인 기업 사기 및 비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게 되었다. 





  이런 결과들이 단지 우연일까요?


  오랜 시간 주식시장에 미치는 ‘인간 심리’를 분석해온 투자 구루 데이비드 드레먼은 그가 1982년 출간한 "새로운 역발상 투자 The New Contrarian Investment Strategy"(1982)에서 다수의 전문 투자자가 고른 주식들의 성과가 1929~1980년 사이에 어떻게 되었는지에 관한 52개의 조사 결과를 실었습니다.

  참여한 전문가 수는 적게는 25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에 이르며, 평균 100명이 훨씬 넘는데요, 그는 이들이 전망이 좋다고 선정한 종목을 향후 12개월 간의 S&P500지수의 실적과 비교해보았습니다.


*S&P500지수(Standard & Poor's 500 index) 미국의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Standard & Poor)사가 작성해 발표하는 주가지수로 기업규모•유동성•산업대표성을 감안하여 선정한 500개 대형기업의 주식을 포함하고 있다. 500개의 기업 중 대부분이 미국 기업이며 미국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대표적인 지수이다.


  ​그는 18건의 연구에서 전문가가 최고의 주식으로 선정한 18개의 포트폴리오 중에 무려 16개가 시장 실적을 밑돌았음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표본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다수의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가 꼽은 주식과 업종은 52개 포트폴리오 중 40개, 즉 77%가 시장 실적에 미달했습니다. 

  이는 고객들이 전문가가 추천하는 주식은 십중팔구 시장 실적보다 수익이 나쁘다고 받아들여도 무방할 정도의 결과입니다. 차라리 확률이 그래도 절반은 넘는 동전을 던지는 편이 낫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인 것이죠.


  또한 이런 결과는 비단 과거에 국한된 것만도 아닙니다. 시점을 현재로 돌려도 마찬가지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86년부터 1993년까지 4명의 유명한 전문가가 선정한 주식들이 시장 실적을 능가하는지 조사했습니다. 연말 무렵 4명의 전문가는 이듬해에 추천할 종목을 골라 금융 전문 편집자인 존 도프먼에게 보냈습니다. 그렇게 추천된 32개의 포트폴리오 중 16개가 시장 실적을 밑돌았습니다. 

  예전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동전 던지기보다 못한 결과였죠. 아래는 1993년까지 입수한 설문조사 결과를 총망라한 것인데요, 표에서 보듯 전문가가 ‘최고’라고 추천한 종목들 중 25%만 시장 실적을 웃돌았습니다. 




  일부 연구는 19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갔고, 마지막 연는 1993년에 마무리 되었는데요, 이 후에도 전문가들의 주식 선정은 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전문 투자자들의 실적에 대한 연구가 철저하게 진행되었지만 펀드매니저 집단은 시장 실적을 능가하지 못했습니다.

  일례로 투자회사 어드바이저 퍼스펙티브는 2007년 12월 31일에 완료한 10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10년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시장 평균 수익률이 펀드매니저의 수익률을 능가했음을 발견했죠.


  이렇게 75년 이상 축적된 연구 결과는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의 실적이 시장평균에 비해 얼마나 형편없는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표본의 증거 수가 너무 많으며, 연구 결과들은 하나같이 전문가들이 주식을 선정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놀랍도록 오류가 많았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결과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결론은 오랜 시간 주식시장을 지배해온 ‘효율적 시장 가설’의 “시장은 이성적이고 예측가능 하다”는 핵심 전제가 틀렸다는 것입니다. 이성적 판단을 전제한 투자 이론을 따르기 위해 필요한 정보 처리 과정은, 우리에게 너무 버겁습니다.

  이를 그대로 소화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하다간 정보 과잉에 시달리는 인간의 두뇌에 ‘용량 초과’ 경고등이 켜질 것이고, 정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게 됩니다. 인간의 뇌에는 한계가 있기에, 투입하는 정보가 늘어나면 확신은 커지지만 그렇다고 좋은 판단을 내리는 것은 결코 아니죠.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돈을 날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애널리스트의 수익 예측’을 의심 없이 그대로 믿고 따르는 것입니다. 이제 펀드매니저를 비롯한 시장 전문가들의 주식 선정 기록을 살펴볼 때 결정적인 의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들의 ‘이성적 판단’이라는 것은 얼마나 정확할까?” 그리고 “시장을 예측할 수 없다면 우리가 취해야 하는 태도는 무엇인가?”




  전문가의 예측을 검토해본 결과, 그들이 선호하는 주식을 사면 안 된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그러므로 질문의 방향을 이렇게 바꾸어야 합니다. “전문가와 대중이 추종하는 주식을 피하고, 전문가와 대중이 기피하는 주식을 추종해야 하는가?” 


  데이비드 드레먼의 이에 무조건 ‘그렇다’라고 답합니다. 그는 이성이 아닌 ‘심리’를 분석한 역발상 투자 전략이 꾸준히 성공을 거둔다는 사실은 8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입증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 투자 전략은 통념과 상반되는데 바로 이 점이 시장에서 통하는 이유라는 것이죠.


  PER, PCR, PBR, 고배당, 업종 저가주 이 다섯 가지 잣대로 볼 때 시장 전문가들이 전망이 가장 밝다고 본 주식들은 꾸준히 최악의 실적을 거두었고, 시장 전문가들이 장래가 어둡다고 본 주식들은 꾸준히 최고의 실적을 거두었습니다. 


*PER price earning ratio : 주가수익비율

*PCR price cash flow ratio : 주가현금흐름비율

*PBR price book-value ratio : 주가순자산비율


  사실 효율적 시장 가설이나 오늘날 투자 기법을 믿어온 이들에게 저PER, 저PCR, 저PBR, 고배당, 업종 저가주 전략을 따르라는 역발상 기법은 마치 사탄 숭배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최고’ 투자처가 악이되고, ‘최악’ 투자처가 선이 되어 선악이 뒤집혔으니 말입니다. 



(데이비드 드레먼 Ⓒ이레미디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드 드레먼은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는 역발상이야 말로 가장 명확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동료들과 함께 저PER 전략에 대해 연구를 수행했는데요, 그 중 하나는 1963~1985년 동안 1,800개 대기업을 연구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 중 저PER 그룹 주식의 연간 수익률은 20.7%, 고PER 그룹 주식의 연간수익률은 10.4%였습니다. 


  범위를 확대하여 1969~1989년간 21년 동안 6,000개 주식의 성과를 분석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시장가치 5,000만 달러 수준인 최하위 그룹과 시장 가치가 60억 달러 수준인 최상위 그룹에 이르기까지 5개 시장 규모에서 모두 저PER 그룹의 수익이 고PER 그룹의 수익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죠. 


  이런 다수의 증거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역발상 가치투자 전략을 벌써 오래 전에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어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이성적이고 예측이 가능하다고 믿는 효율적 시장 가설에 대한 믿음은 장악력이 상상 이상으로 막강했고, 역발상 전략은 오랜 시간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역발상 투자에 대한 연구와 중요성을 빛을 보고 있으며, 수많은 연구들을 통해 전망이 밝다고 평가되는 주식보다 역발상 주식이 현저하게 수익이 낮음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데이비드 드레먼은 다시 한번 이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현재 시장에서 인기가 없지만 탄탄한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라. 즉 PER, PCR, PBR이 낮은 기업이나 고배당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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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오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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